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다니엘스 No.7 라는 위스키는 많이들 알 거라고 본다. 나 또한 매우 좋아한다.
아래 사진의 유명한 위스키 말이다.
(아래 사진은 전설적인 밴드 Led Zeppelin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Jimmy Page가 잭다니엘스 No.7을 들고 있는 사진이다)
이 잭 다니엘스 No.7이 나오는 양조장에서 그보다 하나 상위 레벨로 나온 위스키가 있으니, 바로 젠틀맨 잭 (Gentleman Jack)이다.
이 술은 미국에서 사온 것을 선물 받아 마시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다소 올드한 스타일의 병이지만, 그만큼 또 클래식하고 묵직한 매력이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미국 위스키인 잭 다니엘스는 일반적인 버번 위스키와는 달리 켄터키주가 아닌 테네시 주에 있다. 그래서 잭 다니엘스 위스키를 버번이라고 부르지 않고, 테네시 위스키라고도 부른다. 테네시 위스키는 1) 테네시 주 안에서 만들어야 하고, 2) 또 숯으로 여과를 하는 차콜 멜로잉 (charcoal mellowing)을 해야 한다.
테네시 주는 금주(禁酒)의 전통이 있는 주 (state)다. 생각보다 많은 카운티 (county)에서 여전히 금주법을 따르고 있다.
아래 그림은 테네시 주의 지도다. 노란색은 여전히 완전한, 또는 제한적인 금주법이 실시되는 카운티들 (dry county라고 부른다)이고, 제한적 판매가 되는 곳이 파란색, 빨간색만 제한이 없는 카운티들 (wet county)이다. 이런 지역에서 전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미국의 대표 위스키가 생산된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젠틀맨 잭은,
테네시 위스키만의 특징인 차콜 멜로잉 (숯으로 하는 여과)을 두번 거쳐 생산한다.
한방울, 한방울씩 숯조각으로 가득찬 통에 며칠에 걸쳐 위스키를 떨어뜨려 하는 숯 여과를 한 번 거치고, 두번째는 짧게 몇 분에 걸친 숯 여과를 한번 더 거친다고 한다. 꽤나 정성들여 만든 술인 것이다.
그 결과 이 젠틀맨 잭만의 독특한 부드러움과 향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미국 위스키라고 하면, 특히 그 버번만의 강렬한 알싸함과 달콤함을 특징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젠틀맨 잭은 다르다. 향기도 색깔도 모두 부드럽다. 정말 '젠틀맨'인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달콤한 인상이다. 바닐라 향과 오크향이 나는데 둘 다 부드럽다.
혀에 닿는 맛 또한 풍부하고 복합적이다. 성숙한 느낌의 술이다.
밤에 한잔 조용히 마셔도 좋지만, 새벽에 아침 일찍 차처럼 가볍게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은 부드러움이다.
신기한 건, 충분히 자극적인데도 자꾸만 부드럽고 스무드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 끝맛 (Finish)에서는 살짝 구운 맛이 느껴진다. 전체적인 향 (Nose)과 맛(Palate)와 달리 이 피니쉬에서 오히려 아메리칸이 느껴지는게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잭 다니엘스의 No.7을 좋아한다. 그 특유의 단맛과 색깔이 정말 좋다.
그런데 그 형님되는 분... Gentleman Jack을 만나니 또 신기한 느낌이다.
신기하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면 갑자기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친구와는 완전히 다른 그 형님 속에서 친한 친구의 모습을 또 재발견하게 된 그런 느낌?
술이란게 복잡하게 마실 필요는 전혀 없지만,
이렇게 다양한 뉘앙스와 즐길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참 재미있다.
우리 술도 이렇게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마 100년정도 흐르면 가능하려나? 조금 더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알콜의 효용에만 집중해서 당장 때려마시는 소주 뿐만이 아니라,
언젠가 향과 맛이 더 중요하고 알콜은 부수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그런 술의 선택지가 더 일반화 되었으면 좋겠다.
젠틀맨 잭,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돌이켜 보게 하는 좋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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