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막걸리는 역시, 도수가 높은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물을 타서 연하게 만들면 마시기는 쉬울 수 있을지언정, 역시 진짜 술의 참 얼굴을 만나기는 쉽지 않게 된다.
막걸리는 원래 증류주가 아니기에 와인과 마찬가지로 14도~16도 정도로 만들어지게 되나, 거기에 물을 타는 방식으로 도수를 조절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막걸리의 도수는 대부분 6도 정도이지만, 그래도 10도 이상의 막걸리를 만나면 나는 무조건 그 쪽을 먼저 마셔 보는 편이다.
이번에 마신 보령미주도 역시 제대로 된 막걸리를 신년들어 한 번 마셔보고 싶어 인터넷을 통해 주문해 보았다. 다양한 막걸리를 접해 보았지만, 여전히 이 무궁무진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식지 않는다. 물론 와인과 같은 전세계적 술과 비교하면 작은 세계겠지만, 막걸리를 마시면서 정말 한국도 얼마나 크고 다양한 세계인가를 새삼 실감하곤 한다.
이번에 마신 보령미주는 산미가 매력적인 술이다. 처음엔 쌀의 고소함과 단맛이 두드러졌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마치 사과 한 입을 베어 문 듯한 부드럽고 인상적인 산미가 아주 즐겁다. 백미(국내산) 30%, 찹쌀 (국내산) 20%, 누룩 (밀 함유) 5%라고 하는 단촐하고 또 믿음직스러운 재로 구성이 수긍이 되는 순간이다. 아래 브런치 기사에서 맛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새콤달콤하고, 과하지 않은 과실 풍미와 요구르트 같은 산미가 정말 좋다.
<2023년 충남 최고의 탁주 중 하나 - 보령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탁주 '보령미무'를 음주해 보았다>
https://brunch.co.kr/@907a53cbaccf482/202
부드럽고 정석적인 맛, 그리고 새콤달콤한 사과 같은 뉘앙스에 뒷 맛으로 남는 막걸리의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정말 잘 구조화되어 있다. 막걸리에서 이렇게 구조화된 맛을 느끼는 건 참으로 오랜만인다.
향 또한 강한 편이다. 알콜이 12도 정도로 높은 만큼 향이 진하다. 약간의 알콜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확실히 새콤달콤한 향이 주류다. 사과와 참외의 과육의 향이 지배적이고, 그 뒤에 쌀의 고소함이 싹 퍼지는 구조다. 향과 맛이 모두 매우 구조적이다. 마치 요구르트나 아니면 새콤한 향을 가진 맛있는 캔디류의 향이 쓱 지나가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큰한 막걸리의 향과 고소한 쌀의 향이 짧지만 굵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맨 끝에는 살짝 들판의 흙과 풀잎향이 난다. 막걸리 중 드물게 향이 강하고 또 복합적인 그런 술이다.
이 술의 질감은 탄산이 거의 없고, 알콜도수가 12도로 다소 높음에도 불구하고 알콜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중간 정도의 바디감에 아주 적절한 수준의 지게미가 깔끔함을 더한다.
보령미주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도 없고 다소 낯설 수도 있지만 꼭 마셔보길 권한다. 정석적이고 깔끔하며 아주 만족스러운 한 잔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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