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막걸리는 홈플러스 마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막걸리다 (수도권 기준). 홈플러스에서 많이 보였고, 컨셉도 아주 특이했기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가격도 2천원 후반 ~ 3,150원 정도 였기에 7,500원대를 넘어가는 프리미엄급과, 1,900~2,200원 사이의 가성비 막걸리의 사이에 존재하는 특이한 포지션이었다.
1960년대의 막걸리 맛을 재현했다고 하고, 누룩이 일반 막걸리 대비 3배 들어 갔다고 하며, 가격대도 오묘하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까페라떼 같은 특이한 색깔 또한 눈길을 끄는 포인트였다. 다른 양조장이라면 좀 의심을 했겠지만, 상장사 국순당에서 나온 막걸리에다가, 한자로 임팩트 있게 古 (옛 고)자를 써 놓은 라벨에서도 왠지 호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맛을 보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 막걸리였다.
우선 내 결론은 왜 1960년대식의 막걸리 제조 방법이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알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최근 나오는 막걸리와 비교해서 음료의 전체적인 퀄리티 면에서는 솔직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누룩의 향이 너무 여과 없이 풍겨나오고, 뒷맛이 쓰고 진하게 남는다. 술 (알콜) 자체를 좋아하는데 이런 식의 술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다른 대안이 많은데 이 술을 찾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룩향이 원래 어떤 것인지, 또 막걸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한 번 되돌이켜 보는 관점에서, 막걸리 애호가들은 꼭 한 번 마셔 볼 가치가 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막걸리를 삼겹살과 페어링을 해 마셔 보고, 그 이후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이트로도 즐겨 보았는데, 두 경험에서 모두 아주 다르게 즐길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본질적으로 이 막걸리에 대해 갖게 되는 전체적인 인상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먼저 향이다. 이 막걸리에서 나는 누룩 냄새는 확실히 예전에 시골 막걸리 가게에서 나는 시큼한 그런 향이었다. 언뜻 누룩 향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맡으면, ‘어 이거 혹시 상한 거 아니야?’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향이다. 그런데 이런 냄새를 과연 ‘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과감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건 취향은 될 수 있지만, 보편성은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싱글몰트 중 소독약 냄새가 강한 피트향 짙은 위스키도 같은 이유로 비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는 이 누룩향이 좀 더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맛 또한 독특했다. 맛의 대부분이 결국 향에 좌우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탄산이 없고 묵직하고 진한 느낌의 텍스처에 약간 텁텁하고 시큼한 맛이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달콤하고 과일향이 느껴지는 요즘의 프리미엄 막걸리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술처럼 느껴졌다.
질감은 위에서 언급한 그대로다. 진하고 약간 걸쭉한 편이다. 탄산감은 거의 없고, 거친 질감이다. 옛날 스타일이 이랬다면 왜 그 반작용으로 부드럽고 밀키한 현재의 스타일이 생겨났는지 알 것 같았다.
다만 이 술은 도수가 7.8%로 일반 막걸리 도수 6%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강력한 누룩향과 누룩 맛 때문에 알콜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 전주식 콩나물국밥집에 가면 나오는 전주 모주와도 맛이 비슷한데, 그 보다 훨씬 드라이했다.
아스파탐이 없는 건 좋지만, 좀 더 맛의 밸런스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포스팅을 보면 이 술에도 달다는 평을 내린 사람이 종종 있는데, 솔직히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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