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했던 표문(곰표)막걸리를 만드는 서울의 신생 양조장, 한강주조의 flagship 막걸리인 나루 생 막걸리를 마셔 보았다.
평일 늦은 밤 마트 앞에 차를 세워 두고 찾아간 주류 매대에서, 배혜정도가의 우곡생주와 이 나루 생 막걸리 중 어떤 걸 고를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전 표문(곰표)막걸리의 산뜻했던 맛을 기억해 내고는 이 나루 생 막걸리를 골랐다.
2021.12.0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표문 (곰표) 막걸리
이 막걸리는 병에 붙어 있듯이, 2021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탁주 부문 대상을 수상한 술이다.
최근의 프리미엄 막걸리의 트렌드가 어떤가를 아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데다가, 품질도 매우 뛰어난 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술을 만드는 한강주조는, 꽤 멋이 나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어서 더욱 신뢰가 간다. 이 분들이 술 사업을 얼마나 규모있고 수익성있게 잘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현재 이 젊은 양조인들이 즐겁게 술을 만드는 모습은 진짜 멋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맛이다.
이 술은 경복궁 쌀이라고 하는 서울에서 나는 쌀과 물만 가지고 빚어냈다고 하는데, 향기로운 여름 꽃향기와 함께 거의 시원한 참외나 메론을 먹은 것 같은 싱그럽고 부드러운 단맛을 뿜어낸다. 입 안을 아주 시원하고 상큼하게 적시며 달콤함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아무런 합성 감미료나, 과일향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존재감 있는 과일의 단맛이 느껴진다. 쌀이 원래 이렇게 맛있고 시원한 것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2022.3.) CU 편의점에 '쌀은 원래 달다'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막걸리가 들어와 있던데, 이 나루 생 막걸리를 마시며 떠올린게 바로 그 막걸리의 이름이었다.
쌀로 만든 술이라는 게, 정말 시원하고 맛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말 할 것 없이 합격이다. 거의 지금까지 마셨던 막걸리들 중 가장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매드포갈릭에 갔다가 마셨던 DOK 막걸리와도 유사한 계열이라면 유사한 계열인데, DOK가 좀더 청량한 느낌인 반면, 이 나루 생 막걸리는 좀 더 밀키하고 부드러워서 훨씬 막걸리의 본질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향 또한 만족스러웠다. 강하지는 않아도 은은하고 지속성이 좋다. 상큼한 여름 꽃같은 느낌의 향기가 막걸리 특유의 달큰함과 섞여서 매우 기분 좋은 향을 가지고 있었다. 참외와 메론 같은 달고 과육이 토실토실한 과일의 느낌도 난다. 정말 제대로 술을 만들었다는 것을 향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성수동이라고 하는 서울의 복잡한 거리에서 이런 파릇파릇한 개성의 술을 만든 건지 역시 양조 기술의 힘, 과학의 힘이라는게 놀랍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의 촉감도 좋았다. 이 술은 우유같이 부드럽고, 나름 바디감이 있다. 걸쭉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액체가 입 안을 기분 좋게 구른다. 이 막걸리는 약간 가격대가 있다보니 막 퍼마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좀 어느날 좋은 일이 있으면 크게 크게 따라 주고 실컷 big gulp 로 벌컥벌컥 마셔도 꽤 신나게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이 좋고 맛이 달콤해서 약간 여성적인 인상의 술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왠지 벌컥 들이키고 싶게 만드는 그런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술은 한 병 딱 옆에 두고 밤에 자기 전 좋은 영화 보면서 두 사람이 나누어 먹으면 딱인 것 같다. 주스나 콜라 대신 이런 막걸리가 시원하기도 하고, 영화에 빠져들기에도 훨씬 좋다. 예전엔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보기도 했지만, 역시 맥주는 너무 양이 많고, 와인은 좀 부담스럽다. 나루 생 막걸리는 도수도 6%로 표준적이니 그리 부담스럽지도 않아서 정말 이런 목적에 제격인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한번 나루 생 막걸리를 만드는 한강주조에 놀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도 뭐 인사나 하고 기웃기웃 하다가 나오는 거 외에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겠지만...
이렇게 무언가 좋은 것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리고 계속 응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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