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선물해 주어 마시게 된 와인이다. 오래 전부터 한국의 마트나 백화점 와인 매장에 수입되어 온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가격은 만원 언저리의 저렴한 와인이지만,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와인은 마시면서 길을 잃기 쉽다.
그래서 와인의 길 (와인道..)을 제대로 읽어나가기 위해서는 꼭 여러 지역, 여러 품종, 여러 가격대의 와인을 폭넓게 경험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술과 달리 선생이 있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따지기 좋아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창한 선생이 아니라,
이거 마셔 보라 하고 선물도 해 주고, 편견 없이 술을 즐길 수 있게 안내 해 주는 경험 많고 솔직하고 긍정적인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동네 마트나 아니면 근처 백화점이 있으면 거기서 일하는 직원과 친해지기를 권한다. 물론 특별한 지식 없이 술만 파는 사람도 있지만, 때로는 자기가 무얼 파는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물건도 좀 팔아 주면서 친해 져서 와인 길잡이로 같이 가는게 좋다.
이번에 마신 스페인 와인 비야 엘리사는, 이렇게 마트를 다녀서 직원과 친해져서 좋은 와인을 아주 싸게 사는데 도가 트신 분이 선물해 준 와인이다.
이름이 참 예쁘다. 파라과이에도 동명의 도시가 있다고 하는데, 비야 엘리사 (Villa Elisa)라는 이름의 울림이 호감을 주었다. 그리고 병을 개봉 했을 때 나온 코르크에 악보와 음표가 무늬로 들어가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세심함을 느꼈다. 코르크 디자인마저 신경을 쓰는 곳이라면 대략 품질은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와인의 향은 좀 인상적이었다.
Vivino의 평에서 나온 것처럼, 청사과의 향이 났다. 향이 깔끔하거나 고급스럽진 않고, 마치 갓 짜낸 과일 주스 처럼 거친 느낌도 있었다. 뭐 오래 숙성하고 그런 와인이 아니다 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딘가 유럽 식당 같은데서 적당히 점심 요리와 페어링 해 먹을 술을 고른다면 이 비야 엘리사 (Villa Elisa)가 있다면 뭔가 반가울 것 같았다. 적당히 요리와 함께 곁들였을 때 잘 넘어갈 듯 한 '좋은 음료'의 느낌이 나는 와인이었다. 적당히 겸손하고, 적당히 거칠거칠하고, 또 그렇지만 향은 확실히 분위기 있는, 그런 와인이다.
맛은 달지 않고 산미가 좀 있는 편이다. 알콜 도수가 11% 정도로 낮은 것이 '좋은 음료'의 풍미를 주는 것 같다.
은근 편하게 마실 수 있고, 술술 넘어간다.
공기 중에 오래 두면 산미가 더욱 강해진다. 생각보다 민감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 차갑게 해 두었다가, 마실 때 얼른 마시고, 다시 잘 보관하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거의 다 먹는게 맞는 와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와인을 마시다 보면, 냉장고가 없던 시절 옛날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와인을 즐겼을까가 많이 궁금해진다.
여튼 이 와인 또한 매우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빠에야나 감바스 같은 짭잘한 스페인 요리와 함께 좋은 사람들과 떠들면서 마시면 훨씬 즐거울 것 같다
벌써 여름도 어느덧 지나가고 있는 듯 하다.
뜨거운 태양도 벌써 그리워진다. 그래서 유난히 스페인이나 캘리포니아 와인이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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