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막걸리 중 가장 비싼 막걸리다. 이와 비견될 막걸리는 전남 해남의 해창 막걸리 18도 (구 별칭 롤스로이스 막걸리) 뿐이다.
이전에도 소개한 적 있는 데일리샷 앱을 통해 구매했는데, 배송 상태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이 데일리샷을 통해서는 위스키를 구매하는 게 그냥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술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일리샷은 '편리한 선택지'이긴 하다고 생각한다.
서울 골드 막걸리는 지금 현재 가장 화제의 막걸리이다. 해창 막걸리 18도와 함께 물 한방울 섞지 않고 만든 매우 드문 최상급의 막걸리이고, 재료도 철저히 선별해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전통주의 명인 한국 가양주 연구소 류인수 소장님이 소량만을 정성들여 빚는 술인 만큼, 당연히 술의 품질은 매우 좋다.
위스키에서는 2차례에 걸친 증류 및 오크통에서 숙성 시킨 후에도 물을 타지 않은 위스키를 캐스크 스트렝스 (Cask Strength)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물을 타지 않은 원주 (原酒)를 '전내기'라고 한다. 이 서울 골드 막걸리는 이 전내기의 매력을 아주 충분히 드러낸다. 깊고 진하고, 풍부한 맛, 진득한 질감, 강하고 향기롭고 복합적인 향.... 특히 위스키와 달리 이 막걸리 전내기는 특유의 걸쭉하고 깊은 질감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나는 이른 질감을 해창 막걸리에서 처음 경험했는데, 서울 골드를 통해 다시 만나면서, 이 잘 만든 전내기의 매력과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었다.
맛은 아주 달콤하고 진하다. 산미는 억제되어 있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거의 일본 공항에 가면 항상 특산품 (오미야게)로 판매하고 있는 홋카이도 지방의 명 초콜렛 시로이 코이비토 (하얀 연인)를 입안에 넣고 굴리는 것 같은 행복감이 든다. 충북 보은 지역의 멥쌀 (삼광미)과, 전북 김제 지역의 찹쌀에, 직접 띄운 설화곡이라는 누룩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막걸리와는 완전히 다른 개성을 즐길 수 있다. 사실 해창 막걸리 18도와 가장 유사하다면 유사한데, 해창 막걸리 특유의 요구르트 같은 상큼한 산미가 다르고, 맛 자체도 입에서 굴렸을 때 풍기는 곡식의 맛이나 과실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확실히 개성 만큼은 최고다.
곡식의 맛이 아주 구수하고 매콤하게 다가온다. 사과와 포도 계열의 과실향과 맛이 나서 맛을 더욱 복돋아 준다. 쌀이 품고 있는 과실향이라는 것이 정말 신비하다.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나 독 브루어리의 DOK막걸리 메론 + 포도 계열의 향과 맛과도 다르다. 전내기 특유의 맛이 이런 것일까, 솔직히 가격에 압도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풍부하고 개성적인 맛에 많이 놀랐다.
향 또한 좋다. 약간 이모 쇼츄 (일본의 고구마 소주. 이모 = 고구마) 고구마 향도 나고, 사과오 포도 계열의 상큼함이 이 위에 덧대어 진다. 막걸리 특유의 달큰함이 아주 옅게 느껴지고 그 위의 곡식으로 만든 술 특유의 날카롭다가 끝에 무뎌지는 고소함이 스치고 지나간다. 향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술이다.
질감은 전내기 (또는 캐스크 스트렝스) 답게 걸쭉하고, 농도가 짙다. 아주 짙은 바디감에 만족감마저 느껴진다. 해창막걸리를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움과 만족감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이게 우리나라의 술이라니 정말 자랑스럽다. 유통기한이 짧은 것이 정말 한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널리 퍼졌을 것 같다. 당장에라도 일본 같은 곳에는 수출을 해 보고 싶은 퀄리티다. 매우 독특하면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질감이다.
이 술을 사서 마시는 사람은 아마 막걸리 매니아 정도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우리나라의 막걸리에서 와인 이상의 가능성과 가치를 느낀다. 돈을 많이 벌어 본 나로서는 - 즉, 자본주의가 체화된 나로서는 - 막걸리를 알고서 와인에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뭐 잡담은 이정도로 하고, 정말 이 술은 훌륭하고 가치 있는 술이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스스로의 지평을 넓혀 보고 싶은 막걸리 매니아들은 꼭 한 번 마셔보기를 권한다.
뚜껑이 크라운캡이어서 한 번 열면 한번에 다 마셔야 하는 것은 단점인 것 같다. 이게 무슨 엄청난 시도인 양 홍보하고 있는데, 비싼 술인 만큼 느긋하고 조금씩 음미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다시 닫을 수 잇는 알루미늄 캡을 채택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서울 골드는 살짝 마케팅이 좀 과도한 느낌이 드는데, 이 부분도 오히려 막걸리 자체의 매력을 낮추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참고로 이번 리뷰에 많이 언급된 해창 막걸리 18도의 리뷰가 궁금한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2022.05.0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해창 막걸리 18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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