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씨가 최근 막걸리 사업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전에 소개한 백걸리도 있지만,
2022.08.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백걸리 (백술도가)
백술닷컴 홈페이지에서 여러 좋은 막걸리들을 판매하고도 있다 (백술닷겈 우리술장터).
https://www.paiksool.com/goods/goods_list.php?cateCd=033
여기서도 흥미로운 술들을 많이 파는 만큼, 앞으로도 종종 이용할 생각이다.
거기에 더해서, '막이오름'이라고 하는 전통주 / 막걸리 전문 체인을 또 전개하고 있는 것 같던데, 정말 이 분은 사업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추진력으로 하는 분 같다.
https://www.theborn.co.kr/theborn_brand/%EB%A7%89%EC%9D%B4%EC%98%A4%EB%A6%84/
얼마 전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가, 백종원의 피자체인인 빽보이의 몇몇 지점에서 위 막이오름 체인의 시그니처 막걸리인 '막이오름'을 함께 배달해 준다는 걸 알고, 간만에 피막 (피자 + 막걸리)을 때렸다.
몇 천원 더 높은 배달비를 지불하고 빽보이의 한 체인에서 막이오름 막걸리를 배송받은 것이다.
막이오름 막걸리는 먼저 살균탁주였다. 아마 맛의 품질을 균일하게 하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는 필연적인 선택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균탁주는 유통기한도 1년으로 길어진다. 이래저래 가성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적인 제품인 것이다.
게다가 이 막이오름 막걸리는 백종원 대표가 백걸리를 만드는 '백술도가'에서 만들고 있는 술이 아니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주)우리술에서 이 술을 만들고 있었다. 아마 레시피를 협의하고 이 (주)우리술에서 OEM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 점에서도 사업가의 진한 향기를 느꼈다. 아... 이렇게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실망감도 느껴졌다. 뭐 사실 내가 실망을 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나는 뭔가 속은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건 진짜 팔기 위해 만드는, 그런 체인점같은 막걸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막이오름' 막걸리는 아스파탐을 넣지 않았고, 그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타과당' 을 넣어 달콤하게 만들었다. 사실 기타과당을 넣어 만든 술로는 아래 배상면 주가의 느린마을 시리즈들이 있다.
2023.03.2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느린마을 방울톡 (배상면주가)
2022.04.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느린마을 늘봄막걸리
그러나 과연 아스파탐을 넣지 않고 기타과당을 넣은 것이 건강에 좋은가? 하는 것은 완전 별개의 이야기 같다. 나는 거꾸로 과당을 넣었다면,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당류 %를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막이오름 막걸리도 위 느린마을 시리즈 (느린마을 방울톡, 느린마을 늘봄막걸리)와 상당히 유사한 맛을 낸다. 뽀얀 색의 순백색 액체는 설화담이나 담은막걸리를 떠오르게 한다.
역시 이런 저런 말을 했지만, 이 막이오름도 상당히 연구를 해서 만든 막걸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다양한 막걸리들이 연상될 만큼 상당히 복합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고, 여러 막걸리들의 장점을 취합해서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정도 되면 백종원씨에게 정말 존경심이 들 정도다. 그리고 지난 몇년간의 막걸리 기행이 보람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막이오름을 마시면서 다양한 막걸리들을 연상하고, 어디에서 무슨 영감을 받아 이 막이오름 살균 막걸리를 디자인한 것인지를 나름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가성비 막걸리나, 쌀만을 쓰는 프리미엄 막걸리와는 다른 종류의 약간 유치하고 잔당감이 남는 달콤함이 바로 기타과당을 쓴 막걸리의 특징이다. 게다가 이 막이오름 막걸리에는 '이산화탄소'도 넣었다. 즉, 사람들이 청량하고 시원하다고 느끼는 탄산의 수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아,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맞춤형으로 만든 막걸리다 보니, 도저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내 스스로도 마시면서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음식이나 음료 (술이나 차 포함)을 즐길 때, 항상 아래와 같은 태도를 견지하려고 조심한다.
-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고, 맛없는 걸 맛없다고 하자. 분위기, 가격, 만든 사람 다 상관 없이
- 한잔에 100만원 짜리는 100만원 짜리 답게 즐길 줄 알되, 동시에 100원짜리 믹스커피의 맛과 매력도 그대로 인정할 줄 알자 (보통은 하이엔드를 경험하게 되면, 싸구려는 이제 더이상 즐기기 못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생각엔 백종원 대표도 딱 이런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백걸리와 같은 제대로된 프리미엄 전내기도 만들 줄 알지만,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서 이 '막이오름' 과 같은 맛있고 대중적인 막걸리를 아스파탐을 쓰지 않고 만든 것이 아닐까?
향 또한 명료하다. 기타 과당에서 오는 달콤함이 훅 들어오고, 술의 누룩취나 막걸리의 달큰한 향 중 '큰'에 해당하는 향은 거의 과당의 달콤한 향으로 마스킹해서 지워버렸다. 그 결과 정말 즐기기 좋은 달콤한 향만이 남아 계속 다음 잔과 안주를 부른다. 안주로 먹었던 빽보이 피자도 솔직히 정말 맛있었는데,이 달콤한 막이오름과 함께 먹으니 단・짠의 콤보가 환상이었다. 요새 체중 조절 문제로 저녁을 좀 줄이고 있었는데, 간만에 빠져들듯이 피자를 craving (탐닉하는 것처럼 먹기) 했다.
질감은 매우 부드럽다. 알콜 도수가 5.5도로 살짝 낮은 것도 큰 매력이다. 적절히 시원한 탄산이 느껴지면서, 위에서 언급한 담은 막걸리처럼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을 갖추었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한 병을 비워낼 수 있을 정도로 부담없이 잘 넘어간다. 잔당감이 다소의 단점이기는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정말 부담없고 괜찮게 한 병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질감이다.
솔직히 MZ세대를 위해서는 거의 모범답안이 아닐까 할 정도로 훌륭한 막걸리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기존의 가성비 막걸리 메이커들도 꼭 한 번 참조해야 할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막걸리를 만들지 못하면, 어쩌면 앞으로의 시장확대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주)우리술이나 이런 대중적인 막걸리는 정말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항상 시험적인 술을 만들고 막걸리의 대중성을 탐구하는 (주)우리술이나, 대한민국이라는 시장 상황에서는 거의 천재적이라고 할 만한 백종원 대표의 감각을 꼭 배워야 한다.
아래 월간식당의 기사를 마지막으로 첨부한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044862&memberNo=36529745&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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