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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황칠 생 막걸리 (순천)

by FarEastReader 202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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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에서 파는 전라남도 순천 막걸리를 발견했을 때,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도 '타지역에서 판매되는 막걸리는 맛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막걸리 선정 원칙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 대구지역의 마트에서 몇달에 걸쳐 이 황칠 생 막걸리가 유통되는 것을 보고,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조금 찾아보니, 이찬원이라고 하는 트로트가수를 써서 약간 유명세를 얻은 것 같다. 처음엔 그래서 타지역 마트에도 들어왔을 수 있겠지만, 이찬원씨의 얼굴이 제품에서 사라진 지금에도 이렇게 잘 팔리고, 심지어 별로 호남과 큰 관련이 없는 대구에서도 몇달째 팔린다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이 술은 먼저 다른 술과 달리 황칠과 벌꿀이 들어간 것을 특색으로 하고 있다. 벌꿀이 들어간 것은 대대포 막걸리도 있었으나, 역시 황칠이 들어간 것은 처음 본다.

2022.07.0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대대포 블루 죽향도가

여튼 전체적으로 황토색 계열의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호감도가 올라갔다.

인삼나무 황칠이 들어가 있음을 강조

 

한 잔 곱게 따라서 쭉 마셨을 때 드는 첫 느낌은, '어, 새롭다' 였다. 뒤에 살짝 따라나오는 약초의 맛 때문일까? 상당히 개성적인 술맛이 느껴진다. 같이 마신 사람은 이 술 맛있다며 야쿠르트랑 섞어 마시면 더 맛있을 거 같다고 하며 야쿠르트를 타 마셨다. 나 또한 이렇게 섞어 마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달달한 막걸리 맛에 새콤함이 그림자 처럼 따라 지나고 나면 살짝 황칠의 맛일지도 모를 약초의 맛이 살짝 변화구로 나오면서 맛 전체의 인상을 쌉쌀하게 바꾸어준다. 약간 녹차나 밀크티같은 절제된 찻잎의 씁쓸함이 느껴지면서 새로움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술은 향도 참 좋았다. 꽉 찼다고 표현할 수 있는 막걸리 향에 이어, 구수한 곡식 향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전남 순천 지역의 술이기는 하지만, 쌀 자체는 우리 국산쌀이 아닌데, 이렇게 쌀 향이 좋다는 것은 역시 발효기술이 좋다는 것이 아닐까 했다. 아울러 벌꿀이 들어가서 그런지 향에서도 살짝 막걸리 특유의 달달한 향이 아닌, 다른 종류의 달콤함이 느껴졌다. 후각은 확실히 예민한 감각인 것 같다. 금방 무뎌지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확실히 후각을 무시할 수 없다. 막걸리가 좀 더 좋은 술로 거듭나려면, 확실히 이 후각 부분에서 와인이나 위스키에 견줄만한 향이 나와 줘야 한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질감은 상당히 평범했다. 바디감은 라이트하고, 지게미의 느낌이나 액체의 질감 모두 소위 서울 장수 막걸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시기 좋았고, 부드러웠다. 탄산은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최근엔 탄산감이 적은 막걸리를 많이 만나서, 오히려 탄산감이 좀 있는 장수 막걸리가 은근히 그리워지기도 했다. 탄산이 전부는 아니지만, 약간 2천원 이하에 살 수 있는 이런 대중 막걸리를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즐기기에는 나름의 탄산감이 그리워 질 때가 분명히 있다. 알콜 도수가 5도여서 그리 높지 않아,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이다.

 

이 황칠 생 막걸리도 꽤 즐거운 술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전남 지역의 술이 해창막걸리도 그렇지만 맛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 외 지역의 막걸리도 정말 맛있는게 많지만... 앞으로도 계속 막걸리를 탐구해 나가 보고 싶다. 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자니, 예전에 마셨던 '꾼 막걸리' 라는 막걸리가 생각났다. 이 막걸리도 참 좋았는데 생각보다 유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2022.02.0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우리 쌀 꾼 생막걸리

 

술 추천: 우리 쌀 꾼 생막걸리

오랜만에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났다. 지평생막걸리에 이은 최대의 다크호스가 아닐까 싶다. 경북 성주군 성남면에 있는 직원 3명의 전형적인 영세 양조장인 (주)대명전통주에서, 아주 훌륭한

seoulindanger.tistory.com

 

좋은 술들이 꾸준히 만들어 지기를 응원한다. 특히 남도 지역에서 나오는 이런 좋은 막걸리들이 수도권과 서울에 잘 올라와서 더 큰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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