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에 관한 막걸리는 이전에도 몇 개 마셔본 적이 있다.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이름 소백산.. 뭔가 소박하고 아름다울 것만 같은 이름이다.
2022.08.08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소백산 생 막걸리
이전에 소백산 생 막걸리를 마셨던게 벌써 거의 1년 전이라니... 이렇게 무언가를 먹거나, 읽거나, 가 본 것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 새삼 시간 가는 것에 대해 더 깊이 의식을 하며 살게 된다.
보통 이렇게 다른 재료가 들어가면 살균탁주로 만드는 것이 많은데, 이 소백산 검은콩 막걸리는 유통기한 30일짜리 살아있는 생탁주라는 점이 또 매력이었다. 이 술은 충북 단양 지역의 대강양조장에서 만드는데, 충북이지만 경북의 문화와 음식의 영향을 받은 단양 지역에서 나온 술이라는 것도 좀 재미있었다. 여러 모로 기대를 하게 만드는 술이었다.
검은콩이 1%나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색도 그렇고 검은콩의 풍미가 확연히 느껴지는 술이었다. 단맛이 두드러졌고, 가루감도 상당했다. 여러모로 약간 검은콩 두유를 연상시키는 술이었다. 이 술 역시 차갑게 해서 안주와 함께 곁들이니 아주 달콤하고 좋았다. 전과 함께 마셨는데, 녹진하고 달콤한 술이 전과 잘 어울렸다. 알콜이 6도가 되는 표준 막걸리이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병을 둘이서 아주 금방 비웠는데, 이미 많이 취해 있어서 맛과 향을 음미하며 마시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기분 좋게 취한 상태에서 한 잔 한 잔 들어갈 때마다 느껴지는 맛과 향의 분위기를 찰나의 메모로 남기며 (카카오톡 나에게 메세지 보내기 기능을 사용했다) 술 마시는 재미도 꽤 좋았다.
"누구한테 그렇게 연락하냐?" 같이 마시는 사람이 웃으며 물었다.
술맛을 기록한 메모를 보여주자, 상대방도 이야기했다.
"오.. 그치 이게 좀 달지만 콩이 들어가서 그런지 단 맛이 거부감있게 안느껴지더라. 아까 마신 알밤 막걸리나 땅콩 막걸리는 좀 단맛이 쎘는데 말야"
내가 막걸리 맛을 기록하는 취미가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말했다.
"그거 진짜 잘하는 거야. 한 번 마시고 잊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낫지."
향에서는 살짝 익은 콩의 고소한 냄새와 함께, 아주 달콤한 향이 올라왔다. 무슨 감미료를 쓴건가 하고 라벨을 보니 놀랍게도 검정깨가 들어 있었다. 그렇다. 약간 깨에서 느끼는 달콤 고소한 향이 아주 특징정이었다. 역시 그 동안 수많은 술을 마시면서 잘 몰라도 열심히 향을 맡아 본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향이 그렇게 강한 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분명한 개성을 갖춘 향을 가진 술을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질감은 다소 바디감이 있는 편이었다. 중간 보다 살짝 약한 탄산이 특징적이었고, 이 탄산이 자못 지나치게 축 처지게 되기 쉬운 맛에 탄성을 넣어 주었다. 아무래도 검은콩이 들어간 만큼 맛이 '검은콩'이라는 강렬한 인상에 눌리기 마련인데, 우리가 흔히 마시는 두유나 검은콩가루를 우유에 타서 마시는 그런 음료와 상반되는 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았다. 이 막걸리가 왜 소백산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의 막걸리집에까지 올라와서 팔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세상은 넓다. 이 대한민국 안에도 이렇게 좋은 술이 많다. 더 겸손하게, 또 더 열심히 살면서 멀리 멀리 다니고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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