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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까사 로호 마초맨 2020 빈티지 (Casa Rojo Machoman v.2020)

by FarEastReader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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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은 나도 꽤 좋아하는데, 간만에 좋은 친구가 스페인 와인을 마시자고 해서 신논현역 근처에서 만나 한 잔 하게 되었다.

장소는 은하수라는 일본식 요리를 내는 바 & 레스토랑이었다. 루프탑술집이어서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https://naver.me/GqBsOHUb

은하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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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lace.naver.com

 
겨울이었지만 아직 춥지 않아 루프탑이 오히려 분위기가 좋았다. 살짝 실외의 찬 공기가 접해지면서 와인이 더욱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스페인 와인은 늘 마시면서 뭔가 좀 더 단단하고 농촌의 풍요로운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으로 근거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프랑스의 화려함이나, 이탈리아 와인의 넘치는 과실향과는 또 다른 소박하고 단단하고 또 그 나름대로 화려하지 않아도 기품있게 고급스러운 특징이 참 재미있다.
 
이번에 마신 마초맨 와인 역시, 재미있는 이름답게 힘있고 씩씩한 느낌의 단단한 와인이었다.

먼저 맛이다. 블랙베리의 맛이 기분 좋게 퍼지고 그 뒤로 부드러운 산미가 따라온다. 약간 겨울 밤하늘을 마시는 느낌이다. 드라이하고, 달지 않아 좋다. 다크 초콜릿의 씁쓸한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약간 자두의 느낌이 나고, 깔끔한 포도껍질의 풍미도 느껴진다. 탄닌은 그리 세지는 않다. 중간 정도의 씁쓸함이 기분 좋다.

향 역시 깊다. 바닐라향과 다크 체리의 향이 소박하게 피어나고 상당히 직선적으로 다가온다. 살짝 자극적인 향신료의 향도 꽤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여기서 마초를 느낀다면 약간 어거지가 아닐까 싶다. 맛과 향 측면에서는 왜 마초맨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이 든다.

향 측면에서는 오크와 가죽의 향이 확실히 다른 와인보다 강하게 풍기는 느낌이긴 하다. 그러나 역시 부드럽고 식물성의 향이 더 중심이 되는 느낌이다. 오히려 이름이 마초맨이 아니라 다른 적당한 스페인어 이름이었다면 기억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름과 이 맛과 향의 미스매치가 오히려 이 와인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질감은 미디엄 정도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고, 액체의 점도도 높지 않다. 부드럽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질감이 깨끗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결코 라이트한 느낌의 술은 아니다. 짙은 색깔만큼 나름 확실한 볼드함을 갖춘 술이다.
 
와인을 마시고 나서 인상적인 경우 기록을 남기게 되면서, 기록 없이 와인을 마시는 것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지게 되었다. 이 와인 역시 그냥 지나쳤다면 이런 사소한 즐거움이 기록으로 남지 못했을 것이다.

더 좋은 사람들과 더 진지하게 한 잔의 술, 한 순간의 기억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싶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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