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에서 파는 전라남도 순천 막걸리를 발견했을 때,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도 '타지역에서 판매되는 막걸리는 맛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막걸리 선정 원칙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 대구지역의 마트에서 몇달에 걸쳐 이 황칠 생 막걸리가 유통되는 것을 보고,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조금 찾아보니, 이찬원이라고 하는 트로트가수를 써서 약간 유명세를 얻은 것 같다. 처음엔 그래서 타지역 마트에도 들어왔을 수 있겠지만, 이찬원씨의 얼굴이 제품에서 사라진 지금에도 이렇게 잘 팔리고, 심지어 별로 호남과 큰 관련이 없는 대구에서도 몇달째 팔린다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이 술은 먼저 다른 술과 달리 황칠과 벌꿀이 들어간 것을 특색으로 하고 있다. 벌꿀이 들어간 것은 대대포 막걸리도 있었으나, 역시 황칠이 들어간 것은 처음 본다.
2022.07.0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대대포 블루 죽향도가
여튼 전체적으로 황토색 계열의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호감도가 올라갔다.
한 잔 곱게 따라서 쭉 마셨을 때 드는 첫 느낌은, '어, 새롭다' 였다. 뒤에 살짝 따라나오는 약초의 맛 때문일까? 상당히 개성적인 술맛이 느껴진다. 같이 마신 사람은 이 술 맛있다며 야쿠르트랑 섞어 마시면 더 맛있을 거 같다고 하며 야쿠르트를 타 마셨다. 나 또한 이렇게 섞어 마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달달한 막걸리 맛에 새콤함이 그림자 처럼 따라 지나고 나면 살짝 황칠의 맛일지도 모를 약초의 맛이 살짝 변화구로 나오면서 맛 전체의 인상을 쌉쌀하게 바꾸어준다. 약간 녹차나 밀크티같은 절제된 찻잎의 씁쓸함이 느껴지면서 새로움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술은 향도 참 좋았다. 꽉 찼다고 표현할 수 있는 막걸리 향에 이어, 구수한 곡식 향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전남 순천 지역의 술이기는 하지만, 쌀 자체는 우리 국산쌀이 아닌데, 이렇게 쌀 향이 좋다는 것은 역시 발효기술이 좋다는 것이 아닐까 했다. 아울러 벌꿀이 들어가서 그런지 향에서도 살짝 막걸리 특유의 달달한 향이 아닌, 다른 종류의 달콤함이 느껴졌다. 후각은 확실히 예민한 감각인 것 같다. 금방 무뎌지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확실히 후각을 무시할 수 없다. 막걸리가 좀 더 좋은 술로 거듭나려면, 확실히 이 후각 부분에서 와인이나 위스키에 견줄만한 향이 나와 줘야 한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질감은 상당히 평범했다. 바디감은 라이트하고, 지게미의 느낌이나 액체의 질감 모두 소위 서울 장수 막걸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시기 좋았고, 부드러웠다. 탄산은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최근엔 탄산감이 적은 막걸리를 많이 만나서, 오히려 탄산감이 좀 있는 장수 막걸리가 은근히 그리워지기도 했다. 탄산이 전부는 아니지만, 약간 2천원 이하에 살 수 있는 이런 대중 막걸리를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즐기기에는 나름의 탄산감이 그리워 질 때가 분명히 있다. 알콜 도수가 5도여서 그리 높지 않아,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이다.
이 황칠 생 막걸리도 꽤 즐거운 술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전남 지역의 술이 해창막걸리도 그렇지만 맛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 외 지역의 막걸리도 정말 맛있는게 많지만... 앞으로도 계속 막걸리를 탐구해 나가 보고 싶다. 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자니, 예전에 마셨던 '꾼 막걸리' 라는 막걸리가 생각났다. 이 막걸리도 참 좋았는데 생각보다 유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2022.02.0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우리 쌀 꾼 생막걸리
좋은 술들이 꾸준히 만들어 지기를 응원한다. 특히 남도 지역에서 나오는 이런 좋은 막걸리들이 수도권과 서울에 잘 올라와서 더 큰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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