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호주 와인이다. 라벨에도 써 있듯이 Shiraz 품종을 쓴 와인이고, Wira Wira 라고 하는 나름 명성이 있는 와이너리에서 나온 와인이라고 한다.
열정적인 와인 가게 사장님의 추천으로 이 와인을 구매하게 되었다. 나중에 와인 매니아 친구에게 이 와인을 아냐고 물어 보았을 때, 이 와인의 존재는 몰랐지만 와이너리인 Wira Wira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나름대로 명망이 있고 개성있는 와인을 빚어내는 곳이라고 들었다.
이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의 느낌은, '낯선 느낌'이 제일 강했다. 아무래도 Shiraz (쉬라즈) 품종 포도로 만든 와인을 그간 많이 접해 보지 못했기 떄문이리라.
쉬라즈 품종 와인은 산도와 탄닌 모두 보통 이상으로 강하다고 한다. 이 쉬라즈 품종은 유럽에서는 Syrah (시라) 라고 부르고, 이번에 마신 Woodhenge (우드헨지)를 만든 호주와 미국등 신대륙에서는 Shiraz (쉬라즈)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이 쉬라즈 품종의 와인이 이란의 도시 쉬라즈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실제 이란 출신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9년 유전자 조사 결과, 이 Shiraz 품종 포도는 프랑스가 원산지라고 하고, 따라서 Shiraz(쉬라즈)보다는 유럽에서 부르는 Syrah(시라)가 맞는 표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와인의 향은, Shiraz (쉬라즈) 특유의 상큼한 과실향과 함께,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향신료의 풋풋하고 살짝 매운 향이 느껴졌다.
매우 인상적인 향이라고 생각하며, 쉬라즈가 왜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것 같았다. 다른 주요 포도들도 독특한 향이 있겠지만, 이 포도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 하물며 포도에게도 이렇게 다양한 개성이 있는데, 사람들 하나 하나는 어떨까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즐긴다는 건, 단순히 미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스키나 버번 보다 훨씬 다양한게 와인이나 니혼슈(사케) 같은 발효주인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다가가기도 어렵고 돈도 많이 들지만, 먹고 마시는 데 돈 써서 망한 사람은 하나도 없고, 누군가 말한 것처럼 "의미있는 경험"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고 쓰는 것이 사실은 더 이로울 수 있음을 이제는 알고 있기에 쓸데 없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맛은 바디감이 풍부한 느낌이다. 입 속에서 충분한 존재감과 함께 쉽사리 사라지지 않은 향을 가지고 있음을 한 번 더 강하게 표현하면서 지나간다. 술 한잔에도 흥미로운 뉘앙스가 표현된다. 콜라 한 잔도 정신을 집중하고 마시면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와인만큼 민감한 음료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마시는 분위기나 주변의 온도, 콜라의 온도, 김빠진 정도에 따라 충분히 다른 맛과 분위기가 연출 될 수 있는 거 아닐까?
내가 굳이 이런 말을 언급하는 이유는, 술 - 특히 와인에 대해 평을 남기는 데 있어서 쓸데 없는 감상주의나, 말장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우드헨지는 확실히 좋은 와인이었다.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었도, 약간 시간을 두고 공기가 와인을 접촉하고 나면 잠에서 깨어나는 것 처럼 맛이 살짝 변하면서 더욱 맛이 좋아진다. 괜찮은 와인에 기대하는 적절한 씁쓸함, 적절한 포도맛, 적절한 바디감이 조화롭게 균형을 잡는다. 어떤 면에서 참 모범적인 와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래 저래 참 멋진 와인이다.
한 잔을 비우고 남는 잔향과 뒷맛도 개운한 편인다. 바로 다음 잔을 부르는 그런 와인이다.
특유의 약간 진한 색도 매우 운치있다. 향기와 맛, 그리고 색채와 뒷맛까지 부족함 없이 개성을 보여주며 사라지는 것이 아주 훌륭한 유튜브 클립이나 공연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풍부한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와인을 선물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 사서 선물하고 싶은 이런 와인이다. 이런 와인 하나를 알고, 또 구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생이 한 층 풍요로워 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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