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렵채집일기/중국연구노트

주중 외교관이 경험한 차이나는 중국 이야기 by 정수현

by FarEastReader 2024. 6. 9.
728x90
반응형

중국에 대한 책들 중 젊은 외교관이 쓴 책은 극히 드물다. 이번에 읽게 된 '차이나는 중국 이야기'는 그런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저자는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2005년에 외무고시를 합격한 엘리트 외교관이고, 2010년에는 중국 최고 MBA인 CEIBS에서 MBA를 따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 자체는 비판 받을 구석이 좀 있다. 일단 payment를 의미하는 결제(決濟)를 쓸 때, 자꾸 '결재'라고 쓴다던지, 책 첫장부터 중국어 八(팔, 여덞, 표준어 발음 ba, 광동어 발음 bat)과 發(발, 출발하다, 펼쳐지다,fa, 광동어 발음 fat)의 발음이 '같다'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 나오는 점에서 이 저자의 한자 실력과 중국어 실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 두 글자의 발음이 '비슷해서' 중국인들이 8을 길한 숫자로 쓰는 건 맞지만, 아무도 이 발음이 '같다'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 내가 읽은 건 2018년 제1쇄였다. 그 이후에는 이런 오류가 수정되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부분을 눈감고 이 책을 살펴 본다면 현대 중국의 사회상과 함께 우리 외교관들의 중국생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아주 생생하고 또 균형잡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저자 정수현씨가 기본적으로 매우 강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상당히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실을 파악하고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어 여러 면에서 강한 호감을 가지게 된다.

 

중요한 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국관련 정보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비즈니스, 그리고 중국에서 한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생활의 경험, 그리고 외교관으로서 경험하는 중국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저자의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험담은 엄청 가볍고 쓰잘데기 없는 신변잡기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상당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기에 그 경험들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과 이해 수준이 남다르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이야기 그 자체보다, 이 사람의 시각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배울 점이 많은 그런 책이라고 하겠다.

 

우리들은 외국을 바라 보면서, 제대로 된 시각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과소평가 (혹은 적대시)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과대평가 한다. 긴 쇄국과 사대를 해 온 전통이 집단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다. 대외무역이 활발한 대한민국이 된 지금도, 사실상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지정학적 조건과, 미국이라는 나라에 완전히 사대를 하고 있는 현 상황이 또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으리라 (여기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확실히 해 두자면, 나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서는 미국 질서의 모범생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을 바라 볼 때에도 늘 과소평가 or 사대의 양쪽 감정에만 치우치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다. 이들과 우리가 같은 체급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분명 협력과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좀 더 세련되게 추구해 나갈 길이 있을터인데,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외교관이 쓴 아래 책도 그런 면에서 참고해 볼만 하다.

2022.07.19 - [수렵채집일기/무슨 책이 도움이 되는가] -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 미치가미 히사시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 미치가미 히사시

지정학과 외교는 한국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너무 피상적으로만 이해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지정학상 제일 중요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seoulindanger.tistory.com

 

이 책에서 저자가 바라보는 중국에 대한 관점은, 이런 면에서 상당히 배울 점이 많다. 애정을 잃지 않되, 본인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역시 잃지 않는다.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떤 것을 지켜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과 외국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좋은 걸 위해 자길 바꾸어야 한다면, 그 '더 좋은 것'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중국의 발전된 모습과 막대한 인구, 광대한 영토에서 나오는 힘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강대해 져 가는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어떻게 중국을 이해해야 하는지, 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이 책은 계속해서 묻는다.

 

저자의 일상적이고 따뜻한 경험담 속에서 가벼운 수필처럼 이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훈련된 외교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중국은 일반적인 외국인이 바라보는 중국과 확실히 다른 시야를 제공해 준다는 것을 배웠다.

 

이 글을 읽고 관심있어진 독자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책을 구매해서 읽어 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물론 빌려 봐도 좋지만, 정보를 생산하는 저자와 출판업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사서 보는 것이 역시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웅진북센 차이나는 중국 이야기 주중 외교관이 경험한

 

웅진북센 차이나는 중국 이야기 주중 외교관이 경험한

COUPANG

www.coupang.com

(위는 쿠팡파트너스 링크로 위 링크로 구매하면 작성자에게도 아주 적은 소정의 수수료가 지급됨)

 

현장에서 중국의 엘리트들을 직접 접하는 고위 공무원이나 외교관, 기업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런 책들을 많이 써 주었으면 좋겠다.

 

주중 외교관이 경험한 차이나는 중국이야기 by 정수현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