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표적인 막걸리 불로 막걸리를 마셔 보았다. 대구의 죽전네거리에 있는 한 삼계탕 집에서 맛있는 삼계탕을 안주로 함께 마셨다.
이전에 부산의 생탁에 대해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생탁 막걸리가 '부산'을 대표하였듯이, 이 불로 막걸리 역시, '대구'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그런 막걸리다.
2022.09.12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생탁 (부산)
먼저 맛이다. 시원한 탄산감과 막걸리의 전형적인 달콤함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달지는 않다. 이 점은 장수나 생탁과는 살짝 차별화되는 불로 막걸리만의 장점인 것 같다. 지역적으로 보면 대구와 부산이 역시 또 같은 경상도라고 해도 다른 느낌이 있는데 (예를 들어 부산은 항구고,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그리고 말도 물론 다르다. 부산은 경남 방언, 대구는 경북 방언 등등), 그 차이가 술에서도 나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새콤함이나 쓴 맛은 찾기 어려웠고,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인 맛이었다. 나는 이렇게 단순한 막걸리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오히려 기교가 들어간 막걸리류에는 좀 손이 안가는 편이다. 특히 살균 탁주 베이스에 여러 인공적 맛을 첨가한 것들 말이다. 뭐 물론 유자, 땅콩 등등이 들어간 여러 막걸리들에 대해 좋은 리뷰를 남기기는 했지만, 많은 경우는 차라리 스트레이트한 것이 제일 좋다. 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여튼 이 불로 생막걸리의 맛 또한 아주 스트레이트 하다. 막걸리의 전통적인 달콤함을 베이스로 아주 기본적인 산미와 고소함을 갖추었다. 경북 지역에서는 이 불로 생막걸리에 사이다나 꿀을 타서 마신다고도 하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잘 되었다. 굉장히 순백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막걸리였다.
향 또한 평범했다. 하지만 역시 잡내나 역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확실히 대량 생산과 품질관리가 되는 술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딱히 향에서 장점을 취할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이런 절제된 향에서 맛의 깔끔함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확실히 많이 팔리는 술들은 특유의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장점은 단순히 머리로 상상하는 것과 매우 다른 경우가 많다.
질감은 적절한 탄산감과 6도의 표준적인 알콜에서 나오는 기분좋은 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질감은 라이트한 편이고, 지게미가 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잘 흔들어 마시면 그렇게 가루감이 강하지는 않다. 라이트해서 그런지 대구 지역의 여러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한식 전반과도 스며들듯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상도 지역의 막걸리 중 좀 유명한 것들, 예를들어 복순도가 막걸리나, 금정산성 막걸리 등이 모두 새콤함 - 특유의 산미로 유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생탁이나 이 불로 막걸리처럼 달콤하고 라이트한 막걸리라는 점이 재미있다. 아, 울산의 태화루 막걸리는 새콤하니 좀 예외이지만... 이는 마치 역시 대중적으로 제일 잘 팔리는 맥주가 결국엔 발포주나 라거류 라는 것과도 참 비슷한 현상인 것 같다.
막걸리 한 잔 하며 4분기 어떻게 보낼 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술에서도 여러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불로 생 막걸리도 기본적인 깨끗함의 가치를 한 번 생각해 보게 했다. 치열한 막걸리 시장에서도 살아 남은 이런 막걸리를 마시면서 나를 반성해 본다. 나는 과연 이런 가치를 세상에 제공하고 있는 걸까... 남들이 쉽게 가성비 막걸리라고 하는 것도 제대로 만들고 시장을 뚫고 지켜 내려면 정말 힘이 든다. 좀 더 정신 차려서 제대로 달려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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