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봉평 메밀 막걸리

by FarEastReader 2022. 5. 2.
728x90
반응형

막걸리 매니아들에게 전국의 좋은 막걸리를 쉽게 마실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려 주려고 한다.

바로 배민이다.

막걸리는 인터넷으로 살 수 있지만, 한병씩 사긴 어렵고, 박스째나 몇 병씩 한번에 사야 한다. 여러 다양한 막걸리를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그런데, 여러 맛집 중에서 보면 막걸리를 다양하게 취급하는 가게들이 있다 (예를들어 빈대떡집. JBD 종로 빈대떡 같은 곳...) 이런 곳에서 만약 배민 배달이 된다면, 그 집의 냉장고에 있는 막걸리도 같이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바로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소매가가 아니라 매장가를 내긴 해야 하지만...

이번에 마신 봉평 메밀 막걸리는 바로 그렇게 해서 마시게 되었다. 여러 메밀 전문점에 가면 꽤 들어와 있는 제품이긴 한데, 보통 메밀집에 낮에 가서 거기서 이 봉평 메밀 막걸리를 마셔 볼 기회는 드물었다. 하지만 항상 신경이 쓰이는 막걸리이긴 했다.

먼저 맛이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탄산감과 단맛이 살아있는 장수/지평 계열의 맛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그들보다 살짝 다른 고소한 맛이 추가되어 있다. 소맥분 25% 및 메밀 5%가 추가로 들어가 있는 막걸리이기 때문이다. 역시 다른 곡물이 들어가면 개성이 미묘하게 바뀐다. 장수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약간 색다르고 깔끔한 트위스트를 맛보고 싶다면 이 봉평 메밀 막걸리를 추천한다.

맛 자체에 있어 굉장히 강한 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잘 뽑혔다. 정말 준수하다고 평하고 싶다. 이 정도면 편의점 붐을 타면 전국구도 가능한 퀄리티라고 생각한다. 사실 최근 막걸리 소비가 좀 많아서 살짝 질려 있는 타이밍이었다. 유난히 고급 막걸리의 리뷰를 한 것도, 이제 슬슬 평범한 막걸리에는 살짝 눈이 안가기 시작한 시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직전에는 해창블루 (해창 막걸리 15도)와, 포천 일동의 자랑인 담은 막걸리를 맛 본 시점이기도 해서, 상당히 맛 측면에서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불리함을 뚫어 내고, 확실한 품질을 나타낸 이 봉평 메밀 막걸리는 진짜로 우수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 유행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계열의 막걸리는 아니지만, 아스파탐 등의 합성감미료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단맛이 과잉되거나 또는 인위적으로 떨어지지 않고 은은한 뒷맛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나는 이런 특징을 '다음 잔을 부르는 맛 또는 힘'으로 표현하는데, 이걸 충분히 갖추고 있는 술이다.

뿐만 아니라, 안주 없이 단독으로 맛 그 자체를 즐길 때에도 쌀 이외의 곡물, 즉 메밀의 덕인지 단조롭지 않고 약간 독특한 고소함이 느껴지는 것이 큰 장점이다.

향은 어쩌면 그에 비해 평범하다. 그러나, 확실히 잘 뭉쳐진 달큰한 향을 보유하고 있다. 향이 바로 사라지는 제품들도 많은데, 이 봉평 메밀 막걸리는 그나마 향이 좀 잘 유지되는 편이다. 이 점도 매우 만족스럽다. 메밀향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살짝 스치는 정도 이상은 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 마저도 기분탓이리라.

질감은 매우 우수하다. 혀에 살짝 얼얼함을 남기는 것이 특징인데, 아마 밀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청량한 탄산감도 표준적이고, 라이트한 질감도 나쁘지 않다. 막걸리에 기대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장수막걸리 같은 질감에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면, 이 봉평 막걸리의 질감도 무난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다만 곡물의 질감과 가루감이 살짝 느껴지는 것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만 하다. 나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이런 곡물의 가루감 (혹자는 '텁텁함'이라고도 표현) 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기는 하다.

막걸리는 싸면서도 재미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개성의 막걸리들이 각 지역마다 어디선가 특색을 품은 채 익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행복하다.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운동해서 막걸리를 잘 즐기며 살아 갈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