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역의 가성비 막걸리다. 천안 지역의 술로는 아래 천안 쌀 생 막걸리가 유명하고, 편의점에서도 자주 보이는데,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의 '입장 탁주'를 발견하여 바로 구매해 보았다.
2021.11.0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천안 쌀 생 막걸리
이종호의 '막걸리를 탐하다'에서 선정된 아산 막걸리나, 음봉 막걸리의 맛으로 대표되는 충남의 농촌지역 막걸리들은 분명 그 특징이 있다. 매우 소박하고, 약간 드라이하고, 또 참 고소하다.
<충남 지역 막걸리들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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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신 천안의 '입장탁주' 역시 고소하고, 나름 드라이한 막걸리였다. 잘 튀겨진 뻥튀기를 먹는 듯한 맛이 나는 그런 소박한 막걸리다. 국내산 쌀의 고소함과 외국산 팽화미의 포만감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편안하고 익숙한 막걸리의 달큰함과 함께 기분좋은 맛을 자아낸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맛이지만, 또 깊이 맛을 보면 특유의 농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뻥튀기와 밀의 고소함의 끝에 살짝 풀향기가 느껴지는 씁쓸한 식물성의 맛이 느껴진다. 약간 들풀의 맛 같은 느낌이나, 구체적으로 짚어서 표현하기가 어렵다. 생쌀을 먹었을 때나, 솔잎을 씹었을 때, 또는 쓴 나물을 먹었을 때의 그런 맛이 뒷맛으로 느껴지는 것이 흥미롭다.
향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향은 약한 편이고,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잘 발효된 누룩의 향이 곱게 피어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달큰한 막걸리의 향을 베이스로 하여, 누룩취를 즐길 수 있는 단촐하고 깔끔한 그런 향이 난다. 알콜 도수가 7도로 일반적인 막걸리 (보통 6도다) 보다는 높음에도 불구하고 향이 약한 것이 특이했다. 막걸리를 열 때에 병을 흔들다가 뚜껑 개봉 전에 몇 방울 병 밖으로 튀어 나와 이를 손으로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손에도 향이 많이 남지는 않았다.
질감은 다소 라이트한 편이다. 중간 정도의 탄산감이 있고, 지게미도 가볍다. 잘 흔들어 마시지 않으면 금방 묽은 술을 마시게 된다. 컵에 따라 두어도 금방 지게미가 가라앉는다. 병의 라벨을 보면 이 '입장탁주'는 2009년 전통주품평회에서 생막걸리 부문 은상 수상, 2010년 월드컵 캠페인과 함께 진행하였던 막걸리 16강에 선정, 2010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우수상, 2012년 다시 한번 우수상을 수상한 제품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2010년 까지는 주목을 받던 술이었던 듯 한데, 엄청난 수로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등장하고, 각종 특이한 막걸리들이 나오게 된 이후에는 약간 잊혀진 그런 술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기본에 충실하고, 맛도 좋은 이러한 가성비 막걸리가 필요 이상으로 푸대접을 받는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막걸리를 단독으로 즐기기에는 다소 심심하고, 음식과 함께 곁들여 마시면 좋은 그런 가성비 막걸리이지만, 충분히 친근하고 좋은 맛을 내는 그런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찾아마실 것 가지는 없겠지만, 발견했을 때엔 한 번 마셔 보아도 충분히 좋을 그런 막걸리이다.
간만에 천안 지역의 술을 마셔 보아서 좋았다. 천안은 인구도 많고 나름 쌀 농사도 많이 짓는 지역인데 가까운 도시인 경기도 안성시와 달리 자체 막걸리 브랜드가 적은 듯한 인상을 받는다. 앞으로 혹시 기회가 된다면 천안 지역의 막걸리들도 좀 더 찾아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박하고 단순한 술을 마시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2010년대 이전 등록번호를 가진 오래 살아남은 막걸리들을 좀 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새롭고 비싼 막걸리도 좋지만, 역시 막걸리의 묘미는 예전에 나온 가성비 막걸리나 과거 스타일의 가양주 / 프리미엄 스타일 막걸리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지만 서두르지 말고 즐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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