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얼떨결에 (6도, 강원도 영월군, 동강주조)

요새는 양조장에서 나온 술을 시리즈로 좀 마셔 보고 있다. 이렇게 양조장에서 만든 술 전체 시리즈를 마셔보면서 비교를 하면, 좀 더 해당 양조장의 술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동강주조의 술>

2023.11.1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얼떨결에 퍼플 (6도, 강원도 영월군, 동강주조)

2023.11.1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얼떨결에 옐로 (6도, 강원도 영월군, 동강주조)

 

동강주조의 대표작인 '얼떨결에'는 퍼플 (포도 첨가)나 옐로 (옥수수 및 조 첨가)와 달리 순수한 쌀 막걸리이다. 다른 얼떨결에 시리즈처럼 상당히 탄산이 강하고, 캐주얼한 맛을 지녔다. 탄산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 특이한데, 병 모양이나 탄산의 느낌에서 복순도가와 닮았지만, 산미가 약하다는 점에서 확실하 다른 술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마 장수막걸리나 지평과 같은 가성비 막걸리에 익숙한 분들은 복순도가보다 이 얼떨결에가 훨씬 적응하기 쉬우리라고 생각한다.

 

이 막걸리는 매우 상큼하고 시원한 맛을 가졌다. 산미가 최소화된 대신, 아주 기분좋은 달콤함과 시트러스류 계열 과일의 상큼한 단맛을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오렌지에서 껍질에 가까운 부분의 과육에서 나는 맛과 매우 유사하다고 느꼈다. 달콤함과 씁쓸함의 조화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시원하게 터져 주는 탄산이 이 맛들을 고양시켜 주는 느낌이 든다. 동강주조는 탄산이 맛에 미치는 효과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양조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술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날카로웠던 단맛과 탄산이 부드러워지면서 내는 숙성된 맛의 변화였다. 비록 일주일 남짓의 짧은 변화였지만, 935ml 용량의 이 술을 한번에 마시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런 맛의 변화가 생탁주를 마시는 즐거움일 것이다.

 

향 또한 신선함과 상큼함을 갖추고 있었다. 이 술의 향과 라벨의 민트색이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동강주조의 술들은 향이 정말 훌륭한 편인데, 막걸리 특유의 달큰한 향에 더하여, 약간 말린 귤껍질 같은 향이 난다. 이 향기들은 술을 마시면서 점점 멀리 피어나는데, 이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정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감 면에서는 강한 탄산이 특징적이고, 함께 다소 라이트한 질감을 가진 술이었다. 술 자체는 가성비 막걸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점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시원하고 잘 터지는 질감이 막걸리로서는 정말 최적이라고 느껴졌다.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점에서 맥주와 함께 나란히 우리 냉장고를 채워줄 수 있는 술이 되려면 이런 질감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 탄산의 확실한 강함이나, 물의 매끄럽고 깨끗한 느낌이 딱 고급스러운 술이라는 느낌을 더해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가볍고 즐겁게 즐기기에 딱 좋은 훌륭한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동강주조 얼떨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