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서 만난 막걸리다. 이전부터 마트에서 종종 보아 온 막걸리인데, 이번에 보니 예쁘게 라벨을 리뉴얼 하였기에 망설이지 않고 마셔 보았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뚫은 몇몇 가성비 막걸리들은 분명히 훌륭하기는 하나, 희소성은 역시 떨어지기에 자꾸만 마시는 걸 미뤄 두다가 이렇게 무슨 이벤트가 있을 때 마셔 보곤 한다.
특히 우리술 같은 경우에는,주로 이렇게 탄산이 많이 들어가고 또 달콤한 맛이 강조되는 부재료 (땅콩, 알밤, 고구마, 옥수수)를 넣은 살균탁주를 만들고 또 가평 잣막걸리로도 유명하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약간 너무 캐주얼한 느낌이 있어서 피하고 있었다.
우리술은 기업화가 되어 꽤 자본력이 있는 회사 답게 홈페이지도 잘 만들어 놓았다.
보는 바와 같이, 매출 150억 대에, 영업이익이 한 3~5억씩은 나는 엄청난 알짜 회사다. 주주는 100% 개인 가족 소유다. 탁월한 사업 감각을 지닌 사람이 안정되게 경영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곳의 술은 역시 편견없이 마셔 볼 필요가 있다. 진짜 대중이 어떤 술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고, 또 스테디 셀러와 안정적인 사업실적이란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즉, 맛이 없다면 이룰 수 없는게 바로 막걸리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사업이다.
먼저 맛이다. 병에 우선 '대폭발 주의'라는 경고문과 함께 어떻게 하면 탄산을 잘 빼내고 개봉할 수 있는지를 적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마셔 보니, 탄산이 거의 사이다처럼 올라왔다. 강탄산은 강탄산이었다. 톡톡 튀어 올라와 실제로 입을 가져다 대면 코끝을 치는 탄산의 귀여운 펀치가 지나가고 나면, 잘 만든 가성비 막걸리 특유의 진한 단맛이 입안을 적셔 준다. 매우 만족스럽다. 정말 떙볕 아래 마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술의 술 중에서는 가평 잣 막걸리보다 이 톡생막걸리가 더 좋은 것 같다. 산미는 거의 없고, 달고 청량하다.
향 또한 아주 표준적이다. 장수막걸리나 지평 막걸리같이 전국의 마트와 편의점의 매대에 놓여있는 인기 가성비 막걸리의 그 향이다. 달큰하지만 역하지 않고, 라이트하지만 또 깔끔하여 부담이 없고 소박한 향이 좋다. 이 술 역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종원 선생의 빽보이 라는 약간 잘 안풀린 브랜드가 있는데, 그 빽보이에서 나온 OEM 술 중에 '막이오름'이라는 막걸리가 있다. 그 술을 우리술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그 솜씨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3.05.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막이오름 (백종원 체인, 경기 가평 우리술 제조)
전반적으로 정말 가공 먹거리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 느낀다. 과거 내가 일본에 가면 거기 편의점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서 놀란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 편의점 음식들도 다 맛있다. 그리고 이런 가성비 막걸리의 퀄리티도 날로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여전히 아주 가끔 200번에 1~2번 정도 마시고 머리아파지는 막걸리를 만나기도 하지만, 예전에 막걸리 = 머리아픈 술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하겠다.
질감은 정말 화려한 탄산 그 자체다. 탄산 후에 따라오는 가볍고 라이트한 바디감 역시 매우 상쾌하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양조장 답게 물의 질도 뛰어나다. 상큼하고 시원한 이 막걸리의 청량함은 역시 좋은 물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공허한 시간이 계속 지나간다. 뭔가가 비어있는 것 같다. 일은 점점 바빠지는데, 그리고 좋은 일들 뿐인데 혼자만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막걸리로 약간의 불안을 달래 보면서 눈을 감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계속 일을 한다. 역시 생각보다 마음 먹고 일을 하니 또 일의 양이 팍팍 줄어든다. 늘 그렇다. 늘 불안이 먼저 다가오고, 막상 덤벼 보면 (물론 때론 크게 당할 때도 있지만) 또 어떻게든 되는게 우리 인생이 아닌가 싶다.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막걸리 업계의 회사들처럼, 그렇게 매일의 영업을 하며 발전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겨내자.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 나가자.
시원한 가성비 막걸리 한 잔을 통해 또 한번 스스로를 반성해 보고, 약간의 위안을 얻어 보았다. 추천할 만한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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