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속리산 찹쌀 동동주

by FarEastReader 2023. 3. 27.
728x90
반응형

막걸리 매니아를 자처하면서도 사실 늘 술을 고르고 마시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생각보다 좋은 전통주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국에 1500개가 넘는 막걸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전국구로 알려진 건 10종류 이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외국산 쌀과 밀을 쓰고 쉽게 만들어낸 가성비 막걸리는 사실 2천원 이하의 소매가를 생각했을 때,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이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번에 마신 속리산 찹쌀 동동주는 도림2동에 있는 도림 할인마트에서 발견해서 구매했다. 서울이라도 가끔 이런 동네 마트에서 지방의 막걸리를 만날 수가 있는데, 대부분은 이런 막걸리들은 해당 마트의 점주의 고향지역의 막걸리거나, 아니면 사연이 있어 나름 잘 팔리는 막걸리인 경우가 많다. 속리산은 서울에선 상당히 드물게 만나는 지명이기에 바로 집어 들었다.

 

이 술의 명칭은 '속리산 찹쌀 동동주'다. 막걸리가 아니다. 그러면 막걸리와 동동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동동주는 막걸리의 윗부분이며, 게다가 밥알이 흰개미처럼 동동 떠있으면 그게 동동주다. 막걸리는 그와 대조적으로 지게미(곡식 찌거기)를 포함한 부분을 막(방금, 아니면 신경쓰지 않고 거칠게 둘 다 포함이다) 걸러서 만든 술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막걸리의 윗부분을 다시 한 번 걸르고 좀더 오래 숙성시키면 바로 그게 사케 (청주)다. 그런 면에서 이 속리산 찹쌀 동동주는 진정한 의미에서 동동주는 아니고, 엄밀히는 그냥 막걸리라고 보아야 한다. 왜 이 술에 굳이 동동주라는 이름을 붙였을까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실제 시판되는 동동주는 이런 의미에서 거의 막걸리다.

 

이 속리산 찹쌀 생 동동주는 청주에 위치한 고려주조에서 만들었다. 고려주조에서나 만든 막걸리는 이전에 청주 가덕 생쌀막걸리를 하나 소개한 적이 있다. 나름 내 기준에 한 번 인정을 받았던 양조장에서 나온 만큼 기대를 가지고 마셨다,

2023.01.2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청주 가덕 생쌀막걸리

 

술 추천: 청주 가덕 생쌀막걸리

이전에도 한 번 청주의 가덕 막걸리를 소개한 적이 있다. 우연히 한 번 다시 청주에 들렸다가, 이전에 마셔 본 가덕 막걸리의 뛰어난 맛을 기억해 내고 매대에서 맛있어 보이는 막걸리가 있기에

seoulindanger.tistory.com

 

1.7리터들이 병에 들어 있어 아무래도 용량이 좀 부담이 된다. 이런 큰 병을 마실 때는 나는 밖에 나가 마시면서 사람들이랑 나누거나, 아니면 인사하고 싶은 존재를 생각하며 살짝 뿌려주거나 하면서 마신다. 이번에도 속리산 찹쌀 동동주도 그렇게 한 잔 땅에 뿌리며 마셨다.

 

맛 자체도 역시 확실한 막걸리다. 다만 재미있는 건, 단맛 - 우리에게 익숙한 그 막걸리의 단맛 -이 지나가고 나면 쓴맛이 확실히 따라온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감미료 사카린 특유의 쓴맛이라고 묘사하던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아.. 이것이 사카린의 맛이었구나 하면서 쓴 웃음을 지어 본다. 사카린이라는 말에 나쁜 인상이 있어서 가성비 막걸리 중에서 가끔 감미료로 아스파탐이 아니라 사카린을 쓴 것을 보면 일단 제끼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사카린 맛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기 못했다. 역시 사람은 겁 없이 도전을 했어야 했나 보다. 역시 수행의 길은 멀기만 하다.

 

곡물의 고소함이 느껴지고, 탄산이 나름 강하기 때문에 그래도 청량함도 느낄 수 있다. 등산 같은 거 하고 나서 한 잔 하면 정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이다.

 

향은 막걸리의 달큰함 쪽에서 달달함이 아니라 시큼함에 더 가까운 향이 난다. 약간 시골스러운 향이다. 향으로는 자랑할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쁜 향은 아니다. 그러나 풍부함이나 다채로움은 없는 그런... 누룩취가 살짝 나는게 오랜만에 나타나 괜히 반갑기까지 하다.

 

탄산이 있지만 약간 중간 정도의 바디감을 가진 술이다. 무작정 라이트하지는 않다. 네 잔 정도 마셨더니 살짝 포만감이 들 정도다. 밀가루가 꽤 들어간 느낌이다. 약간 텁텁함도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아까 향에서 느껴진 시골스러움이 다시 한 번 질감에서도 확인된다.

 

아마 '속리산'이라는 말이 라벨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마셔보지 않았을 것 같지만, 역시 편견은 경험의 적이다. 이렇게 막상 마셔보니 역시 나름대로 좋은 개성을 가진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생각보다 여기 저기 리뷰도 보이는 것을 보니 나름 인기도 있는 술 같은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쁘다

 

속리산 찹쌀 동동주를 검색하다가 아래와 같은 '막걸리 기행' 사이트도 알게 되었다. 막걸리 리뷰를 가지고 나름 유료화까지 해 낸 멋진 사이트인데 꽤 알찬 정보가 많다. 정말 세상엔 대단한 사람이 많다.

https://k-wine.co.kr/

 

막걸리 기행 - 온갖 막걸리들과의 다양한 만남의 기록

허영만의 백반기행 전 PD와 함께 하는 전국에 산재한 막걸리를 마시고, 느끼고, 즐기는 막걸리 기행

k-wine.co.kr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