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천비향 택이 (9%, 경기도 평택시, 좋은술)

고급스러운 우리 전통주를 만드는 경기도 평택시의 '좋은술'은 '천비향'이라는 브랜드로 정말 훌륭한 술들을 만들고 있다.

이전에 리뷰한 천비향 시리즈의 링크를 우선 첨부한다.

<천비향 시리즈>

2022.06.2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천비향 생주

2022.05.22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천비향 화주 (40도)

2022.03.2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천비향 약주

 

이 천비향 택이는 오양주로 유명한 천비향 브랜드 중에서는 그래도 좀 대중적인 막걸리라고 하겠다. 오양주가 아닌 삼양주이고, 이전엔 8도로 출시했다고 한다. 지금 내가 리뷰하는 천비향 택이는 9도짜리로 도수는이제 살짝 높아졌지만, 그래도 이 택이의 부드럽고 더 캐주얼한 개성은 잘 지켜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이 '택이'라는 이름은 천비향을 생산하는 좋은술이 위치한 평택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평택에서 나온 술이어서 '택이'라는 이름이라는 걸 알고 왠지 더 친근감있게 느껴졌다.

 

다섯 번 덧술을 입힌 오양주이자 14도 짜리 전내기인 천비향 생주와 비교하면 확실히 그윽함이나 깊은 맛은 살짝 줄어들었지만, 잘 발효된 누룩으로 승부하는 쿰쿰한 술의 개성이 정말 좋았다. 이 술은 단맛이나 톡 튀는 산미는 그리 강하지 않고, 누룩의 발효된 맛이 깊게 퍼지고, 구수한 쌀 본연의 고소함이 두드러진다. 어려운 맛이지만, 그래도 중독적이고 참으로 고급스러운 맛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술을 마실 때면 늘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희양산 막걸리가 떠오른다.

2022.09.2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15도 - 2번째 리뷰 (@미러볼 밥술상)

2022.06.1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15도 (경북 문경 두술도가)

2022.06.0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9도 (경북 문경 두술도가)

 

향 또한 매우 재미있다. 잘 익은 누룩취를 중심으로 부드러운 과실향과 곡식의 고소함이 깊고 진하게 퍼진다. 향에 있어서는 좀 더 발효된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훌륭한 술이다. 향은 단순하면서도 강하다. 직선적인 발효취가 마음에 든다. 맛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분위기를 돋구는 그런 향이다.

 

질감은 중간 이상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다. 탄산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아주 녹진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질감에서도 고급스러움이 그저 흘러넘치는 느낌이었다. 천비향은 확실히 술을 고급스럽게 만든다.

 

어쩌면 이 술을 마시면서는 흔한 '맛있다'라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부드럽게 달지도 않고, 독특한 신맛이 있는 것도 아니며, 향과 질감에서도 부드러움보다는 고급스러움이 먼저 느껴지는 그런 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탁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분명 이 술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만큼 잘 만들었고, 또 마시기 좋은 술을 만들어 냈다. 

 

술을 마시면서 정말 사람을 사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세상에 정말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듯이, 술도 그렇다. 이 천비향 가족 사람들은 다소 귀족적이고 다가가기 어렵고, 즉물적이고 자극적인 아름다움은 조금 없을 수도 있지만, 만나면 만날 수로고 깊이가 있고, 아주 좋은 가정에서 자라났으며, 잘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 따지고 보면 아주 잘생기고 몸매도 좋은 그런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엔 좀 가슴아픈 일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더 술이 깊게 들어오는 것 같다. 다행히 들어오는 술이 좋은 술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부러 독주를 마시거나 폭음을 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부끄러운 자신을 마주해야 할 때 가끔은 그냥 맨정신으로 반추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을 좋은 술과 함께라면 그래도 반성하고 직시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