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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겨울의 약속 (10%, 서울 동대문구, 장안양조장)

by FarEastReader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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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크게 써 두어야 한다. 탄산주의!

반복한다, 탄산주의!

 

이 술은 정말 어리석은 술이다. 탄산이 그 어떤 막걸리보다도 강력하게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유리병에 병입한 채, 탄산에 대한 경고 문구 조차 기재하지 않아서 거의 병뚜껑이 날라가 버릴 정도로 강력하게 탄산이 터져 나와서 술이 여기 저기로 심각하게 튀어 주변을 심각하게 더럽힐 위험이 있다. 게다가 술의 당도도 상당히 높아서 일단 쏟아지거나 분출하면 주변이 진짜 기분나쁠 정도로 끈적거리게 된다. 이런 걸 알았다면 유리병에 넣을 게 아니라 복순도가처럼 플라스틱 병입을 하고, 주의 문구를 기재했어야 한다. 만약에 유리가 깨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그리고 탄산을 적절히 뺄 수 없는 유리병으로서는 이러한 개봉 시의 참사가 막을 새도 없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장안양조장은 멋을 부리기 전에 이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번에 마신 '겨울의약속'은 내가 즐겨 찾는 전통주 보틀샵인 '한국술보틀숍'에서 가져 온 막걸리다. 이 곳은 갈 때마다 늘 새로움이 있고, 또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전통주 큐레이션을 해 두는 곳이어서 종종 시간이 날 때마다 찾곤 한다. 이번에도 들뜬 마음으로 이 겨울의약속 막걸리를 발견하여 가져 오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점점 요새 나오는 힙하고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막걸리들에 대해 신뢰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이들은 너무 멋을 부리고, 기본이 안되어 있다. 이따위 막걸리는 결국 사람을 불쾌하게 하고, 막걸리가 결국에는 서양술에 비해 근본도 없는 단점 투성이의 술이라는 인상만 강화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마신 겨울의약속의 경우에도 맛과 향은 뭐 좋았으나, 결국 위에서 언급한 탄산 대폭발과 이를 조절할 수 없는 유리병 병입이라는 낭비 요소로 인해 기분이 매우 나빴고, 결국에 술을 마시면서도 막걸리의 근본적 한계인 '달콤함으로 승부하는 술'이라는 선입견과 그로 인해 따라오는 기분나쁜 끈적거림과 당분에 대한 부담감을 되새겨 보게 되었다. 뭐 맛은 뒤에서 설명하듯이 그럭저럭 훌륭했으나, 앞으로는 라벨 뒷면에 기재된 품목보고번호 (모든 막걸리는 품목보고번호를 기재하게 되어있다)가 2022년 이후 것은 일단 거르기로 했다. 최근에 너무 많은 겉멋 들은 양조장들이 미숙하고 불쾌한 제품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 같다.

 

그래도 이 겨울의약속 막걸리는 나름의 장점을 갖춘 막걸리이기도 했다. 만약 이 술을 만드는 장안양조장의 손병기 이사 등 '4명의 사나이'중 하나라도 이 글을 보면 꼭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살린 진정한 막걸리를 만들어 내기 바란다.

 

장안양조장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가 그나마 충실한 조사를 해 주었다.

https://www.kban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532

 

[응답하라, 우리술 309] 도시재생과 결합한 우리 술 ‘장안양조장’ - 대한금융신문

‘개발’을 최고 미덕으로 여기는 대도시 ‘서울’에서 ‘재생’과 ‘재해석’이라는 이질적인 개념을 도입해 자원 활용의 최적에 도전하는 낭만주의자들이 모여 우리 전통주를 빚고 있다. 우

www.kbanker.co.kr

 

먼저 맛이다. 이 술은 전통적 방식을 되살려 두 번 담근 '이양주'라고 한다. 확실히 국내산 쌀 100%를 사용하고, 여기에 정제수와 국, 효모만으로 잘 만든 이 술의 맛은 매우 뛰어나다. 쌀에서 나오는 힘이 센 단맛과 고소함이 잘 어우러지는데, 단맛이 특히 도드라진다. 산미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술의 마지막 뒷맛에서 살짝 귤껍질과 레몬의 새콤함이 뒤따라오는데 이것이 단맛의 끈적임과 잔당감을 상쇄해 주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다. 은근히 쌉쌀함이 느껴지며 술을 다 마시고 난 뒤에는 약간의 스파이시한 매콤함도 함께 남는다.

 

이 술의 진짜 장점은 향이다. 누룩향을 기본으로 한 막걸리의 향인데 역하거나 지나치게 쿰쿰하지도 않고 아주 산뜻하다. 게다가 약간 말린 귤껍질의 씁쓰하고도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더해지면서 향을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 해 준다. 맛을 한 층 깊게 해 주는 향을 가졌다. 그리고 시원하고 맑은 물가의 향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이 점은 정말 겨울을 연상시키는 쿨함을 가졌다. 꽤 인상 깊은 향이고, 드문 향기다.

 

질감은 중간 정도의 바디감을 가졌다. 탄산이 무지 세지만 개봉시 심하게 분출된 이후로 남아있는 탄산은 아주 적절한 정도의 약탄산이었다. 혀의 끝쪽 혀뿌리 부분에 기분좋은 탄산의 두드림이 잔당감과 함께 남는 정도다. 나름 지게미가 풍부하여 꽉 찬 느낌과 포만감을 주는 술이다. 탄산이 강한 관계로 잘 섞기가 어려워서 인지 끝으로 갈수록 지게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가루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덩어리져서 떠다니는 관계로 이 부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분명 나쁜 술은 아니지만, 결코 좋은 이미지로 기억될 술도 아닌 듯 하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한 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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