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예민한 편이지만, 한 15년 정도는 정말 스스로를 억누르고 무던함을 가장했을 뿐 아니라 최근 7,8년은 아예 싸가지없는 새끼를 연기해 왔다.
한편으로는 개 호구로서 온갖 개 병신같은 일을 도맡아하며 거지같은 상황 속에서 무너지지 않으려고 온갖 힘을 다해서 일을 혼자 떠맡아 처리하며 겨우겨우 현상을 유지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최근 2년 정도는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주려고 매우 애썼다. 힘을 빼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에만 더욱 집중 하려고 하였으며, 더이상 바보같은 연기나 호구짓은 안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실은 계속해서 발목을 붙잡고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계속 피를 빨리면서 말도안되는 돼지새끼를 키우며 이 돼지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년간 변화를 위해 분투하지 않았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아예 존재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하고 힘든 상황이 계속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변화와 불안함 속에서 나도 모르게 계속 도파민과 자극을 추구하면서 현실을 잊으려 애써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또 심하게 지쳐버린 것도 사실이다.
나는 여전히 마지막 한방을 내지르지 못하고 있다. 참고 또 참으며, 그리고 계속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하면서 천천히 때를 노리고 있다. 지금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은 무지하게 인내에 능했다고 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그와 비교하면 한 낱 병신에 불과한 나겠지만, 그래도 나 또한 그처럼 인내와 끈질김 속에서 이 변화와 불안함에서 벗어나 내 인생에 있어 최종 승리를 얻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 틀에서 보자면 결국 나는 지는 편에서 7년 넘게 씨워왔다. 싸워서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고 스스로의 분투에 대해 그다지 자긍심도 갖지 못했다. 그랬기에 자꾸 안좋은 쪽으로 스스로를 끌어내려온 것 같다. 거칠고 무신경하고 또 작은 이익을 쫓으며 멋 없게 살았다. 눈 앞의 즉물적인 쾌락을 선택하고 큰 발전을 이루지도 못했다.
하지만 최근 나는 멋진 사람을 만나면서 스스로의 불안정한 모습을 다시 발견하면서 더 이상 이딴 식으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깊게 하게 되었다. 이렇게 어리석고 한심하게 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거지같은 일을 삘리 마무리하고 지금 하고 있는 즐겁고 행복한 일에 더욱 많은 시간을 쓰면서 번영을 만들어야 한다. 아... 정말 그렇게 하고 싶은데, 도무지 과거의 잘못된 선택이 만들어 낸 복잡하고 더러운 인연과 사건들을 끊어 내는 것이 진짜 쉽지가 않다.
기대고 싶고 던져 버리고 싶다. 정말 이 불안함과 고독함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 할 때에도 항상 그 끝(이별)을 생각하거나 이 사람이 언젠가 배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처럼 마음을 열기도 힘들고 참 재미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같이 돈을 벌거나 놀러 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면 무의미하게만 느껴진다. 헛소리나 하면서 욕심만 부리는 바보들에게는 경멸감과 함께 짜증스러움마저 느낀다. 이래 저래 마음이 참 힘들다.
새해가 찾아 왔지만 이렇게 씁쓸한 기분으로 맞는 것은 또 처음인 것 같다. 무언가 아주 불온하고 또 낯선 바람이 내 운명을 막 흔들고 있는 게 느껴진다. 차라리 전쟁이 한창일 때는 몰랐던 기분이 느껴진다. 곧 전쟁이 끝날 것 같은 느낌이 스물스물 드는데 끝까지 살아남아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너무나 크다. 그리고 이 전쟁에 왜 내가 애초에 참여하게 된 것일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살아나가기만을 바라는 이 싸움에서 살기 위해서는 아직 몇번이고 멍청이가 내리는 지시에 따라 바보같은 전투를 탁월한 솜씨로 견뎌내며 살아 남아야 한다. 지시를 내리는 놈을 죽여 버리거나 하루빨리 논개가 안고 뛰어내린 왜장처럼 놈이 전사해 버리면 좋으련만, 그런 멋진 일은 기대하기 어랴울 것이다.
불만이 길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욕심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당면 돌파와 생존에만 집중하자. 흐름에 몸을 맡기며 주어진 것에 일단 최선을 다하자. 정말 많이 왔지만 지난 세월을 한탄하거나 남은 고생을 측량하려 하지 말고 일단 여기까지라도 온 것에 감사하고 버텨 보자.
2024년 갑진년은 나에게 있어 이전 부터 의식해 오고 있었던 3년의 고통 중 세번째 해에 해당한다. 나는 이제 고3이 된 것이다. 이번 1년 잘 버텨서 재수하지 말고 꼭 내년엔 자유를 쟁취할 수 있기를 진지하게 기도하며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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