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도가의 술을 마시고 상당히 맛있고 달콤한 술을 만드는 좋은 양조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과천도가의 술들 - 결국 1년에 한번은 과천도가를 마시게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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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상수역 인근에 위치한 사온서에서 과천도가에서 만든 '과천미주'를 마셔 보았다. 과천도가에서 술을 빚고 나면 위에 뜨는 맑은 부분은 과천미주가 되고, 약간 가라앉는 밑부분은 경기백주가 된다고 하는 설명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과천미주는 지게미의 양이 매우 적고, 맑은 청주 부분이 대부분이어서 빛깔과 맛이 좀 독특했다. 이런 류의 비슷한 탁주를 들자면, 고택 찹쌀생주라는 술이 있다. 이 술도 딱 막걸리에서 맑은 부분만 떠낸 그런 느낌인데 도수도 비슷하고 (과천미주는 13도, 고택 찹쌀생주는 12도), 확실히 술의 느낌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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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천미주는 아주 달콤한 술이었다 밀크 초콜릿을 녹인 것처럼 부드러운 달콤함 속에 퍼지는 쌀의 고소함이 역시 매우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 층 달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버번 위스키를 마실 때, 일부러 안주를 꿀이나 초콜릿을 선택하여 달콤함을 극대화 시켜 마시는 날이 있는데, 이 과천 미주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분좋고 강렬한 달콤함을 가져다 주었다.
맛 속에서 달콤함과 함께 두드러지는 건 사과 같은 느낌의 새콤함이었다. 그렇게까지 강렬한 산미는 아니지만, 그래도 매우 존재감이 뚜렷하고 좋은 품질의 산미였다. 확실히 좋은 쌀, 좋은 물로 술을 만드는 구나 하는 신뢰감이 확 느껴졌다.
향 또한 즐길만 했다. 달콤한 꿀 같은 향을 지나면 쌀 막걸리 본연의 달큰한 향이 훅 올라온다. 13도의 알콜 도수에 비하면 향이 강한 편이다. 세간의 평과 달리 과천미주는 정말 꽤 잘 만든 술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하지만 강하고 색채가 분명한 향을 가졌다. 어차피 막걸리에서 복잡한 뉘앙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향긋하고, 색채가 분명하고 강직한 느낌의 향이 막걸리라는 탁주의 본질과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질감은 다소 묵직한 편이었다. 그리고 약간 끈적하고 녹진하게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술 자체는 역시 그냥 즐기는 것보다는 안주와 함께 마시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사온서의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정말 즐겁게 이 과천미주를 즐길 수 있었다.
상수역 근처에 위치한 사온서는 요리도 훌륭하고, 술의 Lineup도 매우 훌륭하다. 한 번 관심있는 사람은 꼭 가 보기 바란다.
좋은 술과 함께 맞이하는 봄이 정말 풍요롭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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