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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시갈라스 아씨르티코 산토리니 2022년 빈티지 (Sigalas Assyrtiko Santorini v. 2022)

by FarEastReader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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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은 특별한 사람과 함께 마셨다.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한 그리스 식당을 예약해 주고, 거기에서 같이 한 잔 하면서 여러 특별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앞으로 여러 일을 겪겠지만, 나름 큰 교훈이랄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던날을 이 사람과 함께 경혐했는데, 그 날의 시작을 열었던 것이 이 화이트 와인이다.

 

그리스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원래 지중해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최근엔 그릭 요거트도 많이 먹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에서도 와인을 만들고 있는 줄은 몰랐다.

 

좀 찾아 보니, 그리스 역시 유럽에서 좋은 와인 산지로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산토리니 섬 지역은 거의 프랑스의 보르도 지역만큼 훌륭한 떼루아 (Terrior, 토양)를 지닌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서양문명의 고향 그리스의 섬 답게 거의 3500여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 온 곳이라고 하니, 분명히 좋은 와인이 나올 수 있는 여러 배경을 갖춘 곳이라고 하겠다.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자신있게 추천한 것이 Domaine Sigalas의 Assyrtiko Santorini의 2022년 빈티지 화이트와인이었다. 그리스와인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웨이터가 워낙 자신있게 추천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마셔보았다.

 

결과는? 와... 정말 한국에서도 이 술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리스 음식이나 지중해 음식을 먹을 때, 꼭 함께 곁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아시르티코 (Assyrtiko)는 그리스에서 나는 포도 품종의 이름인데, 아시르티코는 산도가 강해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상큼함이 특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강한 미네랄과 함께 시트러스 계열 과일향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랬다. 볏짚 빛깔의 약간 금발 백인들의 머리카락 색을 닮은 술의 빛깔도 좋았고, 일반적인 화이트와인과 달리 약간 어둡고 초록색 빛이 도는 것이 신기했다.

 

먼저 맛은 상당히 드라이한 편이었다. 달지 않은 술이 맛있기 위해서는 술 자체의 맛이 정말 좋아야 하는데, 바로 이 시갈라스 산토리니 와인이 바로 이 정석이 아닌가 생각했다. 청사과, 레몬, 그리고 약간의 earthy 한 맛이 어우러지면서 깊고 풍부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산미가 약간 두드러지는 느낌이었고, 그 외에도 독특하게 약간의 소금기와 바닐라를 느낄 수 있었다.

 

향 면에서도 시트러스의 느낌이 강했다. 레몬 뿐 아니라 오렌지나 귤같은 느낌이 풍겨 오는 것이 신선했다. 맛이 그렇게 달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향에서는 초컬릿 향 같은 것이 함께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확실히 복잡하고 풍부한 아로마를 가진 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짜여지고 힘이 있는 향기가 훅 풍겨 나왔다. 혹시나 싶어 살펴 보니 알콜 도수가 14.5%였다. 역시 12%대 술과는 달리 향이 잘 퍼지는 구나 생각했다.

 

질감 역시 만족스러웠다. 무게감이 꽤 있고 입 안을 꽉 채우는 존재감과 바디감이 있는 술이었다. 볼드한 느낌을 딱 전달해 주는 것이 상쾌했다. 만약 이 술을 진짜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점심때 바다를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하니 너무나 행복했다. 한 번도 그리스에 가 본적이 없지만, 언젠가 그리스에 가서 이 술을 마시며 '그리스인 조르바'라도 읽으면 진짜 멋질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인생을 정말 풍요롭게 살고 싶다. 와인은 삶에 대한 의욕과 투지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멋진 술이다. 지금도 행복하다. 지금의 인생 역시 정말 감사하고 또 사랑하지만,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 또 해 보고 싶지만 아직 해 보지 못한 것들을 하나 하나 꼭 해 보고 싶다. 이 술을 만나게 해 준 운명과 우연에 감사한다.

Sigalas Santorini Assyrtiko v.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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