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향 생주를 드디어 마셔 보았다.
농업회사법인 좋은술에서 '천비향' 브랜드를 달고 나온 술들은 이전에 약주와 화주를 마셔보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탁주가 정말 맛있다는 추천을 많이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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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 덧술을 입혀 발효시킨 오양주인 천비향은 이 생주 (천비향 탁주)를 기본으로 하여 약주도 만들고, 화주도 만든다. 가히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은 천비향 생주이지만, 주종은 전형적인 탁주, 즉 막걸리이다. 고급 막걸리 하면 해창막걸리와 한국 가양주연구소의 서울 골드 등이 있지만, 역시 이들의 강한 개성과 달리 전형적인 모범생, 양반, 선비 같은 고급 막걸리를 이야기 하자면, 이 천비향 생주를 추천하고 싶다.
이 술은 생각보다 구하기 쉽다. 술담화 마켓에서도 팔고, 네이버의 술마켓이라는 스토어에서도 판다. 해창막걸리 18도나 서울 골드가 제한된 판로만을 가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역시 좀 더 접근성이 좋은 편이 훌륭한 술이라고 생각한다.
맛은 드라이함과 달콤함이라는 상반된 느낌이 동시에 드는 술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실은 드라이 한 술임에도 불구하고 알콜 도수가 14도이기 때문에 일반 막걸리보다 도수가 많이 높으므로 막걸리의 단 맛이 훨씬 부각되어 느껴진다. 비슷한 현상이 와인에서도 일어나곤 한다. 어쨌든 막걸리 자체가 약간 달달한 맛이 있는데 이것이 잘 만든 고도주 막걸리일 경우 향과 함께 확 살아나서 단맛을 좀 더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쌉사름하고 알콜의 킥이 느껴지는 드라이함과 동시에 막걸리 자체의 태생적 단맛이 확 퍼지는 그런 멋진 맛이 난다.
향은 다소 약한 편이다. 그러나 희미함 속에서 미묘하고 아름다운 향이 피어나온다. 깊게 퍼지는 향의 지속성과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약점이지만, 그 향 자체는 상당히 아름답다. 천비향이라는 술 이름 자체가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향기'라고 하는데, 이런 술의 향이 살짝 약하다는 건 정말 아쉬운 점이다. 물론, 향이 매혹적이고 꽃향기를 연상시키는 향긋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작고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뜻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부분더 분명 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감은 맑고 가벼운 편이다. 물론 장수 막걸리같이 묽고 라이트한 막걸리보다는 살짝 바디감이 있지만, 최근에는 워낙 걸쭉한 막걸리도 많고, 상당히 바디감이 강한 막걸리가 많기에 이 정도면 중간 보다 살짝 바디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천비향 생주의 맛과 향에는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질감이다. 약간 차처럼 입에서 굴려가며 즐기기도 좋다.
차게 해서 마시면 질감을 가볍게 느끼며 시원하게 마실 수 있고, 상온에 두면 살짝 질감이 두드러지며 풀로 질감을 느끼며 녹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탄산은 별로 없는 편이고, 두드러진 산미나 잔당감도 없어 깔끔하다.
사람들의 추천대로 천비향 시리즈 중에서는 정말 탁주가 최고인 듯하다. 약주와 화주도 맛있지만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느긋이 천비향을 기울이며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그런 삶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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