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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찰진 (7%, 전남 목포시, 남도가양주)

by FarEastReader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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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을 처음 개봉했을 때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한 잔을 따랐다. 그러나 딱 한잔 맛을 보는 순간, 독특한 맛에 깜짝 놀랐다. 마치 아침햇살 같은 쌀음료를 마시는 것 같은 독특하고 개성적인 단맛이 훅 퍼지면서 다른 막걸리와는 확연이 구분되는 새로운 맛을 선사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술은 요즘 (2020년대 초) 갑자기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갈비 고깃집 체인 청기와타운에서 갈비와 함께 곁들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먼저 맛이다. 처음에 쓴 것처럼 약간 웅진식품의 아침햇살을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달콤한 단맛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결코 진하게 달지 않다. 연하게 달콤한, 담백한 단맛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산미는 거의 없고, 탄산도 없다. 그렇지만 부드럽게 스며드는 단맛과 희미하게 풍기는 쌀의 고소함이 무척 매력적이고, 질리지 않는다. 재료는 정제수, 찹쌀 (국산), 멥쌀 (국산), 누룩(밀) 뿐인데, 어떻게 또 이렇게 새로운 맛이 나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유행하는 과실향이 풍기는 진득한 막걸리가 아니라, 부드럽고 담백한 단맛으로 승부하는 막걸리라서 더욱 좋았다. 천편일률을 거부하고, 재료의 장점을 살려 순수한 맛을 뽑아낸 양조장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이름이 찰진 이어서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맛을 보고는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낼 수 있었다. 조금 살펴보니, 이 남도가양주에서 만드는 찰진막걸리는 예로부터 조선시대에 대중적으로 널리 빚었던 '석탄향'주조법을 현대 양조 기술로 다시 재현하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멋을 부려 술 이름을 '석탄향' 정도로 짓고 유리병에 넣어 팔았다면 500ml 정도에도 만원을 넘는 가격에도 분명 팔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 역시 좋았다. 연하고 부드러운 맛과 일맥상통하면서 향에서는 살짝 사과향이 배어나와서 매우 좋았다. 상큼하고 시원한 향이라고 생각한다. 향의 시작과 끝에서 쌀의 고소함과 누룩의 기분 좋은 희미한 발효취를 맡아 낼 수 있는데, 향 전체가 상당히 순수한 느낌이 들었다. 향 측면에서도 강렬한 이미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감탄할 만한 성격을 가진 술이었다.

 

질감은 매우 라이트한 편이다. 지게미도 거의 느낄 수 없었고, 탄산도 산미도 없어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벌컥벌컥 마시기보다, 조금씩 따라서 입 안을 축이는 정도로만 마시고, 다른 음식의 맛을 보면서 조금씩 곁들이면 정말 좋은 그런 술이었다. 

호남 지역의 술 중에는 정말 개성적인 술이 많다. 역시 음식은 호남이구나, 하는 것을 술을 마시면서도 느낀다. 확실히 좋은 은 쌀이 많고, 음식에 대한 기준이 높은 지역인 만큼, 막걸리도 상당히 개성적이고 수준 높은 것이 많다. 언젠가 정말 남도 식도락 + 막걸리 여행을 떠나 보고 싶다. 잊고 있던 그 소망을 다시 불러일으킬 만큼 훌륭한 술이었다. 네이버 술마켓 등지에서 구할 수 있으니 꼭 한 번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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