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바다한잔 동해 소주 (17.5%, 강원도 속초시, 설악프로방스배꽃마을)

최근 전통주 / 우리나라 술을 즐기기 좋은 장소들이 많이 늘어났다. 얼마 전 방문했던 문래동의 '주락 문래 본점' 역시 그런 곳이었다. 술을 좋아한는 사람들은 한 번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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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락 문래본점 : 네이버

 
재미있는 건 이 '주락 문래본점'에서는 아예 흔한 희석식 소주 (참이슬, 처음처럼 이런 것들)은 아예 들여 놓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 소주, 약주, 막걸리 이런 것들만 있는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주락 문래본점에 같이 갔던 사람은 술에 까다로운 편이 아니어서, 그냥 소주 한병 아무거나 시켜 보자라고 해서 참이슬을 찾았다가, 아예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같은 싼 희석식 소주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 대안으로 시킨 것이 바로 이 동해 소주였다.
 
첫 잔을 딱 마시는 순간, 병 생긴 것과 달리 이 술이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증류식 소주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물론 완벽한 전통 방식의 증류식 소주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정말 훨씬 좋은 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와, 맛있네! 가격도 그렇게 안비싼데 확실한 증류식 소주의 풍미가 나는데?"
이게 바로 딱 첫잔에 나온 나의 감상평이었다. 

바로 이런 술이 우리 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힌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충분히 맛있고 품질 좋은 술을 허세 없이 만들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왜 자꾸 마이너하게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맛도 증류식 소주 특유의 부드럽고 진중한 느낌을 베이스로, 희석식 소주에서 익숙해진 합성 감미료를 적절히 사용해서 달콤함과 쌀 증류주 특유의 단맛이 곱게 조화되어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희석식 소주라고 무조건 배척할 것은 아니고 사실 그 술과 잘 어울리는 여러 한식 안주들 (삼겹살, 회, 순대국, 감자탕 등등)과 그 희석식 소주 자체가 서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던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싼 값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어낸 소주를 만난 것이 매우 반가웠다.

동해 소주는 향 측면에서도 매력을 갖추었다. 일반 희석식 소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쌀 증류주 특유의 깊고 맑은 달콤한 향이 잘 남아 있고, 옥수수 시럽을 넣어서인지 고소한 풍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질감은 묵직하고 다소 부드러운 편이다. 그러나 증류식 소주의 이런 느낌을 살리면서도 너무 무겁게 만들지 않아 우리가 즐겨 마시는 희석식 소주의 경쾌한 드라이함 까지는 아니어도 꽤 부담없이 시원하게 넘어간다.

한국을 대표하는 술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좋든 싫든 간에 초록색 병에 담긴 희석식 소주를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이 동해 소주를 마셔 보기 바란다.
 

바다한잔 동해 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