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올드 페퍼 라이 (Old Pepper Rye)

Rye (라이) 시리즈가 계속된다. 귀리 (호밀)로 만든 이 술에 진짜 제대로 끌리는 것 같다.

이전 글도 참조해 주기 바란다:

2021.03.27 - [Useful Things] - 술 추천: 놉 크릭 라이(Knob Creek Rye)

2021.02.15 - [Useful Things] - 술 추천: 불릿 95 라이 (Bulleit 95 Rye)

The Godfather를 원서로 읽은 후, 위스키를 즐기게 되면서, 처음에는 낯설었던 라이 위스키를 호기심에 접했다가 이제는 완전히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나에게 불릿 95 라이를 추천해 주었던 염창역의 파르카스 (Farkas) 사장님의 소개로, 올드 페퍼 (Old Pepper)브랜드의 라이를 마셔보게 되었다.

먼저 아래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자.

병 모양 부터 약간 고급스러움이 드러난다. Rye 치고는 좀 비싸기는 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나 향, 맛 모두 매우 만족스러운 술이었다.

Old Pepper Distillery Rye Single Barrel

이번에 마신 올드 페퍼 라이는 싱글 배럴 스트레이트 라이 위스키 750ml로서, Proof 110이라고 되어 있다. 즉, 알콜 도수가 55%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실 때 조금은 알콜 도수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향이 워낙 좋고 술이 부드럽게 만들어져 있어서 불쾌감이 거의 없다. 싱글 배럴이라고 함은, 한 증류소에서 같은 해에 증류한 위스키 중에서 한 통속에서 숙성 시킨 위스키를 의미하니까, 이 라이 한병에 들어 있는 술은 모두 한 오크통 안에 들어 있어서 함께 세월을 견디던 동기들이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우선 향은 달콤한 바닐라 향이 지배적이다. 증류소 설립자의 성을 딴 Pepper 증류소의 이름이 병에 딱 써있기에, 톡쏘는 후추향을 기대하게 되지만, 향기 만큼은 정말로 부드럽다. 단맛마저 기대하게 만드는 향기로움이다.

그러나 맛은 역시 라이 (Rye) 특유의 알싸한 얼얼함을 만족스럽게 갖추고 있다. 이 때는 딱 Pepper라는 증류소 이름이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Spicy함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르쳐 준다.

그리고 특유의 미묘한 맛들이 확실하게 피어난다. 부드러운 바닐라, 달콤한 다크 초콜릿, 꿀, 불에 탄 오크통 이런 것들이 느껴진다. 배합이 잘 이루어져 있어서 하나의 완벽한 세계인 것 같다. 약간의 민트향이 감도는 것도 꽤 매력적이다.

이전 소개했던 Bulleit 95 Rye (불릿 95 라이) 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맛이다. 확실히 가격의 차이가 있는 만큼, 고급스러움이 배가되는 것 같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법, 여전히 나는 Bulleit 95 Rye 를 처음 마셨을 때의 충격을 잊기 어렵다. 정말로 '맛있는 술'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배웠다. 이 Old Pepper (올드 페퍼) 역시 매우 훌륭한 술이지만, 역시 첫경험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 같다.

신기하게도 일본에는 이 술이 잘 안알려지고, 같은 Pepper Distillery (페퍼 증류소)에서 나온 도수 50%짜리 라이인 1776 Rye 만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의외고, 또 호기심이 생긴다. 

살짝 기울이니 더 멋진 Old Pepper Rye

라이 계의 꽤 준수한 모범생을 만난 느낌이다.

꽤 아껴서 조금씩 홀짝이고 싶은 술이고, 향과 맛을 즐기기에 아주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혀 전체에 술을 느끼면서 맛과 향을 오래 음미하는 켄터키식 음미 방법 (Kentucky Chew 또는 Kentucky Hug라고 칭한다고 한다)이 딱 맞는 즐거운 술이다.

아, 그리고 최근에 아주 좋은 책을 발견했기에 소개한다. 미국 버번 위스키 / 라이에 관심 있는 분은 꼭 체크해 보기 바란다.

조승원 이라는 기자분이 쓴 책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이라는 책이다. 예전엔 이런 건 일본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왔는데 요새는 한국에서 오히려 좋은 책들이 간간히 발견된다. 반가운 일이다.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술꾼의 술 버번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