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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이상헌 탁주 19도

by FarEastReader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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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만든 탁주를 만났다. 아주 고급스럽고, 정성이 느껴지는 술이다.

술에 자기 이름을 내 거는 것은 위스키에서도 잘 찾아 볼 수 있지만, 전통주에도 이런 술들이 있다. 송명섭 막걸리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2022.04.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송명섭 막걸리

이번에 마시게 된 이상헌 탁주 또한 이렇게 양조인의 이름이 전면에 드러난 술이다. 마시기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되었다.

먼저 이 술을 만든 이상헌씨와, 그가 있는 양조장인 '이가수불'에 대한 소개 기사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38

 

[酒力 Interview] 이가수불 이상헌 대표- 19도  막걸리를 위한  안내서 - 트래비 매거진

이상헌은 마치 무사 같다. 그가 술 빚을 때 타협은 없다.그의 이름을 내건 ‘이상헌 탁주’, ‘이상헌 약주’도 그 결기를 빼닮았다.알코올도수 19도의 막걸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상헌의 술이다

www.travie.com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고집스럽게 만들어진 술이다. 그리고 단순히 소비자에게 먹힐 달콤함이나 이해하기 쉬운 풍미를 생각하고 만든 술이 아니다. 거꾸로 조금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무슨 술이 좋은 술이냐에 대해서 자신 나름의 확고한 대답을 가지고 있는 '이상헌'이라고 하는 장인이 내 놓은 답을 음미한다는 측면에서 이 술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먼저 맛이다. 첫 인상은 매우 드라이 하다. 달거나 요구르트 맛이 나는 막걸리, 또는 흔히 장수막걸리 맛이라고 표현하는 표준적인 막걸리 맛을 생각하고 마시면 처음에는 밍밍함마져 느껴진다. 그러나 입에 머금고 잘 음미하면 상당히 복잡하지만 풍부한 맛을 갖춘 술인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곡식의 텁텁한 맛 뒤에 신맛과 단맛은 물론, 고소한 씁쓸함과 향신료의 매콤함까지 즐길 수 있다. 마치 잘 만든 위스키의 맛과 유사하다. 곡식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술인 위스키에 정말 근접한 탁주라고 생각한다. 이 술을 증류해서 잘 숙성시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이 술은 차게 해서 먹는 것보다 조금 실온에 보관해서 온도를 올려서 마시는 것이 훨씬 좋게 느껴진다. 차게해서는 아무래도 쓴 맛만이 두드러지고, 다른 맛을 즐기기 어렵다. 몇 시간 두어서 적당히 미지근해 졌을 때 마시면 정말 깊은 맛들이 작은 음악처럼 어우러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신맛, 단맛, 알콜의 킥과 함께 느껴지는 씁쓸함, 그리고 마무리하는 매콤함의 순서로 맛이 올라온다. 한모금 한모금마다 이것도 살짝 배리에이션이 느껴지는 것이 참 재미있다. 안주 없이 차처럼 즐기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묘하고 맛있다.

향은 그렇게 강하지는 않고, 특별한 강점도 없다.  향이 오히려 약한 편이고 탁주 특유의 누룩향이 주를 이루어서 향기로움을 논하기는 좀 어렵다. 맛이 뉘앙스가 풍부한 것에 비해 향은 단조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나온 프리미엄 막걸리들만큼 열광적인 팬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 같다. 확실히 무뚝뚝한 술이다.

질감은 바디감이 꽤 있고 나름 걸쭉한 편이다. 그러나 해창 막걸리나 서울 골드 막걸리 우곡생주 정도로 농후하지는 않고, 일반 막걸리보다는 꽤나 진한 편이다. 도수가 19도로 상당히 높은데도 생각보다 꾸덕한 느낌이 적어서 놀랐다. 어쩌면 이 알콜 때문에 위스키같은 뉘앙스가 더 강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알콜의 킥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시 잘 만든 탁주라고 생각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장인의 술이나 프리미엄 막걸리를 주로 마셔보고 있다. 역시 그럴 때마다, 2000원미만의 대중막걸리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작품인가 더 깊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서양술들 - 와인이나 위스키들의 깊이와 다양성, 그리고 그 고급스런 맛들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 않은가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상헌 탁주같은 훌륭한 술을 만나면 역시 우리 전통주의 활약에 기대를 하게된다. 단맛이 유난히 강한 특징이 우리 전통주의 한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이걸 이렇게 멋지게 승화시켜 극복해 낸 술을 만나면 정말 더욱 반가운 것이다. 이 이상헌 탁주와 같은 술이 좀 더 널리 알려지고, 이 제조 기술이 더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미생물과 효모를 통한 병행복발효를 했다, 살아 있는 술이다, 이런 어필도 다 좋다. 그리도 국내산 아산쌀을 주 원료로 좋은 재료로 귀하게 만들었다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술 자체에서 이렇게 좀 더 성숙한 맛, 어른의 맛을 낼 수 있어야 그 다음에 발효 방법이나 고집스러운 재료 선택과 정성에 대한 어필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맛과 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이상헌 탁주가 앞으로 더 발전하고 인기도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리뷰를 마친다.

이상헌 탁주 19도의 자매품, 14도짜리 리뷰는 아래 글을 참조...

2022.07.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이상헌 탁주 14도

 

이상헌 탁주 14도

이상헌 탁주는 송명섭 막걸리나 국순당 古 옛날막걸리와 같이 누룩향을 즐길 수 있고 드라이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이런 누룩 향이 풍부한 술은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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