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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사제락 라이 위스키 (Sazerac Rye Whiskey, 45%)

by FarEastReader 2024.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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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한때 위스키를 정말 좋아했고, 특히 라이를 좋아했는데, 위스키를 즐기기에는 내 알콜분해 능력이 솔직히 좀 부족하다고 느껴서 조금 더 도수가 낮은 술로 결국 옮겨 갔다.

 

그러나 역시 위스키가 필요할 때가 있다. 순수하고 깊은 맛은 정말 위스키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염창역에 갈 일이 생겨 가끔 들렸던 몰트샵 - 파르카스(FARKAS)에서 눈여겨 두었던 사제락 라이 위스키를 샀다. 

 

사제락 라이 위스키가 왜 마음에 들었는지는 이제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그러나 Buffalo Trace를 만드는 양조장에서 나온 라이 위스키라는 것 자체로도 일단 신뢰감이 컸고, 워낙 라이 위스키를 좋아하는지라, 발견하자 마자 망설임 없이 고를 수 있었다.

2021.06.2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버팔로 트레이스 (Buffalo Trace)

 

술 추천: 버팔로 트레이스 (Buffalo Trace)

미국 버번 위스키 (Bourbon Whiskey)의 입문 3대장으로 불리우는 위스키 (메이커스 마크 Maker's Mark, 버팔로 트레이스 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 101 Wild Turkey 101) 중 하나이다. 버번 3대장에 관한 글 2021.08.2

seoulindanger.tistory.com

 

이 술을 집에 두고 조금씩 마실 때마다 느꼈던 것이지만, 정말 한 잔 한 잔이 훌륭했다. 생각보다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이 술을 찾는 때에 내가 원하는 것을 충실히 전달해 주었다. 위안을 전달 해 주고, 위로를 전해 주기도 했다. 기쁨을 승화시켜주기도 했고, 아쉬움을 내일보다 빨리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먼저 Palate (맛)다. 이 술은 블렌디드 위스키인 만큼, 풍미가 상당히 복잡하고 풍부하다. 전반적으로  첫 맛은 시트러스(특히 레몬) 향이 느껴지며, 신선한 풀 향과 함께 상쾌한 민트의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뒤이어 바닐라의 달콤함과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균형을 이루며, 오크의 맛과 고소한 구운 바나나의 부드러운 단맛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블랙 페퍼의 매콤함과 다크 초콜릿의 쌉쌀함이 여운으로 남아 준다. 상당히 훌륭한 맛이다. 

 

향 (Nose) 또한 매우 훌륭했다. 괜히 수백년 이상 살아남은 위스키가 아니겠구나 싶은 그런 우아함이 있었다. 처음에 톡 쏘는 알콜향을 기술적으로 잘 비껴나고 나면, 달콤한 체리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것을 즐길 수 있다. Palate에서 느낀 것처럼 나름 향도 잘 매치 되는데, 오크와 바닐라, 체리의 상큼함이 중심적인 향으로 다가오며, 마른 허브와 갓 구운 빵의 고소함이 함께 느껴진다. 실제 이 위스키를 마시면서 고소한 빵이나 쿠키를 안주로 몇 개씩 먹은 적이 많았는데, 정말 이 향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건초 같은 느낌도 나타나며, 전체적으로 이러한 향들이 복합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피니시 (Finish)는 중간 길이로, 블랙 페퍼와 시나몬, 라이 스파이스의 맛이 먼저 느껴지며, 바닐라와 오크의 달콤함이 뒤따른다. 숙성이 길지 않은 young한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오크의 건조한 특성이 나름 뚜렷하게 나타나며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마무리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술을 만드는 Buffalo Trace Distillery에서 나온 Tasting note도 참조할 만 하다.

https://www.buffalotracedistillery.com/our-brands/sazerac/sazerac-rye.html

 

Sazerac Rye Whiskey

The one and only New Orleans Sazerac Rye Whiskey that birthed America’s first cocktail - the Sazerac cocktail. This historic Sazerac Rye has led to other favorite expressions including Sazerac 18 and Thomas H. Handy Sazerac.

www.buffalotracedistillery.com

 

술 마실 일이 요새 크게 늘어서 이런 독한 술은 거의 자제하고 있지만, 역시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정말 엄청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 사제락 라이를 마시는 순간만큼은 그렇게 좋아하던 막걸리도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좀 더 젊을 때, 이런 술을 많이 접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싸구려 술만 억지로 마셔야 하는 우리의 술문화가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때려 마시지 않아도, 이런 술을 즐기며 돈독해 질 수 있는 시기는 언제 올까? 

 

사제락 라이 위스키 (Sazerac Rye Whiskey,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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