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신논현역에서 아주 맛있는 피자집을 발견했다.
브릭오븐 이라고 하는 피자집인데, 진짜 미국에서 먹는 것 같은 사이즈와 맛의 맛있는 피자를 줘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가게의 피자는 화덕에서 막 구워 나오기 때문에 그냥 먹으면 솔직히 좀 뜨겁기까지 하다. 이 때 이 가게에서 마실 수 있는 특이한 맥주인 분트 앰버에일 (Boont Amber Ale)이라도 마시면서 천천히 담소를 나누고 조금 식혀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피자는 먹다 남아서 다음날 아침에 먹는 완전히 식어버린 피자가 때론 더 맛있기도 한 법이기에 말이다.
나는 이미 테이블로 나온 피자의 비주얼과 향에 반해서 허겁지겁 피자를 먹느라 입천장이 다 데어 버렸지만, 그 피자 만큼 맛있고 멋지다고 느낀 것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분트 앰버에일 (Boont Amber Ale) 이다.
이 맥주를 만드는 Anderson Valley Brewing Company는 1987년에 창립된 미국 craft 맥주 양조장의 1세대 같은 곳이라고 한다. 미국도 크래프트 맥주 역사가 의외로 짧다는 것에 놀랐다. 조금 살펴 보니 1978년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자가양조 금지법을 해금(解禁)한 이후에야 미국도 소규모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수제맥주 품이 2010년대 중반인것을 생각하면 한 32년 정도 차이나는 것인데, 딱 한세대 차이 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크래프트 맥주에 대해서는 아래 브런치 글이 매우 재미있는 지식을 전달해 준다.
https://brunch.co.kr/@iharu/108
분트 앰버에일 (Boont Amber Ale)은 정말 맛있는 술이었다. 맥주를 마시면서 맛있다고 생각한 것도 진짜 오랜만이다. 언젠가부터 맥주를 마시면 너무 살찌는 것 같고, 방대한 종류에 비해 은근 맛있는 술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그 이유였다. 한 때 여름 한낮에 맥주 마시는 것을 낙으로 삼던 시절이 정말 꿈만 같다.
먼저 Palate (맛)이다. 분트 앰버에일은 캐러멜, 토피, 마카다미아 너트와 같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피자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의외로 단짠 조합에서 단맛을 담당할 수 있는 맥주다. 또한 중간에는 약간의 홉 스파이스가 느껴지기도 해서, 이는 중간 정도의 쌉쌀함으로 이어지는데 나름 이 부분이 참 매력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맥주는 입안에 카라멜 노트를 남기며 입안을 코팅하는 느낌을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향 (Nose)은 신선하게 구운 맥아, 흰 빵 껍질, 오렌지 시트러스의 깨끗한 느낌의 첫인상을 준다. 5월 초여름의 맑은 하늘과 정말 잘 어울리는 향이다. 또한 맛에서 느껴지는 단맛을 지지하듯이 바닐라와 캐러멜의 달콤함이 함께 어우러지며, 상큼한 과일 향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향들은 전반적으로 앰버 에일보다는 버번에 가까운 뉘앙스를 준다고 생각했다.
피니시 (Finish)도 꽤 인상적이었다. 이 분트 앰버에일 (Boont Amber Ale)의 피니시는 크리스피한 쌉쌀함과 함께 카라멜의 달콤함이 이어진다. 중간 정도의 길이로 마무리되며, 가벼운 탄산이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을 유지시켜 준다. 청량한 느낌이 무겁고 진한 맛을 중화해 주는 느낌이다. 알콜이 5.8%로 상대적으로 낮아서 그런지 부담스럽지 않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생활에 변화를 많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한정 짓지 않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은 무너지더라도 새로운 것들에 대해 계속 도전을 시도해 나가고 싶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 해 볼 수 있게 하는 의욕을 불어 주는 좋은 술이었다. 꼭 한 번 브릭 오븐과 같은 맛있는 피자와 함께 마셔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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