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핫한 막걸리로 경상북도 상주시의 '상주주조' 또는 '너드 브루어리'로 알려진 곳에서 나오는 너디 시리즈가 있다. 이전에 마셔본 너디 펀치와 함께, 이번에 너디 호프 드라이 (Nerdy Hope Dry)를 마셔 보면서 두 종을 마셔 보았다.
<너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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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호프라고 해서 맥주에 들어가는 Hop (홉)이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홉과는 상관이 없는 상품이었다. 오히려 바질향이 특징적인 술이었다. 순수한 막걸리 (물, 정제수, 누룩으로만 만든 것, 합성감미료 없는..)에 바질을 넣어 초록색 색채를 띄고 바질의 맛이 나는 그런 막걸리였다.
이 술은 정말 잘 만든 술이다. 바질이라는 낯선 재료를 선택한 것도 용감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보인다. 5도로 도수가 낮아 한층 부드럽게 느껴지는 잘 만든 막걸리의 단맛과 새콤함이, 바질의 무게감 있는 독특한 향미와 아주 잘 섞인다. 술 자체에서도 아주 고운 단맛과 기분 좋은 새콤함이 잘 느껴지고, 특히 이 새콤함은 과실의 새콤함이 아닌 막걸리에서 느낄 수 있는 발효된 산미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단조로울 수 있는 이 맛을 바질의 이국적인 맛이 아주 두텁게 채워 주고,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도 바질을 뚫고 올라오는 약간 파인애플 같은 느낌의 달콤함이 귀여웠다.
향 또한 바질 향이 강하지만, 막걸리 원주 자체의 매력이 담뿍 담긴 달큰함이 매우 좋았다. 알콜 도수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향 자체가 힘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너디 시리즈는 사실 이렇게 5도 짜리로 만들게 아니라 14도 짜리 전내기 원주를 내도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낮은 도수의 트렌디한 술을 만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살짝 너무 캐주얼하고 힙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향으로 보았을 때에는 전통적인 느낌의 쌀 막걸리의 향이 상당히 잘 살려져 있는데 이를 그냥 묻히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감은 다소 바디감이 있는 편이다. 특히 바질이 들어가면서 더욱 묵직해 진 느낌이다. 너디 펀치와는 달리 바디감이 없지만, 탄산감은 거의 없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이래 저래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매우 재미있게 여겨졌다. 소규모 양조장인만큼, 라인 구분 등이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개성이 다른 술을 나누어 만들어 내는지 궁금할 뿐이다. 참 양조의 세계는 속이 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상주주조, 혹은 너디 브루어리의 너디 시리즈를 좀 더 마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술들이 나오는 순간을 살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언젠가 막걸리가 와인처럼 세계에서 대접받고 전 세계의 쌀이 나는 지역에서 양조되는 날이 오려나? 예전에 한 인도음식 전문점에서 막걸리 비슷한 인도 술을 마셔 본 적이 있는 걸 떠올려 보면, 이런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도 계속 응원해 주고 싶다. 어쨌든 매우 기분좋은 한 잔 이었다. 좋은 술은 정말이지 인생을 훨씬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이 술은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에서 전통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3/04/20/GW7RM4DGK5FKXPCOJMOKFHXP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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