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맵시 화이트라벨은 최근 엄청나게 마케팅을 때리고 있는 기억브루어리의 맵시 (mapcy) 막걸리의 기본 라벨이다. 2023년 11월 현재 장사의 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은현장씨도 이 맵시 막걸리의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https://youtube.com/shorts/N6ajAGVF4_M?si=AyJjyfkrR7RTpVZP
그런데 역시 이렇게 마케팅을 제대로 때리는 막걸리 치고 사실 제대로 만드는 막걸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속는 셈 치고 한 번 주문해 보았다. 맵시 막걸리는 2023년 11월 현재 6도 (화이트라벨), 5도 (레드라벨) 및 10도 (블랙 라벨)이 있는데, 10도 짜리는 무려 13.5만원이나 한다.
아래는 실제 내가 맵시막걸리를 출시하는 기억 브루어리의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한 내역이다.
이 중 가장 먼저 마셔 본 것은 바로 6도짜리 맵시 화이트라벨이었다. 현재 막걸리의 표준 도수처럼 되어 있는 6도 짜리를 과연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금정산성 막걸리로 유명한 유청길 명인이 주조하고, 그가 사용하는 족타식 누룩으로 만들었다는 막걸리이지만, 결국... 6도짜리에는 아스파탐과 기타과당을 넣어서 그냥 그런 달콤한 막걸리로 만들어 버렸다. 탄산이 강하다고 뭐 탄산에 주의하라느니 어쩌구 하는 스티커를 붙여 놓았지만, 탄산하면 떠오르는 스파클링 막걸리의 원조 복순도가나, 얼마전 리뷰한 동강주조의 막걸리에 비하면 뭐 그저 그런 수준의 강한 탄산을 가지고 있었다. 이따위 술을 가지고 3병에 39,700원을 받을 거면 정말로 동강주조를 찾아 마시는 게 낫고, 동강주조를 찾아 마시는게 나으며, 금정산성 막걸리를 6병들이 세트로 시켜 마시는 것이 훨씬 낫다. 굳이 최근에 유행하는 힙한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다고 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뭐 지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이 술을 만든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 물론 술을 못만든 것은 아니다. 나름 신경 써서 양조를 했는지 쌀의 고소함이나 묵직한 막걸리의 단맛은 전해 오지만, 결국 이 막걸리가 승부를 건 것은 진정한 막걸리의 단 맛이나 누룩의 맛이 아니다. 아스파탐과 기타과당으로 만든 달~달~한 그런 맛으로 대충 "어 맛있네?" 라는 일차적이고 즉물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어 "맛있다"와 "달콤하다"를 엄밀히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만드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본다.
<맵시 6도를 마시느니 대신 마시는게 나은 막걸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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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금정산성 막걸리 (2번째 리뷰)
게다가 국가유공자 마케팅은 더욱 가관이다. 진짜 술을 잘 만들고 싶으면 어이없이 비싼 가격을 측정하고 그 돈으로 국가유공자를 지원한다고 떠들게 아니라 좋은 술을 만들어서 진짜 오래 가는 술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생성된 장기적인 이윤으로 홍보를 하면 된다. 2022년에 품목보고된 술이 언제 돈을 쌓아서 국가유공자를 지원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이 터무니없는 술값 속에서 정말 국가유공자 지원에 사용되는 포션은 얼마나 될까? 맛이 아니라 이런 쓰잘데기 없는 홍보와 힘이 들어간 브랜딩으로 한탕 해 먹으려는 수작은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 배금주의적이고 유치해서 오히려 비호감만 느껴졌다.
맛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해 보자면, 글쎄, 그나마 프리미엄 막걸리의 최소한의 품격은 갖추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쌀의 맛이 풍부하게 느껴졌는데 쌀은 그래도 국내산 100%인 것 같았다. 나름 좋은 쌀이 나는 김포에 자리잡고 있으니, 훌륭한 쌀을 썼기를 기원한다. 김포산 쌀로 열심히 술을 만드는 여러 훌륭한 양조장과 마찬가지로, 좋은 쌀의 맛은 그래도 잘 느껴진다. 고운 단맛과 깊은 고소함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기타 과당과 강탄산으로 뒤덮어 버렸는데, 이를 솔직하게 캐주얼한 막걸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한 동강주조의 '얼떨결에'와 비교해서 각종 그럴듯한 포토샵 먹인 사진과 족타식 누룩 운운하며 잘난척을 실컷 하고 가격을 올려받고 있는 맵시 막걸리는 역시 오래 가기는 좀 어려워 보이는 촌스러움과 가식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향 또한 평범하다. 뭐 술 자체의 퀄리티는 그럭저럭 높은 편이지만, 향 역시 기타과당의 향으로 덮여서 주스같은 달달한 향이 지배적이다. 이 정도면 그냥 배상면 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선에서 정리되는 향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디에서도 장사의 신이 유튜브 쇼츠에서 떠드는 '족타식 누룩의 향'은 느끼기 어렵다. 누룩의 향을 나름 신경써서 찾으면 느낄 수는 있지만, 만약 이 술에 대해 누룩 향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한다면 그것은 아마 누룩 향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모욕일 것이다.
질감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탄산이 강하고 꽤 청량하다. 좋은 쌀과 물을 썼는지 질감은 아주 부드럽고 또 매끈하게 뽑혔다. 다소 라이트한 편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목넘김도 좋다.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 하지만 뭐 힙한 막걸리를 분위기에 맞춰서 마셔보고, 장사의 신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마셔 보고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프리미엄 막걸리를 아예 마셔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술 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일단 프리미엄 막걸리의 최소 퀄리티가 어느 정도인가를 이 술을 통해 경험하고 다른 프리미엄 막걸리들을 만나본다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아주 만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모든 술 리뷰를 쓰면서 그래도 추천하는 마음으로 '술 추천' 이라는 말을 제목에 붙였는데, 이 술에 대해서는 도저히 그럴 수 없어 '술 리뷰'라는 말을 제목에 붙였다. 추후 리뷰할 5도짜리 맵시 레드라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술은 철저히 마케팅으로 기획된 제품으로 가격에 합당하지 않은 품질을 가졌다. 품질이 나쁜 술은 아니지만, 결코 이런 마케팅에 현혹되어 가격 때문에 술이 올려치기 당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내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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