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동네 마트를 들렸는데 청주에서 보던 막걸리를 팔고 있어 냉큼 집어왔다. 이렇게 지역 막걸리를 서울의 마트에서 보게 될 때 문득 더 반가운 것 같다.
청주지역에도 은근 막걸리 브랜드가 많은데, 이번에 마신 원막걸리는 정작 내가 갔던 청주의 마트에서는 잘 보지 못한 막걸리였기에 더욱 재미있었다.
5%로 도수도 부담없고,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인데다가 라벨의 색감이나 디자인이 약간 국순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잔을 딱 마시니 전형적이고 또 정석적인 잘 만든 가성비 막걸리의 풍미가 훅 풍겨나왔다.
가성비 막걸리의 경우에는 신선함이 정말 생명인 것 같다. 잘 익은 막걸리에 적당한 달콤함과 옅은 산미, 그리고 적당히 강한 탄산이 어우러져 청량하고 또 시원한 가성비 막걸리의 맛이 탄생한다고 본다. 이 원쌀막걸리 역시 그 조합이 멋지게 이루어진 한 잔이었다.
여러모로 마음이 지치기도 해서인지, 막걸리가 매우 시원하게 쭉쭉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역시 여러 합성감미료 - 특히 아스파탐 -의 맛이 계속 걸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제로콜라나 제로 사이다, 또는 소주의 단맛과도 닮은 이 단맛은 역시 벌컥벌컥 마시다 보면 역시 뒷맛으로 배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술은 여전히 가성비 막걸리로서는 정말 준수한 맛을 가졌다. 그러나 이 술은 약간 옛날 스타일의 가성비 막걸리 맛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 마시고 나서 살짝 머리가 아프기도 했는데, 이 느낌은 정말 요새에는 1년에 몇 번 없는 경험이어서 기록을 남겨 둔다. 뭔가 재료의 배합 같은 것에서 과거 막걸리와 유사한 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마시고 나서 오랜만에 머리 아픈 경험을 했다.
술의 향기도 나쁘지 않았다. 깨끗하고 좋은 물과 재료를 쓰고 있다는 점이 느껴지는 향이었다. 소박하고 단순한 향이지만, 깨끗하고 맑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괘 마시고 머리가 아팠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질감은 라이트하고, 강한 탄산을 가진 전형적인 가성비 막걸리의 질감이다. 적정한 탄산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물을 좋은 것을 썼는지 매끄러운 액체의 질감도 매력적이었다.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히고 경쾌한 느낌의 질감을 가지고 있었고, 깨끗하고 청량하다는 인상이었다.
충청도에서 나온 가성비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농촌의 맛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참 재미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옛날 스타일의 맛이라는 것이 바로 이 특유의 투박함이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딱 마시면 느껴지는 이 투박함이 나름 매력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 즐길 것이 많은 요즈음이다.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살아 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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