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너디 블랑 (5%, 경북 상주시, 상주주조)

너디 시리즈의 술이다. 거의 믿고 마시는 브랜드이긴 한데, 최근 제품 출시가 잦아져서 살짝 퀄리티가 괜찮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우선 믿고 마셔 보기로 했다.

<너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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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너디 시리즈는 6도 이하의 저도 막걸리를 중심으로 다소 마시기 쉽고 개성적인 맛을 추구하는 브랜드이다. 소위 힙함을 추구하는 '힙걸리' - 내가 지금 만든 말이다 - 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막걸리의 맛과 향에서 나름 고집과 정성을 느낄 수 있고, 또 막걸리들의 맛이 개성적이어도 늘 균형도 잘 잡혀있고 꽤 맛있었기 때문에 나름 기대가 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번에 마신 너디 블랑 (Nerdy Blanc) 역시 독특한 술이었다. 뒷면 라벨을 살펴보니 로즈마리와 타임 이라는 것이 들어가 있는데, 이 타임이 낯설어서 조금 찾아 보니 Thyme 이라는 서양 허브이며, 향신료로 쓰이는 허브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백리향이라고 하며, 재미있는 건 철자가 th로 시작하지만 /θ/발음이나 /ð/발음이 아니다. 발음은 time과 같다. 철자와 발음의 혼란에 주의.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 공통으로 /taim/이라고 발음한다는 사실이었다. 뭐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이 너디 블랑을 마시면서 떠오르는 의외의 막걸리가 있었다. 바로,

솔의 눈 맛이 살짝 났던 '솟솟막걸리'였다.

2022.05.1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솟솟막걸리 (서울장수)

술 추천: 솟솟막걸리 (서울장수)

 

그러고 보니 이 너디 블랑 (Nerdy Blanc)이라는 이름도 이해가 되었다. 프랑스어로 흰색을 뜻하는 Blanc 블랑은, 몽블랑이라는 산 이름처럼 뭔가 차갑고 시원하게 하얀 느낌을 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으로, 실제 프랑스어 뉘앙스와는 상관 없음). 그래서 그런지 이 너디 블랑의 청량하고 화한 느낌과 잘 어울리는 작명 같았다. 실제 위에서 설명한 타임 뿐만 아니라, 함께 재료에 포함되어 있는 로즈마리 (영어: rosemary) 역시 바늘 같은 잎을 가진 여러해살이 식물로, 민트와 같은 과에 속한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허브이며 푸른 잎과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어 이 화한 느낌을 잘 살려 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너디 블랑 역시 원주 자체가 아주 고소하고 또 적당하게 달콤한 맛을 유지하도록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막걸리 특유의 산미와 달콤함, 그리고 고소함이 타임, 로즈마리의 향기로운 민트향과 잘 어우러져셔 독특한 상큼함을 전달한다. 이런 개성적인 막걸리를 접할 때면 정말 막걸리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향 역시 재미있었다. 잘 만든 쌀막걸리 특유의 메론향이 그윽히 퍼지는 가운데,  로즈마리와 타임의 알싸하고 화한 민트향이 어우러지면서 상당히 청량한 느낌을 준다. 향 측면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럽고 개성적인 술이다. 이렇게 확실한 컨셉과 훌륭한 조합을 보여주는 술을 접할 때면 매우 기분이 좋다. 이 너디 블랑은 그냥 안주 없이 차처럼 조금씩 즐겨도 충분히 즐거울 만큼 재미있는 맛과 향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질감이다. 아주 약한 탄산감에 중간 보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을 가졌다. 다른 너디 브랜드 제품 중에서는 살짝 라이트한 편이었다. 지게미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역시 민트와 상큼한 산도가 느껴지는 맛과 향이 있는 만큼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술 자체는 아주 깔끔하게 넘어간다. 역시 좋은 물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마셔 본 여러 너디 제품들은 모두 잘 넘어가고 깔끔한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상주주조의 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세상에 넘쳐나고, 또 새로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여러 '힙걸리' 중, 단연 가장 잘 만들어진 것이 이 '너디'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자 한다. 이 술 역시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으니 한 번 드셔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