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계에서 또 하나의 진전을 이루어냈다. 크래프트 맥주에서 유명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ABC, Amazing Brewing Company)의 김태경 대표가 만들어낸 마크 홀리 막걸리가 그 주인공이다.
막걸리는 흔히 Rice Wine으로 번역하지만, 실제는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다는 점, aging을 시키지 않고 신선할 때 먹는다는 점에서 사실 beer에 훨씬 가까운 술이다. 그래서 맥주를 잘 만드는 사람들이 막걸리를 잘 만들 가능성도 훨씬 높다.
마크 홀리 막걸리에 대해서는 역시 술관련 좋은 기사를 많이 쓴 조선일보의 박순욱 기자님이 역시 발빠르게 커버해 주셨으니 링크를 참조 해 주기 바란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2/05/12/H5KJRM2OMJB5FAZ6C4YWESDP7I/
전통 누룩 (혹은 일제시대에 들어온 개량 누룩)을 쓰지 않고, 맥주 효모로 쌀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 바로 이 마크 홀리 막걸리다. 뭐 마크 홀리 (Mark Holy)는 눈치 챌 수 있는 것처럼 '막걸리'의 음차이고, 설명에 따르면 마크 홀리라는 미국인이 막걸리에 반해서 막걸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컨셉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즉 마크 홀리는 실존 인물이 아닌, 일종의 가상인물, 페르소나인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솔직히 이 컨셉은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서양 것을 동경하는 MBA 졸업한 컨설턴트 출신 김태경 대표의 취향이리라. 그러나 뭐 컨셉의 유치함을 뒤로 하고, 술 자체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김태경 대표의 크래프트 맥주 분야에서의 도전은 크게 존경하는 편이고,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훌륭한 글들의 애독자이기도 하다.
아래가 김태경 CEO의 블로그에서 그가 직접 쓴 마크 홀리 관련 포스팅의 링크다:
https://blog.naver.com/luckymetk/222717441447
사실 맥주와 비슷한 막걸리, 혹은 맥주 만드는 법을 이용한 막걸리는 이미 존재했다.
맥주와 비슷한 막걸리는 아래의 칠장주 (충남 청양) 막걸리가 있고,
2022.06.1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칠장주 (충남 청양)
맥주 만드는 법을 이용한 막걸리는 여러번 이 블로그에서도 언급한 DOK 막걸리가 있다
2022.04.2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DOK 막걸리
이 막걸리는 확실히 맥주의 기상을 갖춘 멋진 술이다. 맛은 우선 맥주를 연상시키는 상쾌한 쓴맛이 엷게 퍼져 있는 인상이다. 이 상쾌한 쓴맛은 결코 강하지 않지만, 이 술에 강력한 개성을 부여한다. 분명 달콤한 술이지만, 이 쓴맛이 적절히 단맛을 눌러주고 있고, 첫맛인 단맛이 지나가면 바로 쌀막걸리 특유의 신맛이 펼쳐지지만, 단맛과 쓴맛과 섞여 금방 사라진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다시 맥주를 연상시키는 상쾌한 쓴맛이다.
이 상쾌한 쓴맛이 없었다면, 사실 나루 생 막걸리나 DOK 막걸리에 눌리는 '달콤한 맛의 트렌디 막걸리'가 될 뻔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마크 홀리는 이 멋진 '상쾌한 쓴맛'으로 개성을 확보하고, 훌륭한 밸런스를 갖추게 되었다. 탄산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역시 전통 누룩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그런지 쿰쿰한 맛도 없다. 이들이 사용하는 효모는 '프렌치 세종 효모'라고 하는데, 성분 표시를 보면 '국'이라고 되어 있다. '국'은 누룩 아닌가? 이 점은 약간 혼란 스럽다. 그러나 술에서 누룩 특유의 향과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을 보아 아마 여기 써있는 '국'은 '프렌치 세종 효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막걸리는 요새 서울/경기 지역에서 나오는 젊은이들이 만드는 프리미엄 막걸리의 특성을 상당히 많이 공유하고 있다. 아마 '가양주 연구소'에서 동문 수학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달콤하고, 메론과 같은 과실향이 넘실대는 상큼한 향이 강하다. 전통 개량 누룩을 쓰지 않아 향기로움의 순도가 더욱 높다. 그리고 향에서도 슬쩍 맥주의 청량함이 느껴진다. 역시 이 길이 맞지 않나 싶을 정도로 좋은 향이다. 막걸리를 Rice Wine에서 RIce Beer로 되돌리기 위한 한 걸음이 향에서도 느껴진다. 어쩌면 일제시대 때 개량 누룩이 들어 온게 하나의 거대한 터닝 포인트였다면, 맥주 효모를 막걸리 발효에 쓰는 것이 다음의 트렌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질감은 꽤 바디감이 있는 편이다. 쌀의 함량이 다른 술보다 많이 높다고 하는데, 실제로 일반적인 막걸리처럼 세워 두면 맑은 층과 쌀층이 분리되지 않고 DOK 브루어리의 DOK 막걸리처럼 거의 전내기 수준으로 시간이 지나도 탁함을 유지한다. 확실히 곡물의 포만감이 느껴지며, 곡식가루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꽤 충실하게 곡식음료로서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술이다. 맥주를 '액체로 만든 빵' 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마크 홀리 막걸리도 '액체로 만든 떡' 같은 느낌이라고 하겠다. 물론 목넘김도 부드럽고, 뻑뻑하지도 않지만 은근 묵직하게 느껴지는 술이다. 참 재미있다.
이 마크 홀리 (Mark Holy) 막걸리는 정말 마케팅과 화제성에 걸맞는 훌륭한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해창막걸리, 서울 골드 막걸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개성적인 새로운 시대의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 나오는 새로운 막걸리 중에서 정말 좋은 막걸리들이 많지만, 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막걸리도 참 드물다고 생각한다.
약간 아쉬운 것은, 아무리 막걸리가 쌀로 만든 술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단맛이 강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어린'술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천년 넘는 막걸리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런 평가가 너무 과도할 수 있겠으나, 현재 시판되고 있는 막걸리를 기준으로 말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의 표준화와 고급화가 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 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뭐 복잡한 이야기는 접어 두고, 다시 막걸리가 주는 원초적인 시원함과 즐거움으로 돌아가 보면, 여전히 막걸리는 매력적이고 발전하는 술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마크 홀리 처럼 새로운 술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보면 일개 소비자인 나로서는 그저 경탄하고 응원을 할 뿐이다.
이 술은 아직은 오프라인에서 구하기는어렵고,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사서 마셨다. 한번에 3병을 사야 하고, 한 병당 7,900원으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치를 하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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