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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Bowmore 12 yrs (보우모어 12년)

by FarEastReader 2024.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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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위스키 바틀샵에서 영업을 당해 샀다. 우리나라에선 모두가 유명 스카치 위스키만 찾는데 사실 여행지에서 보니 영국 사람들은 유명한 것들보다 이 보우모어를 제일 많이 찾고 좋아 하더라, 라고 바틀샵 사장님이 설득을 하는데 넘어가 버렸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위 멘트를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 3명에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장님은 그 일화를 일종의 스크립트 처럼 활용해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우모어는 정말 좋은 술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위스키를 좋아하는데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있었다. 그러나 간만에 좋은 일이 생겼을 때나 지쳤을 때 한 잔씩 마시는 위스키는 정말 훌륭한 친구가 되어 준다. 확실히 상당히 진지한 친구 같은 느낌이다. 막 퍼마시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러나 그 깊은 향과 맛이 진짜로 딱 한 모금만 마셔도 상당히 충만한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보우모어 12년산은 일단 싱글몰트 피트 위스키 (Single Malt Peated Whisky)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이런 술은 어려운 맛이지만, 이 술은 다르다. 조금 더 단맛이 느껴지고 향기도 좀 더 꽃향기 같은 부드럽고 화려한 향이 난다. 일반적인 위스키와는 다른 것이다. 다크 초콜릿의 풍미가 나고 그 뒤에 피트향과 함께 꿀 같은 맛과 함께 후추, 말린 육류 같은 거칠고 단단한 느낌의 맛이 뒤를 꽉 채워준다.

 

이 보우모어 역시 일본의 산토리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그래서 산토리 지분 취득 이후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보우모어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아까 이야기 한 것처럼 향 측면에서도 레몬, 라벤더, 오크의 향이 잘 어울리면서 마치 와인같은 화사하고 풍부한 향을 내 준다. 이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이렇게 풍부한 향이 도대체 뭐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입 안에서는 꽤 알콜 자극이 센 편이다. 그래서 마실 때 일부러 좀 시간을 두고, 물을 아주 조금 타서 알콜을 살짝 눌러 놓고 마시곤 했다. 알콜 도수는 40도 정도여서 엄청 높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팔레트(palate)는 다소 부드럽고 오일리한 느낌이었고, 입에 머금고 있으면 좀 더 피트향이 강하다.

 

피니쉬 (finish) 역시 상당히 스모키하고 비교적 길게 느껴지는 것이 재미있다. 꽉 차있는 느낌을 주어서 마시는 내내 만족도가 좋다. 정말이지 간만에 만나는 매우 독특하고 추천할 만한 위스키인 것 같다.

 

나름 바쁘고 힘들게 지나간 2024년 1분기를 함께 해 준 고마운 위스키였기에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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