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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일기/무슨 책이 도움이 되는가

싯다르타 - 잊혀진 가치, 영적 탐구와 성장에 대하여

by FarEastReader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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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독일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 싯다르타라는 책이 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으로도 유명한데, 이 분의 종교적인 탐구와 영적인 성장에 대한 추구는 데미안에서도 꽤 생생히 드러난 바 있다. 학창시절 청소년의 감성으로 혹시 같은 사춘기 소년의 감정을 잘 대변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데미안을 읽은 사람은 그 황당할 만큼 복잡하고 심오한 정신 세계와 상징에 "또잉?" 하면서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싯다르타는 좀 결이 다르다. 좀 더 알기 쉬운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고, 주인공 싯다르타의 구도 여정이 깔끔하고 단순한 이야기로 그려져 있다. 싯다르타가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들도 복잡한 상징을 거치기 보다는 직접적인 표현과 언어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가지 재미 있는건, 이 책은 부처님, 즉 고타마 싯다르타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싯다르타'라는 주인공이 나오지만, 이건 석가모니 부처님에서 모티브를 따온 또다른 구도자이다. 

이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면서, 처음에는 동료 고빈다와 함께 출가 생활을 한다.

처음에는 자아를 지우고 극복해 가기 위해 고행과 금욕적 수행을 하며 신비주의적인 체험에 집중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수도승으로의 수행을 하고 있던 중, 누군가를 스승으로 모시거나, 종교적인 계율에 갖힌 수련을 한다고 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만의 깨달음을 추구해 보기로 한다.

누군가에게 배워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 이 결론을 얻기 위해 소설 속 싯다르타가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짐작되는 '고타마'이다. 고타마와 같은 훌륭한 스승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도, 결국엔 깨달음의 길은 스스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싯다르타의 판단이었다. 싯다르타의 이러한 자각은 책 후반부에 '지식은 전달할 수 있으나,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싯다르타는 끝까지 고타마 밑에서 수행하기로 한 친구 고빈다와도 결별하고, 혼자만의 길을 떠난다.

스스로 깨닫기 위해 다시 속세로 돌아간 싯다르타는, 강을 건너 도착한 도시에서 알게 된 카말라라는 창부와, 그녀가 소개한 카와스와미 라는 부자로부터 성(sex)과 부(소유)에 대한 것을 배우고, 그 생활에 깊이 적응하게 된다. 그러나 쾌락과 부유함의 끝에 도달한 싯다르타는 결국 이 모든 것은 허무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모든걸 떠나 다시 강 앞으로 돌아와 자살을 하려고 한다.

그때 처음으로 강으로 부터 신비한 'Om' 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깊은 잠에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 우연히 그 강을 지나가던 고빈다와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고빈다는 싯다르타를 알아보지 못하고, 싯다르타는 고빈다에게 자신이 싯다르타임을 알려 주며 짧은 재회를 하게 된다. 

그 이후 싯다르타는 그 강의 뱃사공인 바수데바와 살며 그로부터 자연 (즉, 강)의 메세지를 듣는 법을 배우게 된다. 바수데바는 무학(無學)의 현인(賢人)이었다. 매우 소박하고 말도 없이 스스로의 일을 하면서 강과 깊은 소통을 하는 신비한 인물이었다. 싯다르타는 그와의 생활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영적 충만함과 발전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전 관계를 가졌던 카말라와 카말라가 낳은 싯다르타의 아들이 고타마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강을 건너고자 했다가 싯다르타와 바수데바가 있는 곳에 찾아 오게 된다. 싯다르타는 옛 연인과 자신의 아들을 만나게 되었지만, 옛 연인 카말라는 뱀에 물려 죽게 되고, 싯다르타는 자신의 아들을 바수데바와 함께 키우게 된다. 하지만 아들은 싯다르타를 오히려 증오하고 싯다르타의 가치관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아들을 사랑하는 싯다르타는 이 상황에 괴로워 하며 사랑의 힘으로, 성숙한 인격으로 이를 극복해 보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바수데바는 아들을 깨닫게 하려고 하는 싯다르타의 사랑마저 결국은 집착이며, 아들의 선택이 아무리 잘못된 것이라도 놓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싯다르타는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한층 더 정신적으로 성숙해 진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싯다르타 또한 우리 삶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으며, 시간도 없고 모든 것은 그저 변화 무쌍한 거대하고 단일한 무언가가 수없이 변화하며 나타났다가는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다. 싯다르타가 이렇게 깨달음을 깊게 하게 된 시점에, 바수데바도 결국 신선처럼 더 깊은 깨달음과 고요함을 추구하여 뱃사공을 은퇴하고 홀로 어디론가 떠난다.

그렇게 홀로 남은 싯다르타가 뱃사공을 하며 늙어가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우연히 젊은 시절 함께 출가했던 고빈다를 한 번 더 만난다. 역시 싯다르타를 알아보지 못한 고빈다에게 자신이 누군지를 밝힌 싯다르타는, 고빈다에게 자신의 이마에 키스를 해 보라고 한다. 고빈다가 싯다르타의 이마에 키스를 하자, 고빈다 또한 싯다르타가 깨달은 것을 환상의 형태로 보게 되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굳이 길게 줄거리를 다 밝힌 것은, 나 스스로도 이 짧지만 강력한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 보면서 스쳐지나갔던 여러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반추해 보기 위해서다.

이와 같은 영적인 성장이나 탐구를 주제로 한 책들은 사실 이제는 거의 씨가 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풀소유의 혜민 스님같은 땡중이나 몇몇 힐링을 주제로 한 저자들의 에세이는 여전히 나오고 잘도 팔리지만, 이렇게 유명한 소설가가 문학의 형태로 제대로 된 작품을 남기거나 하는 건 정말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지금 영적인 이야기를 하면 완전히 미친사람, 도태될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영성의 중요성을 알고 더 깨끗하고 맑게 살려는 태도가 귀해지는 것이 요즘 시대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탁하고 모두가 돈 한푼 더 벌려고 아수라판을 벌이고 있는 지금,

정치권에서도 거의 유례 없는 타락과 막장스러움과 뻔뻔함이 당연시 되고 있는 현재,

다시 한 번 이런 순수한 이야기의 가치를 이야기 해 보고 싶다. 정말로.

 

올 여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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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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