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버팔로 트레이스 (Buffalo Trace)

미국 버번 위스키 (Bourbon Whiskey)의 입문 3대장으로 불리우는 위스키 (메이커스 마크 Maker's Mark, 버팔로 트레이스 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 101 Wild Turkey 101) 중 하나이다.

버번 3대장에 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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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응원하는 와인/몰트 샵인 염창동 파르카스 (Farkas)에서 구입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버팔로 트레이스는 이 곳이 가격 기준으로도 제일 쌌다. 오프라인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버팔로 트레이스는 에어링이 진행될 수록 맛있어지는 술이다. 그래서 집에서 조금씩 따라 먹는 것도 별미지만, 위스키 글래스로 파는 매장에 갔을 때 약간 달달하면서도 괜찮은 버번을 마시고 싶으면 이 버팔로 트레이스나 메이커스 마크를 한잔 마셔 보는 것을 추천한다.

Nose (노즈, 향)은 우선 달콤한 설탕 졸인 향, 마른 건포도, 기분 좋은 알콜 냄새가 섞인 느낌이다. 그리고 정말 버번 중에서 가장 고기 (스테이크나 꼭 스테이크가 아니더라도 소고기)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술이다. 이 버팔로 트레이스 한 잔에 질 좋은 스테이크 한 덩이를 먹거나, 아니면 여름에 한우 구우면서 같이 곁들이면 정말 부드럽고 행복하게 넘어 갈 것 같다.

Palate (팔레트, 맛)은 부드러운 인상 (아마 도수가 45도 - 90 Proof 으로 위스키 치고 엄청 높은 편은 아니다)이 강하다. 아주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이질적인 맛이 없다. 첫 개봉시에는 좀 알콜 향이 세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알콜향은 사라지고, 맛 자체가 잘 드러난다. 다른 리뷰를 보아도 메이커스 마크나, 와일드 터키 보다 훨씬 부드럽다는 인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부드러움 뒤에, 미국에서 가장 오랜 시간 (200년 이상 되었다고 한다) 이어 왔다는 이 증류소의 독특한 개성이 잘 드러나는 훌륭한 맛이 있다. 그 자체만 마셔서는 잘 모르지만, 오히려 다른 술들과 비교해서 마시면 알게 되는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있다. 정말 좋은 재료를 써서 잘 만든 술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특별한 향기가 나는 것도, 맛이 뭐 특출난 것도 아니지만, 미묘하게 '고품질'의 술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특유의 안심감이 느껴지는 맛인 것이다. 싸구려의 느낌이 전혀 없고, 아주 만족스럽다. 고급 초콜릿을 먹었을 때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분명히 익숙한 맛인데, 뭔가 특별한 느낌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술은 새 병을 따서 막 맛을 보는 것보다, 1~2주 천천히 시간을 두면서 적당히 공기에도 노출 시킨 후 마시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에도 공기와 접촉하면서 맛이 좀 더 풍부하게 변한다. 다 마시고 나서 나오는 잔향인 피니쉬 (Finishi)도 이렇게 1~2주 지난 후에는 더욱 좋아 진다. 술의 향이 이렇게 길고 다양하게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특히 미묘하게 달콤하고 살짝 곡물 맛이 나는 여운이 참 매력적인 술이다.

여름밤이다. 이제 정말 다시 버번의 계절이 왔다.
그 거 알고 있나? 2021년 하지는 6월 21일이었다. 우리는 이제 여름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미 여름은 끝나가고 있다. 낮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기온은 조금씩 올라갈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의 여름은 우리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때부터 저물어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버번 한 잔이 소중하다. 이왕 소중하게 한 잔 할 거면 버팔로 트레이스를 한 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좋은 술과 함께 좀 더 풍부하고 활기찬 인생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