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셨던 '시인의 마을'을 빚는 충북 옥천의 이원양조장에서 나온 술이다.
2023.05.2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시인의 마을 (충북 옥천, 10도)
4대 째 이어온 양조장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4대째가 되니 젊어진 느낌이 난다. 그리고 문학과 연결시키는 술 컨셉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든다. 나도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친구를 두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술을 마실 때마다 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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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만든 '시인의 마을'과 달리, 이 '향수'는 밀로 만든 막걸리다. 국내산 밀이 23.18% 함유되어 있고, 밀과 누룩, 그리고 물로만 만든 술이다. 보통 밀막걸리는 좀 더 투박하고 묵직하다고들 하는데, 실제 그랬다. 맛도 조금 더 호밀빵을 먹는 것처럼 탁하고 거친 느낌의 맛이 났다. 살짝 매콤하기도 하면서 달콤했고, 그런데 확실히 쌀과 다른 개성을 가진 맛이 나왔다.
예전에는 쌀을 아끼기 위해 모두 밀로 막걸리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조치가 해제된 이후, 다시 쌀로 막걸리를 만들게 되면서,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건 장수막걸리나 지평 막걸리 같은 쌀막걸리다. 실제 많은 프리미엄 막걸리들도 쌀 소비 촉진 목적도 있고, 막걸리는 당연히 쌀로 만드는 게 기본이지, 하는 정신으로 쌀로 술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막상 또 이렇게 밀 막걸리를 만나면 특색을 느끼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밀의 고소함은 확실히 쌀과 다른 개성을 가졌다. 고소하긴 한데, 밀이 좀 더 고소함이 강하고, 단맛이 절제되어 있다. 약간 좀 더 빵을 액체로 만들어서 먹는 맛이 난다고 느껴진다. 과실향 보다는 곡식의 부드러운 맛과 묵직한 뒷맛으로 따라오는 결이 다른 단맛이 훨씬 두드러지는 것이다. 일본 소주도, 감자, 고구마, 보리에 따라 다 맛이 달라지는데 (당연하지만), 우리 막걸리도 이렇게 쌀 뿐만 아니라 밀막걸리도 발전시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향 또한 매우 고소하다. 살짝 매콤한 것 같은 향도 올라오는데, 계피 같은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술 역시 누룩향이 아주 잘 올라왔는데, 문득 지평막걸리의 밀막걸리 라인인 지평 옛 막걸리가 떠올랐다. 그 향기와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2022.09.1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지평 생 막걸리 옛막걸리
아주 진한 액체가 꾸덕하게 흘러내린다. 탄산은 거의 없다. 묵직하고 진득한 밀막걸리의 질감은 쌀막걸리와는 또 달라서 재미있다. 바디감이 상당히 있는 편이고, 점도도 높다. 오히려 질감만 따지자면, 같은 양조장에서 나온 시인의 마을보다 이 '향수' 쪽이 훨씬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며칠에 나누어 마셨는데도, 질감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도 좋았다. 알콜 도수가 9도로 살짝 높다 보니, 알콜 킥도 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는데, 맛과 향, 질감, 그리고 알콜의 느낌까지 모두 멋지게 잘 조화된 그런 술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근래에 마신 밀 막걸리 중 정말 가장 맛있게 마신 술이다. 앞으로도 밀막걸리 쪽을 좀 더 마셔보고 싶다는 의욕을 가지게 해 준 그런 한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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