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오희 (8.5%,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주조)

문경주조의 술도 꽤 높이 사는 편이다. 실험적이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좋은 술이 나오는 양조장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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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신 오희 역시 문경주조에서 나온 술이고, 오미자를 주요 부재료로 한 술이다.  이 술은 탁주이지만 맑다. 이전 마셨던 문경주조의 폭스 앤 홉스 역시 이런 맑은 술이었는데 국내산 100%로 좋은 술을 만들고, 그 위에 뜨는 맑은 청주를 가지고 부재료를 섞어 만드는 이런 문경주조의 시도가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게다가 천연 탄산이 강하게 남아 있어 매우 청량하다. 여러 모로 탁주라는 인상이 거의 들지 않는 술이다.

 

오미자를 주요 부재료로 한 다른 탁주도 많이 마셔 보았지만, 이렇게 맑은 느낌의 오미자를 전면에 내세운 탁주는 문경주조의 오희가 처음이다. 오미자의 달콤하고도 새콤하고, 또 씁쓸하면서도 묘하게 짭짤한 맛이 마치 오미자 음료인 것처럼 그대로 드러난다. 다만 맛의 뒷부분과 아래 부분을 두둑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고소하고 달콤한 탁주의 맛이 이 술이 역시 제대로 만든 막걸리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해 준다.

 

향 또한 오미자의 새콤한 향이 두드러지면서 그와 함께 쌀막걸리 특유의 달큰함과 고소함이 확 퍼진다. 한편으로 약간 맑고 깨끗한 산머루의 향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문경은 오미자의 생산지로도 유명한데 이렇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여 맛과 향이 그윽한 술을 만든 것이 참으로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질감은 탄산이 강한 편이고, 바디감은 거의 없이 샴페인처럼 부드럽고 경쾌하다. 정말 막걸리라기보다는 잘 익은 라거 같은 질감이라고 하겠다. 오미자 특유의 새콤달콤함이 있어 맥주처럼 벌컥벌컥 마시기엔 약간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의 질감은 여전하다. 

 

전반적으로 문경주조의 폭스앤홉스를 연상시키는 그런 한 잔이었다. 탁주라고 해서 단순히 탁한 곡식 막걸리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지평을 넓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알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리거나 또는 너무나 당연하게만 여겨 버리는 것들을 살려냄으로써 전통의 새로운 해석을 하는 이러한 시도를 정말 응원한다. 나 또한 이러한 자세로 살고 싶다고 재차 다짐해 본다.

 

오희 by 문경주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