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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초록섬 (12%, 서울시 종로구, 양조장 ㅎ)

by FarEastReader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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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위치한 여러 독립 양조장 중 최근 가장 힙한 양조장으로 알려진 '양조장 ㅎ'에서 나온 초록섬을 마셔 보았다. 막걸리를 매우 즐기는 분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다른 분의 소개로 이 술을 마셔 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부드럽고 delicate (섬세한) 술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술에 대해서는 내가 존경하는 조선일보 박순욱 기자님께서 좋은 취재를 해 주셨기에 그 링크를 첨부한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3/04/14/VBVM6X5KZ5CJ3PZ475Q7SNDETU/

 

[박순욱의 술기행](93)“섬세한 계절의 맛을 초록섬 술에 담았어요.”

박순욱의 술기행93섬세한 계절의 맛을 초록섬 술에 담았어요. 서울 혜화동의 소규모 양조장 양조장 히읗 조태경 대표 2016년 전통주소믈리에 금상 수상전통주연구소에서 7년간 연구원 활동 적당

biz.chosun.com

 

이 술을 만드는 '양조장ㅎ' 의  조태경 대표는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팀장으로 근무하여 일찍이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분이라고 한다. 이 분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사진만으로도 상당히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가진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술은 매 배치(batch)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고, 또 가을~겨울에 빚은 술과 여름에 빚은 술의 맛이 꽤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 가을~겨울에 빚은 술과 여름에 빚은 술에 대해 병도 다르게 쓴다고 하는데, 이번에 마신 초록섬은 가을~겨울에 빚은 버전이었다.

 

먼저 이 술의 맛은 산미가 도드라지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이내 쌉싸름한 쌀의 맛이 고소하게 피어오르고 마지막에 익숙하지만 여리여리한 단맛이 부드럽게 퍼진다. 확실히 섬세하고 뉘앙스가 미묘한 맛이었다. '

 

이미 이 술에 대해서는 많은 매니아도 있고, 수많은 찬사도 있는 만큼 그저 허례허식 뿐인 찬사를 늘어 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듯 하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이 술은 상당히 여성적이고 섬세한 뉘앙스를 가진 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약간 일반적인 힙걸리와 달리 술에 깊고 진한 맛이 잘 배어나 있다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폼만 잡는 술이 상당히 많은 작금의 '프리미엄 막걸리'를 표방하는 술들과 달리, 진짜로 잘 만든 술이란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점이 무척 좋았다.

 

다만 진한 맛, 개성이 뚜렷한 맛, 또는 강한 탄산의 시원함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주와 함께 곁들여도 좋지만, 사실 술 자체를 그냥 조금씩 차(茶)처럼 음미하며 마시기에 좋은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향 역시 식물적인 느낌이 강하다. 꽃향기와 풀향기가 달큰한 막걸리 향과 함께 상당히 아름답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입 안에서 첫 산미가 끝나갈 때쯤 달콤한 과실향이 여리게 퍼지면서 단맛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양새가 아주 공감각적이다. 약간 연분홍색이나 연두색을 연상시키는 그런 향을 가졌다.

 

질감은 라이트한 편이다. 도수가 다소 높음에도 불구하고 바디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어쩌면 섬세함과 여성적인 느낌은 이 라이트한 바디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서울의 양조장에 좋은 우물이나 지하수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상당히 물도 깨끗하고 좋은 물을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초록섬은 이양주라고 하는데, 아마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면서 각각의 공정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들이는 것 같다는 것을 질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술이다. 내가 가장 즐기는 전내기 (원주) 스타일의 녹진하고 걸쭉한 술은 아니지만, 충분히 막걸리의 전통과 또 미래를 보여주는 그런 술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직 마셔보지 않은 막걸리 매니아가 있다면, 꼭 한 번 찾아 마셔보기를 적극 권한다.

초록섬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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