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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사일로 막걸리 레드향 (8%, 충남 세종시, 사일로 브루어리)

by FarEastReader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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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여러가지 첨가물이 들어간 막걸리를 마셔 보게 되었다. 얼마 전 마셨던 '납작 복숭아 - 미식가 막걸리 #2'도 그렇고 이번에 리뷰하는 사일로 막걸리 레드향 역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과일인 레드향을 넣어서 만든 실험적인 막걸리이다. 

세종시에서 나는 쌀인 삼광미를 가지고 술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홈페이지가 상당히 멋지다. 쌀막걸리인 사일로 막걸리를 중심으로, 사일로 막걸리 레드향, 사일로 막걸리 포도 및 사일로 막걸리 자두가 잇는 듯 한데, 현재 팔고 있는 것은 '사일로 막걸리 레드향'과 기본 막걸리인 '사일로 막걸리' 뿐이다. 

https://silobrewery.co.kr/

 

사일로 브루어리

사일로 브루어리의 첫 번째 술, '사일로 막걸리'

silobrewery.co.kr

 

양조장 자체가 상당히 힙한데, 지역 방송국인 CJB 청주방송에서 이들 사일로 브루어리에 대해 취재를 한 자료를 남겨놓고 있기에 여기에 그 기사를 함께 링크한다. 약간 별로 신뢰가 안가는 조합이지만 (엔지니어 + 디자이너 + 브루어...), 뭐 나름대로 진지한 자세로 술을 만드는 점을 높이 사서 일단 좀 관찰해 보기로 해 본다. 뭐든지 너무 힘이 들어간 건 좀 의심스럽다. 

https://v.daum.net/v/20231003192701788

 

[로컬인사이드] ‘술꾼도시남자들’이 세종에 온 이유

최근 ‘힙걸리(힙+막걸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젊은 세대들에게 대표 전통주인 막걸리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 게임회사는 인기 게임 캐릭터를 내건 막걸리를 출시했고, 한 유명 호텔은

v.daum.net

 

그러나 이 술 역시 훌륭한 술을 잘 큐레이팅 해서 파는 '한국술보틀숍'에서 산 제품이기에, 일단 믿고 마셔 보기로 한다. 나는 큐레이션의 힘을 신뢰한다. 특히 막걸리나 와인, 위스키, 일본 사케나 소주(しょうちゅう、焼酎) 같이 다양성이 매력인 술들은 좋은 큐레이션 없이는 한없이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내 블로그도 여러 막걸리들을 고를 때 나름의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백과사전 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먼저 맛이다. 생각보다 꽤 맛이 있어서 놀랐다. 레드향 특유의 달콤한 시트러스 풍미가 잘 발효된 술과 함께 어우러져서 멋지게 전달되었다. 기본이 되는 막걸리 원주의 맛이 상당히 탄탄했다. 삼양주 막걸리를 사용한다더니, 확실히 제대로 만든 막걸리의 맛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다. 깊게 달콤하고, 깊게 고소한 가운데, 쌀 본연의 단맛과 레드향의 상큼한 새콤달콤함이 부드럽게 섞여든다. 막걸리란 참으로 사용하기 어렵지만 잘 사용하면 정말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도화지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이렇게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하여 맛을 낼 수 있는 술이 또 있을까? 와인이나 맥주에 이렇게 부재료를 첨가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향은 의외로 투박한 편이었다. 원주의 향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단순하고 달큰한 막걸히 향에 향긋한 레드향 향이 함께 풍긴다. 오히려 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향이 매력적이었다. 알콜도수도 8도 정도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향이 꽤 오래 가고 멀리 펴지는 느낌을 받아서 재미있었다. 확실히 삼양주같이 여러 번 빚는 과정을 반복한 술은 향의 복잡성은 둘째 치더라도 깊고 짙어지는 경향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질감은 다소 바디감을 느낄 수 있는 편이었다. 중간정도보다 살짝 라이트한 정도였다. 어느 정도 녹진함과 점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아마 너무 라이트했으면 주스 같은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재료를 충분히 써서 그런지 지게미도 꽤나 느낄 수 있었고, 오히려 질감면에서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술이다.

 

이제 정말 막걸리도 많이 다양해져서 따라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구할 수 있는 막걸리는 다 마셔 보는 것이 목표아닌 목표였는데, 이제 내려 놓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박적으로 많은 종류의 막걸리를 마셔보려고 집착하는 것 보다 와인처럼, 또 위스키 처럼, 또 일본 소주나 사케처럼 주어 지는 것을 즐기고, 최대한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할 것 같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즈음이다. 인생이란 게 정말 생각보다 길지 않고, 나는 여전히 나이만 먹지 아직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일단 이 순간, 이렇게 좋은 술을 만나고 또 기록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주어진 나날을 버텨나가 보려고 한다. 다 잘 될거라고 믿으며...

사일로 막걸리 레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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