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화요 41도

by FarEastReader 2023. 10. 29.
728x90
반응형

불고기와 냉면의 명지 을지로 4가 우래옥(又來屋)에 다녀왔다. 전통의 명가이지만, 나는 처음으로 방문했다. 개인적으로 광화문과 을지로 쪽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맛있는 곳도 많고, 그 거리에서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래옥은 불고기, 갈비, 평양냉면 전문점으로 1946년에 개업한 오래된 냉면집 중 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팔고 있는 술도 품격이 넘치는 화요 41도를 구비하고 있었다. 이 술은 생각보다 보기 힘든데 여기서 만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냉면과 제대로 된 불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이면 꼭 다녀와 보길 바란다.

<우래옥>
서울 중구 창경궁로 62-29
아래는 미쉐린 가이드의 기사이다.

https://guide.michelin.com/kr/ko/seoul-capital-area/kr-seoul/restaurant/woo-lae-oak

우래옥 – Seoul - 의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

우래옥 – 빕 구르망;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 레스토랑의 정보, 가격 및 음식의 스타일, 오픈 시간 등을 미쉐린 가이드 공식 웹사이트에서 찾아보세요.

guide.michelin.com

 
화요 41은 정말 훌륭한 소주(燒酒)다. 나는 개인적으로 '알콜탄 물'이라고 할 수 있는 희석식 소주(참이슬, 처음처럼, 새로 등)가 '소주'를 참칭하는 것이 참 못마땅한 사람 중 하나인데, 사실 이들을 가지고 폭탄주를 만들어 먹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도 이들을 많이 마시기는 하기 때문에 솔직히 이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요 41과 같이 훌륭한 진짜 소주를 만나게 되면, 역시 이 알콜탄 물들을 소주라고 부르는 것이 꽤나 미안해진다.
 
화요 41의 최대 장점은 역시 깨끗하고 맑은 맛과 향이다. 정말 여러 일본 소주 (しょうちゅう、焼酎)를 마셔왔지만, 쌀로 곱게 빚어낸 우리나라의 소주가 역시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고구마나 감자보다는 쌀이나 보리가 확실히 고급스러운 술을 만드는 데에 훨씬 잘 어울리는 재료인 듯 하다. 
 
깊은 곡주의 맛이 아주 강하고 시원하게 퍼지는 것이 일품이다. 약간 매콤함까지 느껴지는 강한 알콜감이 매력적이다. 확실히 사나이들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든다, 그리고 '불의 술'이라는 느낌이 전달된다. 혀 안에서 금방 증발되는 것 같이 사라지는 자극적인 높은 도수의 술의 감촉이 매우 새롭고 또 신선하다. 이번에는 불고기 그리고 평양냉면과 함께 곁들였지만, 이런 화요같은 술은 선도가 높은 회나, 아니면 순수한 한우 구이와 함께 먹을 때 한 층 맛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몇년 전 마셨던 화요X 프리미엄이 떠올랐다.
2021.06.1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화요 X. Premium (화요 XP)

술 추천: 화요 X. Premium (화요 XP)

국내 술 중에서는 단연 광주요에서 나온 화요를 좋아한다. 9년전 쯤 처음 화요를 마시고는 정말 놀랐고 뿌듯함까지 느꼈던 기억이 있다. 완전 빠져들었었다. 그 때 화요를 같이 마셨던 사람과 지

seoulindanger.tistory.com

 
이렇게 맑고 깨끗한 술을 참나무통에 오래 숙성시킨 화요 X 프리미엄은 거의 위스키 수준으로 깊고 복잡한 뉘앙스를 가진 좋은 술이었다. 말하자면 이 화요 41은 이 화요 X 프리미엄의 원주가 되는 셈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술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향 또한 그윽했다. 잡스러운 향이 없고 순수한 쌀과 증류된 알콜의 향이 섞여서 맑고 투명한 향이 났다. 도수가 높아서 확실히 향이 잘 퍼지고 지속력도 좋았다. 얼음에 온더락으로 해서 마셨는데 얼음이 녹아 들면서 향이 좀 더 강해졌다. 살짝 후추향과 함께 흐릿한 메론계열 과실향의 힌트에서 다시 한 번 쌀로 만든 술의 힘을 느꼈다.

질감은 다소 라이트한 편이다. 그러나 바디감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독주인만큼 무게감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데 그래도 역시 부드럽게 잘 넘어가고 액체 자체는 가볍고 매끄러운 느낌이었다.

특히 입 안에서 동그랗고 예쁘게 뭉쳤다가 퍼지는 소주의 단단하고 탄력있는 응집력이 참 좋았다. 맛이나 향, 그리고 질감 모두 잘 만든 소주라는 느낌이 드는 그런 술이었다.

이 술을 마셨을 때, 나는 실패를 극복하고 위로하는 자리에 있었다. 술과 요리는 정말 좋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지울 수 없었고, 덕분에 과음하거나 지나치게 취하지 않고 가라앉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술 한잔 마시고 다 털어버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또 어떻게든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텐데 참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또 힘을 내야지. 그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