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Chateau de Fuisse, Pouilly Fuisse Tete de Cuvee 2022 (샤또 퓌세, 푸이 퓌세 떼뜨 드 뀌베 2022)

지난 2023년 겨울, 화이트와인과 굴을 곁들여 먹는 법에 눈 뜬 후, 이제는 정말 굴 하면 화이트와인이 떠오르는 사람이 되었고, 포도주나 와인 하면 항상 적포도주, 레드와인만 생각했었다면, 이제는 화이트 와인의 매력에도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 롯본기에 있는 한 오이스터바에서 프랑스 화이트 와인 Chateau de Fuisse, Pouilly Fuisse Tete de Cuvee (샤또 퓌세, 푸이 퓌세 떼뜨 드 뀌베)의 2022년 빈티지를 마셔 보게 되었다.

 

굴을 먹는 방식도 서양과 동양이 다르고, 또 동양에서도 일식과 한국식이 좀 다른데, 나는 굴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서양식으로 화이트와인과 함께 마시는 것은 정말 별미라고 생각한다. 화이트와인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은 꼭 이런 방식으로 만나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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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드 퓌쎄( Chateau de Fuisse)는 1862년부터 5대에 걸쳐 브루고뉴 지역에서 포도주를 만들고 있는 명문 양조장이라고 하며,  상당히 오랫동안 사랑받은 와인을 만들어 온 곳이라고 한다.  이 양조장이 위치한 브루고뉴의 뿌이 퓌쎄 (Pouilly-Fuissé) 지역 역시 아주 질좋은 포도가 자라는 곳으로 유명하며, 심지어 헤밍웨이의 에세이에도 등장하는 지명이기도 하다.

"at a restaurant that was the best and most expensive in the Boulevard St.-Michel quarter, the two dine on oysters and a bottle of Pouilly Fuisse..."


- A Moveable Feast (파리는 날마다 축제) 에서 인용

참고: 이 A Moveable Feast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죽기 얼마 전인 1957년 가을부터 1960년 봄 사이에 젊은 시절 파리 에서 거주하던 이야기를 기록한 회고록이다.

 

위에서 헤밍웨이도 굴과 함께 뿌이 쀠쎄에서 나온 와인을 곁들였지만, 나 역시 이렇게 해 보니 정말 굴과 환상적으로 잘 어우러지는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주 밝고 산뜻한 느낌의 시트러스가 도드라졌고, 이에 암석의 느낌이 나는 미네랄리티가 약간 더해져서 독특한 풍미를 만든다. 그러면서도 둥글고 달콤한 바닐라의 뉘앙스도 느껴지고 화이트와인 특유의 상큼한 청포도맛이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하지만 결코 달지 않으며, 드라이한 맛이 매우 성숙하게 느껴진다.

 

향은 사과, 배, 청포도와 같은 달콤한 과실향이 주를 이룬다. 맛에서 느낀 시트러스를 향에서 찾기는 좀 어려웠다. 약간 익숙한 야생화의 연하고 부드러운 꽃향기가 느껴지며, 이 꽃향기는 바닐라의 느낌으로 변한다.

 

질감은 중간 정도의 바디감이며, 그렇게까지 무거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살짝 산미가 튀면서 입 안을 깔끔하게 씻어준다. 굴에서 느껴지는 금속성의 바다향을 지워내고 새로운 종류의 다음 굴을 먹기에 최고의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고맙다. 프랑스 와인이 이렇게 산뜻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와인은 늘 어렵다. 이름을 제대로 읽기도 어렵고, 양조장, 포도품종, 빈티지 등등 따라가야 할 것이 너무 많아 그냥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 하나 인상 깊었던 와인을 기록해 나가며 내가 보냈던 시간을 되새겨보고,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너무 흥청망청 하거나, 너무 게으르거나, 너무 서투르게 보내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 본다.

 

세상은 넒고, 아름답고, 여러가지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여전히 모자라고 서툰 내가 참으로 한스러울 뿐이다. 열심히 살고 내게 주어진 것들을 최대한 감사하고 사랑하자.

 

Chateau de Fuisse, Pouilly Fuisse Tete de Cuvee 2022 (샤또 퓌세, 푸이 퓌세 떼뜨 드 뀌베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