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지역에도 종종 갈 일이 있다.
이전에 청주에서 산 대나무 통술은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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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지역은 강력한 풍정사계 브랜드를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화양이 위치하고 있는 등, 나름대로 전통주 술 문화가 잘 보전, 발전하고 있는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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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암산 마트라고 하는 곳에 들렸다가, 청주 상당산성 막걸리라고 하는 지역 막걸리를 손에 넣었다.
이런 소규모 지역 막걸리들은 보통 품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술 병 뒷면을 보고 너무 향신료가 많이 들어 있거나, 병 뚜껑에서 술이 줄줄 새거나 하면 왠만해서는 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상당산성 막걸리는 느린마을양조장 계열에서 만들고 있는 것 같고, 포장도 산뜻해서 구미가 당겼다.
얼마 전 리뷰한 느린마을 막걸리도 정말 훌륭했던 기억이 있고, 왠지 모르게 '산성'에서 만드는 막걸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언젠가 상당산성에도 한 번 들려서 이 상당산성 막걸리를 마셔 보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잠시 머리에 스쳤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막걸리가 많이 흔들렸다. 그래서 조금 새기도 했는데, 어떤 와인 전문가가 와인은 의외로 진동에 굉장히 약하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차로 옮길 때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 게 조언의 골자였는데, 와인의 맛이 차에서 흔들리는 동안 안정화 된 것이 다 깨지고 흐트러져서 정말 별로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상당산성 막걸리는 차 안에서 상당히 많이 흔들렸지만, 딱 개봉해서 마셔보니 다행히도 맛은 굉장히 좋았다.
엷은 탄산도 기분 좋게 터지고, 부드럽지만 나름대로 탁 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요구르트 같은 단맛도 산뜻했다. 이 상당산성 막걸리는 '동네 막걸리'를 표방하면서, 동네 주민들을 위해 만든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맛에서 저렴함이 묻어나지 않고, 잘 만든 막걸리의 부드럽고 입에 잘 달라 붙는 맛이 났다.
상당산성 막걸리는 우리 동네 양조장에서 매일 아침 국내산 쌀을 이용해 만든 수제 막거릴입니다.
우리 동네 주민을 위한 그래서 더 특별한 상당산성 막걸리, 자신있게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동네방네 상당산성 막걸리 양조인 최 중 환 올림
이런 글귀가 병에 딱 박혀 있고, 제조연월일 (내가 이번에 마신 것의 경우 2022.2.3. 이었다)이 찍혀 있는데, 이걸 보고 호감을 갖지 않기도 어려울 것이다.
우선 맛을 좀 더 세밀히 보자면, 은근히 장수막걸리와 상당히 비슷한 개성을 가진 맛이다.
달고, 탄산 있고, 부드러운데, 그 어느 것도 강력하게 세지 않은 그런 맛이다. 역시 아스파탐을 전혀 쓰지 않는 그런 막걸리 (예를 들어 느린마을 막걸리)와 달리, 역시 단맛의 특징 또한 편의점에서 찾아 볼 수 있는 1000원대~2000원대의 막걸리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았다.
특별히 걸쭉하거나 밀키하지도 않은 라이트한 질감이었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묽다'라고 표현했는데, 어쩌면 묽다라는 표현이 참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래 사진에서 드러나듯이, 막걸리 자체가 좀 층 분리도 잘되고, 맑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약간 피노 누아의 질감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향 자체는 비교적 강한 편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막걸리의 누룩향과 달달한 향이지만, 의외로 잘 퍼지고 지속력이 좋았다. 아무래도 이건 우리 쌀을 쓰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었다. 대체적으로 수입쌀을 쓰는 곳보다 우리 쌀을 쓰는 막걸리들의 향이 좀 더 깊고 오래 가는 것 같았다.
이 막걸리의 개성은, 상당히 술술 잘 넘어간다는 것에 있었다. 깔끔한 뒷맛과, 질감의 적당함, 그리고 입에 잘 붙는 특성이 조화되어 상당히 마시기 좋고 기분 좋은 막걸리를 만들어 냈다. 거기에 향이 적당한 볼륨을 가지고 뒷받침해 주니, 얼른 다음 잔으로 이 향을 이어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보통 처음 한 두잔 마시고 나면 살짝 배도 부른 감이 있고 질리기도 하는데, 이 상당산성 막걸리는 간만에 만나는 한 번 앉은 자리에서에 한 병 비울 수 있는 경쾌한 리듬으로 술이 넘어나는 막걸리였다.
술을 취하려고 마시거나, 반주로 사람들과 마신다면 분명 빨리 소비할 수 있었겠지만, 천천히 맛을 음미하기 위해 마시는 거라면 이런 식으로 마시면 기억에도 잘 남지 않기 때문에 과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이래 저래 최대한 공평한 평가를 해 주고 싶어서다.
그러나 상당산성 막걸리는 단순히 마시고 넘기기에는 아쉬운 특별함이 있었다. 역시 그래서인지 느린마을 양조장과 함께 손을 잡을 기회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확실히 소규모 지역 양조장에서 만드는 막걸리의 퀄리티는 확실히 아득하게 뛰어넘어 있었다. 당장 편의점에 들어와도 멋지게 장수막걸리, 지평생막걸리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본다.
이전 이야기했던 것처럼, 편의점에 들어온 술들이 은근히 퀄리티가 높다는 것을 최근에 많이 깨닫고 있다. 항상 가까이에 있는 것들의 가치를 잊기 쉬운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 상당산성막걸리나, 꾼 막걸리 같이 유명하지 않아도 정말 맛있는 지역 막걸리도 많다. 그러나, 역시 이 경쟁을 뚫고 전국 체인에 들어간 막걸리들의 수준이 정말 높다는 걸 다수의 막걸리들을 적극적으로 마셔 보며 느끼게 된다.
전통주를 알리고, 즐기는 취미는 즐겁다. 작년 우연히 시도한 이 막걸리 리뷰가 이렇게 까지 이어지면서 하나의 좋은 취미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올해도 좀 더 기본에 충실하며 발전적인 리뷰가 가능하도록 좀 더 공부하고 노력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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