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위스키를 만든다는 것은 이제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예전부터 위스키 소비가 많아서 그런지 매니아층도 두텁다고 한다.
대만에 가게 되면 언젠가 이 카발란 증류소도 한 번 가 보고 싶은데, 그때를 위해서 중국어도 다시 배워야 하나 싶다. 한국에 살며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는 바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잘 배울 수 있다는 건데, 이를 그냥 놓치는 건 너무나 아깝다.
이 술의 구매는 이전에도 소개했던 데일리샷에서 했다. 날이 갈수록 올라오는 라인업이 충실히 업그레이드 되고, 배송 속도가 빨라지는 느낌이다. 와인은 모르겠는데 위스키 애호가라면 대중적으로 구할 수 있는 유명 위스키는 꽤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역시 '맛이 어떤가'일 것이다.
먼저 이 술은 역시 대만이라는 공간 때문인가 약간 아열대의 맑은 하늘 아래의 바닷가 느낌이 난다.
부드럽고 산뜻한 알콜 향기와 꽃향기, 그리고 열대과일의 향기가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일단 마시게 되면 싱글몰트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보리향과 보리 맛이 박력있게 다가온다. 무겁지 않지만 충분한 임팩트를 전달한다.
어쩐지 일본 위스키의 느낌도 난다. 그렇지만 일본 위스키의 깎은 듯한 정석적인 맛과는 살짝 다르다. 엄청 잘생긴 대만 배우나 홍콩 배우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엄청 끌리진 않지만 그래도 매우 개성있는 멋이 있고, 누군가는 엄청 빠지는 그런...
이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2010년 번즈 나이트 행사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다른 쟁쟁한 스카치 위스키를 제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싱글몰트 시장에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며 데뷔를 한 것이다.
역시 직접 마셔 보면 좋은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균형감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보리 풍미의 팔레트에 더해서 약간의 단맛과 열대과일 향이 미묘하게 섞인다.
신기한건, 이 술은 약간 에어링에 약한 것 같다. 처음에 사서 개봉한 뒤 1달정도는 보리맛이 꽤 강하고 향도 진했는데, 그 상태로 조금씩 즐기며 1달 정도 더 지나니 약간 향이 약해지며 살짝 짭잘한 맛이 추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 맛이 훨씬 좋았다. 비싼 술이지만, 은근 빨리 마셔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만은 위스키를 만드는 보리를 직접 재배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이 카발란 위스키 또한 보리는 전량 수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도 이런 풍부한 맛과 나름의 잊기 어려운 개성을 가진 위스키를 만들어 냈다니 정말 존경스럽다.
피니쉬는 짧지만 그래도 뭐 만족스럽다. 뒷맛이 강한 것보다 이렇게 깔끔히 사라지는 것도 그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곁들이면 꽤 즐겁게 먹고 마실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위스키는 여전히 발전중이라고 생각한다. 살펴 보니 여전히 이런 저런 일들도 겪고, 다양한 라인업의 위스키를 만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 내가 마신 2019년 병입된 카발란 클래식은 어쩌면 계속 변해 나가는 과정 중에 스쳐 지나가는 한 과정의 흔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참 덧없기도 하고 귀하게도 느껴진다.
이 순간을 즐기고 소중하게 사는 것이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 멋진 위스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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