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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춘희 25 (25도, 경상북도 예천)

by FarEastReader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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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한 전통주 전문 체인인 리파인에 가서 이 술을 만났다. 리파인 (Refine)은 청주 성안길에 본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청주가 나름 전통주의 성지인데, 역시 그런 만큼 엄청 훌륭한 가게가 탄생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서울에도 우후 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목동, 망원, 봉천동, 문래, 연남동 등지에 매장을 열었고, 판교, 부천, 인천, 광명, 일산 같은 수도권 뿐 아니라, 울산, 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도 계속 문을 열고 있다.

아마 전통주의 인기가 이만큼 높다는 반증이리라.

 

이 술집에 가서 나는 사실 버릇처럼 막걸리를 마셔 보려 했지만 (나는 상당한 막걸리 매니아다), 같이 간 주당들이 '증류주 마셔야지!' 하면서 분위기를 잡아서 막걸리의 '막'자도 꺼낼 수 없었다.

 

리파인에서는 여러 전통주를 먼저 시음하도록 해 준 다음에, 그 다음에 고를 수 있게 해 주는데 (이건 진짜 획기적이었다!)

덕분에 여러 술과 음식을 맞추어 보며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이 '춘희25'였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술을 돌아가며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취향과 관점이 확고했던 주당님들이 계속 춘희를 선택하셔서 우리는 춘희만 두 병을 비웠다.  

 

춘희를 만드는 곳은 경상북도 예천에 위치한 (주)착한농부라고 하는 농업법인회사다.  이 (주)착한농부는 특이하게도 막걸리를 만들지 않고, 증류주에만 집중하는 양조장이다. 보통 전통주를 다루는 곳에서는 당연한 듯 막걸리를 만들기에 이것도 꽤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주)착한농부의 홈페이지에서 술을 살 수도 있고, 전체적인 제품 라인업을 볼 수 있기에 링크를 첨부한다.

예천주.kr

 

예천주

예천주 :: 술을 이노베이션하다!

xn--2j5b27cs5d.kr

 

이 춘희 25는 사과 증류주인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사과 증류주라고 하면 추사가 있는데, 이 추사와도 확실히 구분이 되는 개성과 맛을 지닌 술이었다.

2021.12.2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추사 40

 

술 추천: 추사 40

홍대에 있는 우리 술 (전통주) 전문 가게인 '한국술 보틀숍'에 다녀왔다. 생긴지 약 7개월 정도 된 곳이라고 하는데, 홍대에는 후리 전통주를 다루는 보틀숍 (Bottle shop)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뭔

seoulindanger.tistory.com

 

이 춘희 25는 상당히 부드러운 목넘김을 가진 술이었다. 맛은 사과의 뻣뻣함이나 독특한 풍미가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오히려 정말 곡물로 만든 증류주인가 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고소함은 느낄 수 없지만, 은은하게 달콤한 맛과, 깔끔한 피니쉬, 그리고 쌀로 만든 소주를 닮은 깔끔함이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술의 라벨에는 신윤복의 미인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봄의 여자를 의미하는 '春姬 (춘희)'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가 1848년에 발표한 소설을 기초로 유명 작곡가 주제페 베르디가 오페라로 만들어 유명해 진 춘희(椿姫、つばきひめ)'와 한자는 다르지만, 역시 그 오페라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술은 화려함 보다는 소박함을 담은 술이었고, 뒷맛으로 사과의 향과 풍미가 훅 날아 오기 전에는 꽤 소박하고 심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말 식사에 곁들이기 좋은 그런 편안한 술로만 여겨졌는데, 한 잔, 한 잔 더해갈수록 사과의 향이 뚜렷하게 느껴지고, 확실히 좋은 브랜디라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과는 참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사과를 가지고 훌륭한 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재미있었다.

 

사실 애플 사이더 같은 것도 10년 전 처음 마셔보고 꽤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렇게 증류를 거쳐 제대로 된 술을 만드니 사과의 매력을 훨씬 깊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향 또한 상당히 좋았다. 일단 사과의 풍미가 아주 마음에 들고 깨끗하게 다가왔으며, 알콜이 이를 청량하게 몰고 가며 기분 좋은 술 냄새를 풍겨 주었다. 이것이 식욕을 매우 북돋아 주었다. 이 춘희25는 정말 좋은 안주와 함께 곁들이기에 최상의 맛과 향을 지닌 것 같았다.

 

Nose (향)을 좀 더 분석해 보자면, 아무래도 독특한 점은 오크 숙성 같은 것이 없어서인지 향이 상당히 깨끗하고 맑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다른 음식과 곁들이기 좋다는 인상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투명하고 맑은 향이 약간 심심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신윤복의 미인이 현대 대한민국에서 환영받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모든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목넘김과 질감 또한 상당히 부드러웠다. 액체 자체도 라이트 한 편이었다. 정말 청아한 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한잔이었다고 본다. 25도로 도수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알콜의 킥이나 강한 인상, 또는 혀를 쪼는 듯한 자극성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부드럽고 순한 그런 질감의 증류주였다.

 

리파인에 가서 시그니처인 우대갈비나, 다른 약간 느끼한 퓨전 한식과 함께 곁들일 거라면 거의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아직 리뷰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좀 더 사랑 받아도 좋을 술이라고 생각했다.

춘희 25 패키지. 신윤복의 미인도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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