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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인제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6%, 강원도 인제군, 미산)

by FarEastReader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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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의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를 마셔 보았다. 최전방인 강원도 인제군에서 나온 막걸리라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끄는데, 고로쇠 수액이 10%나 들어있다고 하니 정말 더욱 맛이 궁금해졌다.

 

이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강원도 인제 미산리는 고로쇠 마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나도 어릴 적 고로쇠물이라는 것을 마셔 본 기억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생이면서도, 이 왠지 모르게 특별할 것 같은 고로쇠 수액을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마셨다가 생각보다 별게 없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때의 경험이 백신이 되어 주어서인지, 이번에 마신 인제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는 기대가 무너지거나 하는 일 없이, 아주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다. 나름 고소하고 달큰하게 잘 발효된 막걸리의 맛에 약간 쌉쌀한 맛이 더해져서 부담스럽지 않은 훌륭한 가성비 막걸리였다. 너무 달지도 않고, 산미가 도드라지지 않아 언뜻 평범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고소함이 잘 피어나고, 나름 발효된 맛이 느껴지는 이 막걸리가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웹에서 찾은 아래 리뷰도 이 인제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를 이해하는 데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https://brunch.co.kr/@907a53cbaccf482/253

 

17화 깨끗한 고로쇠 수액으로 빚은 고운 막걸리

- 방태산 고로쇠가 막걸리에 담기다,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를 음주했다 | '고로쇠'라는 나무가 있다. 뼈에 이롭다는 뜻을 가진 이 친구는 단풍과에 속하는 나무로서, 우리가 잘 아는 '고로쇠수

brunch.co.kr

 

최근 정말 막걸리의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막걸리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이 이제 한 3년 되는 것 같은데, 2020년 이전에는 정말 맛이 없거나, 마시고 나면 머리 아픈 막걸리도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어떤 막걸리를 마셔도 정말 감탄사가 먼저 나온다. 사실 막걸리 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시도, 파스타, 피자도, 고기도 이제 왠만한 곳에 가면 다 정말 맛있다. 나름 흠을 잡으려고 해도 솔직히 잡기도 어렵다. 먹거리의 수준이 이렇게 상향평준화 된다는 것은 곧 우리 사회가 그만큼 매우 부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렇게 강원도 인제군의 막걸리 한 잔에도 그 영향이 스며든다는 것은 참 재미있고 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로쇠 수액을 졸이고 끓이면 메이플 시럽이 된다고 한다. 즉 이 고로쇠 수액 자체도 꽤나 단 맛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인제 미산향 고로쇠 생막걸리에서는 매우 은은하고 기분 좋은 단맛을 즐길 수 있다. 이 단맛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막걸리로 지나갔을 텐데, 이 단맛이 몇 잔을 마시며 각인되면서 이 술에 대한 호감이 크게 올라갔다.

 

향의 측면에서는 그렇게 까지 독특하거나 도드라지는 부분은 없었다. 다만 전반적으로 달큰한 막걸리 향과 누룩취가 상당히 부드럽게 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10%나 사용된 고로쇠물의 영향일까? 다소 향도 둥근 느낌으로 느껴졌고 약간 식물성의 상쾌한 향을 풍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술 역시 국내산 쌀, 백국, 누룩만으로 만들어졌고, 인공감미료는 수크랄로스만이 들어간 술인데, 역시 그래서인지 향도 일반적인 가성비 막걸리보다는 살짝 조금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고로쇠 수액의 끈적한 느낌과는 달리, 이 술의 질감은 역시 라이트했다. 6도짜리 가성비 막걸리의 레시피를 따르고 있는 만큼 뭔가 묵직한 바디감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역시 잘 만들어진 막걸리 답게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살짝 약한 탄산감과, 적당한 지게미가 주는 부드럽고 풍부한 느낌의 질감은 매우 훌륭했다. 강원도의 물과 고로쇠 수액까지 들어간 만큼, 액체 자체의 깔끔함과 매끄러움 또한 합격점이었다.

 

막걸리 마시기라는 취미를 처음 가지기 시작할 때, 전국에 있는 1500여 종류의 막걸리를 언젠가는 다 마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이제 버렸다. 다종 다양한 막걸리를 모두 만나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꾸준히 만나가고 기록해 가는 것 속에서 소박하고 조용한 행복을 찾아 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이 다소 어렵고 힘들 때도 있지만, 늘 희망을 잃지 않고, 이렇게 좋은 막걸리에 위안 받으며 앞으로 걸어가고 싶다.

인제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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