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주스와 같은 빛깔을 가지고 맥주 색이 흐릿한 Hazy IPA를 처음으로 마셔보았다. 뉴욕의 브롱크스에 위치한 Bronx Brewery에서 나온 World Gone Hazy IPA를 4캔 사서 2주간에 걸쳐 즐겨 보았다.
에일의 씁쓸한 맛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Hazy IPA의 경우에는 약간 과일의 상큼한 맛이 함께 느껴져서 훨씬 마시기 좋다고 느껴졌다. 특별히 과일향을 첨가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과일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생각해 보면 쌀로 만든 맥주인 막걸리도 잘 만들면 풍부한 과실향 (메론이나 포도계열)이 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Hazy IPA는 좀 더 오렌지나 열대 과일의 풍미가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풍부한 홉의 알싸하고 향기로운 맛과 향이 너무 좋았다. 1 파인트(pint, 약 0.47리터) 들이 한 캔을 마시는 동안 강하고 든든하게 퍼지는 홉의 맛과 향이 정말 일품이었다.
우리나라 맥주에서 이렇게 풍부하고 리치한 맛이 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역시 홉을 직접 재배하기가 어려운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와인이든 맥주든 막걸리든 결국 농업과 작물재배 기술이 근간이 되어 품질 좋은 재료가 쏟아져야 더 좋은 술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이 World Gone Hazy는 풍부한 보리맛과 탄산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일본의 프리미어 라거를 연상시키는 고소하고 청량한 맛이 매우 매력적이어서 아침에도 한 잔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향 또한 맥주치고는 매우 강하고 진했다. 풍부한 홉의 향과 시트러스 계열의 과실향이 두드러지고, 보리의 청량함이 전체를 감싸며 기분 좋게 향을 마무리해 준다. 살짝 고소함도 느껴지고, 매우 진해서 곁에 두고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다.
질감은 다소 묵직한데 탄산이 청량하게 터져줘서 역시 기분 좋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특유의 탁하고 흐릿한 오렌지 쥬스 같은 빛깔이 확실히 Hazy IPA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좋은 술이다.
할 수 있으면 멀리 멀리 다녀 보고 늘 눈을 크게 뜨고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고, 지금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절망 할 것도, 자만할 것도 없다. 부지런히 익히고 또 연마하며 더 넒은 세상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목표를 가지게 해주고 마음을 고양시켜 주는 훌륭한 맥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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