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영어를 잘 못하던 시절, 영어를 아주 잘하는 1년 후배 직원이 신입으로 들어왔다. 이 신입직원의 채용에 내가 정말 힘을 많이 썼었기에, 나는 그 직원과 매우 친했었다. 그리고 그 후배도 야망이 어마어마한 친구로, 주변 상사나 사람들에게 엄청 잘하는 연기를 철저히 했었기에, 나는 그 점을 매우 든든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너무 어리숙해서, 그 친구를 제대로 (혹은 권위로 눌러서) 이용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그러다 영어를 많이 쓰는 업무가 본격 시작되었는데, 나는 항상 내가 그 친구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다. 겉으로는 일을 마구 내리고, 시키는 척 하면서 "이 메일에 답좀 해 줄래?" "이거 좀 네가 답변해라~" 하면서 영어 업무를 피했지만, 내가 사실 영어를 잘 못해서 그랬다는 것이 티가 많이 났을 거고, 또 내가 이걸 미안해 하고 또 쪽팔려 한다는 것도 다 티가 났을 거다. 나는 그 때 겁쟁이었다. 그냥 피한 것이다. 창피당할 가능성으로부터도 도피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이 떠오른 것은, 어떤 겁쟁이가 나에게 떠넘기는 일들을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며 처리를 하다가
"아... 겁쟁이새끼 진짜 지가 좀 하지..." 하면서 욕설이 나오려는 순간, 한때 나도 그렇게 겁쟁이로서 도망다니고 욕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 정말 번쩍하고 불현듯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뒤를 봐주는 겁쟁이를 돌보기 시작한 것은 벌써 7년째가 되어 간다. 이 사람은 늘 가장 어려운 말을 다른 사람이 하게 하고, 혼나야 하는 일 역시 적극적으로 도망가고 다른 사람이 혼나게 하고, 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늘 비겁하게 행동한다. 뒷통수를 치려고 하고... 참으로 그래서 이 사람과 뭔가를 하면 그냥 일이 마구 꼬인다. 갈등이라도 발생하면 완전히 극단으로 치닫고 제대로 봉합되는 법이 거의 없다.
겁쟁이와 비겁하다는 것은 거의 세트로 다닌다고 보면 된다. 과거의 나는 아주 특이하게도 겁쟁이었으나 비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무너지고 그 후배에게도 약간 바보 취급 당했지만, 그래도 그 이후 그 분함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겁쟁이가 비겁하기까지 해서 문제만 만들고 이를 해결하지 않아 문제를 키운다면?
그건 정말 어렵고 골치아프게 된다.
겁쟁이와 일할때에는 바로 이렇게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겁쟁이의 변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면 안된다. 매사에 방어적이고 비겁한 겁쟁이는 오히려 이걸 가지고 또 문제를 일으키거나, 삐지거나, 더욱 회피만 하게 만들고 남탓을 하는 빌미를 주게 되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겁쟁이의 변명은 표면적으로는 "아 그랬군요... 그럴 수 있죠..." 이 정도로 넘어가고, 속으로 티나지 않게 빠른 손절을 해야 한다. 정말 두번의 기회는 주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한편으로 겁쟁이와 일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리스크를 지는 연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리더십을 발휘해 보겠는가?
사실 이게 요체다. 겁쟁이와 일을 할 때의 가장 핵심은, 겁쟁이가 도망쳤다가 방치된 문제가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지기 전에 당신이 용기를 내서 해결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짜증나 미치겠지만, 용기를 내는 연습, 리더십을 발휘하는 연습인 셈 치고, 당당히, 그리고 용기있게 맞서 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겁쟁이와 손절할 때에도 사람을 잘라내는 연습을 하는 셈 치고 확실히 한번에 끊는 것을 핵심에 둬야 한다. 그 전에 미리 짜증내거나 화내지 말고, "응~ 그래그래.." "아이고 그랬군요... 그래요" 하면서 쭉 티를 내지 않고 조금씩 거리를 두다가, 한번에 확 기회가 왔을 때 뒤도 돌아보지 말고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 잊지 마라. 상대는 겁쟁이라는 걸... 혼자서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비겁한 겁쟁이들과 일하는 고통을 리더십과 냉혹함을 함양하기 위해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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